우리나라 인구 100만명당 교통사고 사망자 수는 105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6.8명보다 월등히 많다. 그 중에서도 유독 농축어업 종사 비율이 높은 광주·전남은 전국 최하위 수준으로 교통사고 사망자가 많다. 경운기와 트랙터 등 농기계로 인한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반 교통사고 사망률보다 7배나 높다고 한다. 농기계 교통사고는 났다하면 치명적인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삼성교통안전문화연구소가 2008년부터 5년 동안 발생한 교통사고를 분석했더니 농기계 운전자의 교통사고 사망률은 10.6%로 전체 교통사고 사망률(1.5%)보다 7배 높았다. 주로 노인들이 새벽이나 늦은 저녁 시간대 농기계를 모는데다 안전벨트 등 별다른 안전장치가 없다는 점도 사망률이 높은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하지만 농기계 교통사고 보험가입률은 5%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보험가입이 의무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경찰청 교통사고 통계에 따르면 2008년부터 5년 동안 등록된 농기계 대수는 10% 줄었는데 1만대 당 사망자수는 오히려 2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동안 전체 차량대수(농기계 포함)는 10.8% 증가했지만 1만대 당 사망자가 17.1% 줄어든 것과는 대조적이다.

정부는 농민들이 원하지 않으면 농기계보험 가입을 강제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농기계보험을 의무보험으로 바꾸면 영세농 등 농민들의 반발이 있을 것을 우려해서라고 한다. 또 농기계 관리나 농민 안전 등을 감안해 농기계 등록제도를 시행하려 했지만 농민들의 반발로 추진되지 못한 상황이어서 농기계 등록제가 전제돼야 하는 농기계보험 의무화는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농기계 운전자들이 가해자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에 도로주행이 잦은 경운기나 콤바인 등이라도 보험가입률을 높일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쌀 수입 전면 개방과 한중 FTA 체결 추진 등으로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농민들을 위해 정부가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때이다.

▲김종선·광주시 광산구 운수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