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가 최근에 병원 응급실에서 있었던 일을 말해줬다. 이 친구는 봉사활동을 하면서 수화를 익히기 시작해서, 이제 아주 잘하는 건 아니지만 웬만한 의사소통은 가능한 수준이 됐다.

그가 얼마 전 교통사고로 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마침 한 환자가 급하게 실려 들어왔다고 한다. 그저 ‘또 한 명의 교통사고 환자’려니 하고 돌아설 때, 순간 병원 관계자들과 환자를 데려온 보호자들이 웅성웅성 대더란다.

병원에 실려온 환자가 말을 할 줄 모르는 언어 장애인이었기 때문이었다. 당장 엑스레이를 찍어야 하는데, 어디가 어떻게 아픈지 확인할 수가 없으니 발을 동동 구른 것이다.

친구는 가던 길을 멈추고 돌아서서 수화를 통해 교통사고를 당한 환자의 상태를 살피고 어디가 아픈지, 어느 부위를 다쳤는지 의사에게 소상하게 말해줘서 검사를 하는데 도움을 줬다고 했다. 환자가 큰 부상이 아니라 발에 약간의 골절상만 있었다고 하니 참 다행이다.

큰 병원은 이런 경우에 대비해 즉시 수화가 가능한 사람이 있다고 알고 있지만, 중·소규모의 병원은 대부분 그렇지 않은 게 현실이다. 야간 수화통역서비스를 해주는 곳이 도시마다 있다곤 하지만 운영시간은 오전 9시부터 오후 6시까지 뿐이다. 때문에 언어·청각 장애인들은 사고를 당하거나, 출산을 해야 하는 긴박한 순간에 기존에 알고 지내던 수화 통역사에게 개별적으로 통역을 부탁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불편을 줄이고, 위급한 순간에 대처하기 위해서 전국 어디서나 가능하도록 24시간 수화 통역 서비스 제도가 마련돼야 할 것이다. 말로만 하는 장애인 지원이 아니라 작은 부분까지 세심하게 챙겨주는 게 국가복지다.

▲남민배·광주시 광산구 고룡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