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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을 위한 언론의 노력
김 윤 하
전남대병원 진료처장
광주일보 독자위원회 위원장

2014. 03.03. 00:00:00

자신을 아는 사람은 남을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의 한계와 장·단점을 잘 알고 있는 사람은 일이 잘못되었을 때 자신을 먼저 성찰하고 남을 탓하지 않는다. 세상의 모든 일이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터, 부족한 면을 극복하려고 부단히 노력한다.
이번 소치 동계올림픽 피겨스케이팅 부문에서 김연아 선수는 아주 훌륭한 연기에도 금메달을 놓쳤다. 국민은 아쉬워하고 세계 유력 언론에서도 실질적인 여왕이라고 극찬을 했으며 갈라쇼에서 우아하고 완벽한 무대 주인공이 돼 선수 생활을 마쳤다. 시상식에서 보여준 의연한 모습을 통해 그는 누구를 원망하지 않는 큰 그릇임을 보여 주었다.
어떤 대상의 가치를 규명하는 평가는 냉정하다. 그것이 자기에게 도움이 되지 않아 부당하다고 하면 삶이 얼마나 고단해지겠는가? 박수 칠 때 떠나라 했다. 최선을 다했고 많은 이들이 그 뜻을 알아준다면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다.
지난 주말에 전남대 병원 간부 모임이 진도에서 있었다. 그간의 업무를 점검하고 향후 발전을 모색하려는 기회를 가지려는 것이다. 세미나 장소로 가는 길목에 ‘운림산방(雲林山房)’에 들렀다. 몇 년 전 가족과 가 본적이 있어 별 흥미는 없었지만 유능한 관광안내자의 친절한 안내가 색다른 재미를 더 했다.
소치 허련 선생의 영정이 모셔진 운림사에는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의 대표적인 작품 ‘세한도(歲寒圖)’ 목판이 걸려있었다. 그가 59세 때인 1844년, 제주도 유배 당시 지위와 권력을 잃어버렸는데도 사제간의 의리를 저버리지 않고 자신을 찾아온 제자(역관 이상적)의 인품을 소나무와 잣나무에 비유하여 그려준 것이다. 그가 중국에서 어렵게 책을 구해 보내오자 자신을 대하는 한결같은 제자의 마음에 고마워하며 보낸 글과 그림이라 한다. 허름한 집 한 채에 꼬부라진 노송은 자신의 쓸쓸한 유배생활을 대변하고 있다.
“세상 인심은 오직 권세와 이익만을 좇는데, 책을 구하는 일에 마음을 쓰고 힘들여 구하고서도 그대의 뜻을 살펴줄 만한 사람에게 주지 않고 바다 멀리 초췌하게 시들어 있는 이에게 보내주었군. 공자께선 한겨울 추운 날씨가 된 다음에야 소나무·잣나무가 더디 시듦을 알 수 있다고 하셨네. 소나무·잣나무는 본래 사계절 없이 잎이 지지 않는 것이지. 추운 계절이 오기 전에도 같은 소나무·잣나무였고, 추위가 닥친 후에도 여전히 같은 소나무·잣나무라네…”
헌데 그림 오른쪽 구석에 ‘장무상망(長毋相忘)’ 이라는 네 글자의 붉은 낙관이 희미하게 찍혀 있었다. ‘오래도록 서로 잊지 말자!’ 얼마나 가슴에 와 닿는 말인가?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존재가 될 수 있을까? 고마움의 표현이 후세에 국보로 전해지고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연분 또는 상황이나 일·사물과 맺어지는 관계, 이를 통틀어 인연이라 한다. 우리가 살면서 만나는 수많은 사람들을 ‘겁’의 인연으로 표현하곤 한다. ‘겁’ 이란 헤아릴 수조차 없이 길고 긴 시간을 일컫는 말이라 한다. 이천 겁의 세월이 지나면 사람과 사람이 하루 동안 동행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억겁의 세월을 넘어서야 평생을 함께 살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지금 내 주위에서 스쳐 가는 모든 사람, 스승과 제자, 동료 직원들, 참으로 놀라운 인연들이다.
사회는 다른 환경에서 지내온 남남이 만나 이루는 공동체이다. 서로 알듯 하면서도 모르는 게 우리 관계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화가 필요하다. 서로 다름을 인정하면 갈등과 오해가 생기지 않는다. 대화에도 ‘용불용설(用不用說)’이 있다. 대화는 자주 하면 통하지만 안 하면 불편하게 된다. 진정한 하나가 되려면 대화로써 서로 이해의 폭을 넓혀 나가야한다. 대화는 작은 말 한마디에서 비롯되고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칭찬이며, 진심을 담아 얘기를 하면 소통이 이루어진다.
언론의 책임은 “소통의·소통에 의한·소통을 위한”이 아닌가 감히 말하고 싶다. 서로 위해주고, 상대방의 입장에서 돌이켜 생각하고, 남을 원망하지 않으며 동료가 곤궁에 빠졌을 때 따뜻한 말을 건넬 줄 아는 그런 사회를 이루기 위해 공론이 모이도록, 광주일보가 가장 앞장서서 노력해 줄 것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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