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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수위, 보안위 아닌 소통위 되길
박 지 경
정치부 차장

2013. 01.10. 00:00:00

김용준 18대 대통령직 인수위원장은 지난 8일 출근하면서 기자들의 질문에 입을 다물었다. 그러다 “이 양반들 때문에…, 통행은 해야지”라고 불편해 하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지난해 말 김 위원장은 인수위 조직·기구를 발표하며 윤창준 당선인 수석대변인을 인수위 대변인으로 임명했다고 알렸다. 이에 기자들이 “논란이 된 윤 대변인을 임명한 이유가 뭐냐”고 묻자 김 위원장은 “그런 설명을 해야 하나”라고 답했다.
지난 7일 인수위 워크숍 직후 윤 대변인은 “전체 인수위 활동 그림을 그렸을 뿐 기삿거리는 없다. 공개할 만한 영양가(있는 발언)는 없었다”고 밝혔다. 취재진이 “영양가가 있고 없고는 언론이 판단할 문제 아닌가”라고 이의를 제기하자 “있는지 없는지는 대변인이 판단한다. 발표할 게 없으면 기자실에 오지 않겠다”고 답했다.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과 오찬을 마치고 나오던 한 인수위원은 기자들이 취재를 위해 몰려들자 자신의 승용차에 급히 올라 시동을 걸고 가속페달을 밟았다. 하지만, 그 위원은 당황해서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지 않았다. 보다 못한 기자들이 그 사실을 알려주자 차를 몰고갈 수 있었다. 이날 다른 인수위원은 기자들을 피해 회의장으로 뛰어들다 구두가 벗겨지기도 했다.
18대 인수위의 ‘불통’ 이미지를 만들고 있는 사례들이다. 박 당선인이 그동안 가장 많이 들어온 비판 중 하나가 ‘불통’이었다는 점에서 자칫 새 정부의 이미지로 고착되지 않을지 우려되는 부분이다.
인수위가 이처럼 기자들과 소통을 꺼리는 것은 박 당선인이 ‘보안’을 지나치리만큼 중요시하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은 지난 7일 인수위 회의를 처음 주재하면서 “설익은 정책이 무질서하게 나와서 국민에게 혼선을 주는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 써 달라”고 강조했다.
이에 앞서 김 위원장은 지난 6일 인수위 첫 회의에서 “업무 관련 이야기를 하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응분의 책임을 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박 당선인의 태도는 17대 인수위가 갖가지 섣부른 정책을 언론에 흘리면서 혼선이 빚어졌던 일을 염두에 둔 때문으로 보인다.
하지만, ‘철통보안’은 혼란을 줄일지는 몰라도 검증을 최소화하는 약점이 있다. 인사·정책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측근 몇 명의 의견이 반영될 수 있는 것이다.
박 당선인이 대선 기간 동안 강조한 통합과 소통은 ‘국민이 듣고 싶은 말은 피하고, 하고 싶은 말만 한다’면 요원하다. 더욱이 국민의 알권리를 침해하는 것은 오만하다. 인수위에서 무엇을, 어떻게 만들어 내는지는 최종 결과만큼이나 중요하다. 인수위가 아닌 ‘보안위’라는 비아냥을 흘려 들을 때가 아닌 듯하다.
/jkpark@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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