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에 전복을 잃고, 화마에 마을의 자랑인 갯돌을 잃어버렸습니다. 10년이 지나도 갯돌에 묻은 검은 때는 지워지지 않을 겁니다.”

지난 14일 완도군 보길도 예송리에서 화재가 발생하자 주민들이 밤을 새워 진화작업에 나서 천연기념물인 상록수림을 지켜냈지만 또 하나의 명물인 갯돌(검은 자갈)이 시커멓게 변모해 아쉬움을 자아내고 있다.

화재 당시 폐자재가 불에 녹으면서 예송해변의 갯돌에는 녹아 흐른 스티로폼과 그을림이 덕지덕지 달라 붙는 바람에 흉칙한 모습으로 탈바꿈 했다. 예송리 갯돌해변은 많은 관광객이 갯돌이 파도에 쓸려 내려가며 빚어내는 아름다운 소리에 취하고 하던 곳이다. 하지만 이제는 검게 그을린 갯돌과 타다 남은 폐자재로 폐허가 되다시피했다. 아름다운 예송리 갯돌해변에 전복 양식장 폐자재들이 밀려온 때는 태풍 ‘볼라벤’이 전남지역을 강타한 지난 8월말.

주민들은 장비와 인력 부족으로 해변 폐자재를 치우지 못하다가 최근에야 중장비를 배정받아 복구 작업에 착수했다. 700m 길이의 해변에 걸쳐있는 폐자재 더미는 엄청난 규모였다. 하지만 난데없는 화마가 덮쳐 갯돌과 상록수림(천연기념물 제40호)이 큰 피해를 입었다.

그나마 공무원과 주민들이 불길이 마을과 상록수림으로 번지는 것을 막아내 피해규모를 줄일 수 있었다.

전복양식과 관광을 생업으로 삼아 왔던 주민들은 전복과 갯돌이 한꺼번에 사라져 이제 생계 수단마저 모두 잃을 처지에 빠졌다.

보길면사무소 이영문 면장은 “소방 인력과 장비를 충원하는 등 화재 예방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서부취재본부=정은조기자 ejchun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