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한복 두루마기를 입은 곰인형 해리포터, ‘꽃길만 걸으라’는 문구를 달고 있는 한복 스타일의 곰인형 화환, 김밥과 치킨 문양이 들어간 버선.

한복 작가 한새(33·김지윤)의 첫번째 전시 ‘한새의 날실’전(13일까지 광주 자미갤러리)에서 만난 한복 작품은 위트가 넘친다. 기존 한복이 갖고 있는 고정된 이미지 대신,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이는 작품은 전통문화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전해준다.

“요즘엔 명절이나 결혼식에서도 한복을 잘 입지 않지만 최근 들어 젊은층에서는 한복이 신선하고 ‘힙하게’ 받아들여지고 있어요. 한복을 입고 해외여행을 가거나 일상 생활을 하는 인플루언서들도 있고요. 한복 등 전통문화에 대한 엄숙한 무게감을 내려놓고 사람들이 좀 더 쉽고 재미있게 다가갈 수 있도록 친근한 작품을 준비했습니다.”

원광디지털대학교 한국복식과학학과를 졸업하고 전남대 의류학과 전통복식 전공 석사 과정을 수료한 한새 작가는 현재 광주전통공예문화학교 레지던시 입주작가로 활동중이다. 작가명인 ‘한새’는 ‘한복을 새롭게 한다’, ‘한복을 통해 세상과 교류한다’ 등의 의미다. ‘한새’는 베를 짤 때 실을 세는 단위이기도 하다. 전시 제목은 ‘한 마리의 새가 날아오르듯 얽매이지 않은 자유로운 사고로 전통을 재해석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할머니가 오랫동안 사용했던 재봉틀 등으로 전시장을 꾸민 한새 작가는 곰인형, 버선, 청바지 등 친숙한 소재를 한복에 접목한 작품들을 제작했다. 영화 ‘해리포터’와 ‘마스크맨’, ‘레옹’의 마틸다, 마릴린 먼로 등 헐리우드 스타 곰인형에 한복을 입혔고, 단군 초상화에서 영감을 얻은 ‘단군왕곰’, 관리들의 대표적인 의복으로 혼례식에서 입었던 단령 등도 만들었다.

톡톡 튀는 아이디이가 돋보이는 한복을 제작한 한새 작가. <한새 작가 제공>

“한복으로 KIA타이거즈 치어리더 응원복이나 관람객들이 사용할 수 있는 응원도구들을 꼭 만들어보고 싶어요. 사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고 싶었는데 시간이 촉박해 제작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한복이나 전통 복식으로 다양한 분야에 도전해 보려합니다. 홍콩여행을 갔을 때 딤섬 문양이 들어간 치파오를 봤는데 아주 흥미롭더군요. 우리가 전통을 ‘보존해야’ 한다는 데 중심을 둔다면 세계 각국은 더 열린 마음인듯해요. 외국인을 포함해 많은 사람들이 갖고 싶고, 입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그런 작품들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옷장에서 나온 의류 등을 활용한 한복 작품도 선보였다. 청바지를 잘라 모시와 조합해 전통 속옷인 살창 고쟁이를, 입지 않는 골덴 소재 원피스로는 배자를 만들었다. 가죽바지를 잘라 전통 복식에서 많이 활용하는 맥주름을 넣어 코트도 제작했다.

다음 전시에서는 업사이클 한복을 본격적으로 선보일 예정인 작가는 가정에서 안 입고 보관하고 있는 한복을 기증받고 있다. 작가는 앞으로 한복 제작과 함께 교육도 진행할 예정이다.

“전통문화를 공부하면서 우리 문화를 내가 정말 모르고 살았구나 하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공부하면 할수록 더 궁금해졌고요. 우리 것이기 때문에 반드시 알아야하는 전통문화가 아닌, 흥미로워 더 잘 알고 싶은 전통문화가 됐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번 전시를 기획했습니다. 제 작업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복과 전통에 대해 관심을 가지면 좋겠어요.”

전시작은 인스타그램에서도 만날 수 있다.

/김미은 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