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래 청년들 안 보여…지방 소멸, 이 정도일 줄 몰랐다”
2025년 09월 14일(일) 20:20
‘곡성서 봉사 활동’ 광주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느낀 농촌 현실
심각한 고령화에 일할 사람 없어
진료 받기 힘들고 교통마저 불편
힘든 상황 속 농업의 가치 느껴
군 전체 신생아 연 평균 45명 불과
의료 취약지 어르신 보니 안타까워
노인 전문 간호사로 미래방향 설정

곡성 옥과면 화훼농가를 찾아 농민학생연대활동에 나선 광주대 간호학과 학생들이 지난 12일 스프레이 장미의 꽃봉오리를 솎아내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시골에 웬 아그들(아이들)이래요”, “젊은 친구들이 오니까 활력이 도네.”

지난 12일 오전 한적한 시골마을인 곡성군 옥과면은 금세 시끌벅적하게 젊은이들로 가득찼다.

농민학생연대활동(이하 농활)을 하겠다며 논밭 사이로 줄지어 들어선 대학생 34명의 목청 주파수는 조용한 시골마을을 들썩거리게 했다.

학생들이 농활 장소인 화훼농가 장미 비닐하우스를 한 걸음 뗄 때마다 웃음소리가 끊이질 않았고 덩달아 인근 주민들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주변을 지나던 주민들은 가던 발길을 멈추고 “웬 아이들이 왔데”, “시골이 간만에 시끌벅적하네. 좋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이날 34명의 광주대 간호학과 학생들은 농촌 봉사활동을 위해 찾았다가 농촌이 맞닥뜨린 현실을 직접 체험했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고령화에 일손이 없는 농촌, 아파도 가까운 병원을 가기 힘들어 꾹 참고 있는 어르신들 심정, 변변한 약국과 병원 찾기도 쉽지 않은 시골 농촌의 어려움을 여실히 느꼈다고 했다.

학생들의 이번 활동은 농협중앙회가 올해부터 추진하는 새로운 농업·농촌 국민운동인 ‘농심천심(農心天心)운동’에 따른 것으로, 소멸 위기인 지역 농촌을 찾아 활력을 불어넣는 비타민 역할을 해보자는 취지로 마련됐다.

지난 여름 폭우로 물이 허리까지 차올라 침수되기도 했던 이 농가는 학생들의 손길에 2700㎡(818평) 하우스 두 동이 금세 깔끔해졌다.

농민들이 전한 곡성의 인구 소멸 현상을 접한 학생들은 놀라움을 드러냈다.

옥과농협의 경우 조합원들이 자녀를 출산하면 200만원의 장려금을 전달하고 있는데, 지난해만 해도 3명이 대상자에 올라 장려금을 받았지만 올해는 여태껏 1명만 받았다고 했다. 곡성군 내 전체 신생아도 최근 3년 간 평균 45명에 불과했다고 한다.

구정훈 옥과농협 조합장은 “올해 태어난 아이들이 7년 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를 생각해보면 곡성군 전체 초등학생 신입생이 40여명 밖에 안 될 것이라는 예측이 가능하다”면서 “이런 추세라면 15년 뒤, 20년 뒤 우리 군은 어떻게 되겠냐”고 반문했다.

광주대는 농협 전남본부와 협약을 맺고 지역 소멸 위기에 봉착한 농촌을 찾아 매년 10여회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그만큼 학생들이 접하는 지방소멸의 실태는 다양했다. 자원봉사 시간, 학점, 장학 포인트 등을 인정받는 것 외에 일하면서 얻는 뿌듯함은 덤이었다.

손민재(23)씨는 “시골에서 젊은 내가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다는 게 뿌듯했다”면서 “평소 PC방에서 ‘몇 골 넣었냐’ 얘기 나누다 ‘꽃봉오리 몇 개 땄냐’고 묻다보니 색다른 재미가 있었다”고 했다. 손씨는 “농민들이 이 많은 일을 혼자 감당하는 게 대단하다고 느꼈다”고도 했다.

조은재(여·19)씨도 “작업하면서 가시에 찔리기도 하고 덥기도 했는데 건강을 챙기면서 안전하게 일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고 했다.

김은경 농협중앙회 전남본부 부본부장은 “농촌에 학생들이 한 번 왔다 가는 것만으로도 마을 분위기가 살아나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김 부본부장은 “학생들에게는 고령화가 갈수록 심해지는 전남 현실, 타 지역보다 대농이 많지 않아 경제적으로도 어려운 농민들이 많은 전남 농촌 현실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 간호인력들이라는 점에서 의료인력이 부족한 농촌지역을 경험한 데 따른 문제 의식도 커졌다.

주민들 대부분은 60대 이상의 고령층으로, 아픈 데도 많지만 병원에 가는 것 자체가 ‘일’이라고 입을 모은다.

읍내에 있는 병원에 가려해도 교통 인프라의 한계로 자녀들이 와야만 이동이 가능해 한 번 갈 때 최대한 많이 지어오려고 하는 이들이 많았다고 했다.

전남 지역의 경우 의료 취약지의 필수 의료 인력을 충당하기 위한 ‘계약형 지역필수의사제’가 시범 도입됐지만, 여전히 의사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권선주(여·20)씨는 “이번에 알게 된 시골 지역의 노인 의료 실태 등을 참고해 노인 전문 간호사로서의 방향을 잡아갈 계획”이라며 “우리같은 젊은층들이 시골에 들어와 이들 노인 분들께 보다 좋은 의료 시스템을 어떻게 제공할 수 있을까, 어떻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새삼 고민하게 됐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아 기자 jinggi@kwan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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