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조제 건설에 따른 담수방류로 어민들이 입은 손해를 국가가 배상해야 한다는 판결이 나왔다.

서울 중앙지법 민사합의 14부(노만경 부장판사)는 “고흥군 신흥·용당어촌계 등 10개 어촌계와 어민 2명이 국가와 고흥군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어촌계에 72억여원을 지급하라”며 원고 일부승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담수호의 조성과 담수 방류가 적법한 절차에 따른 것이었더라도, 피해 규모가 상당한 수준이고 지금까지 손실보상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피해가 사회통념상 참을 수 없는 정도에 해당한다”며 “설치·관리상의 하자가 있었던 만큼 국가와 고흥군이 어민의 손실을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당시 태풍·호우에 따른 방류의 위험도를 예측할 수 없었고, 피해를 미리 막으려면 과도한 노력과 비용이 필요했었던 만큼 자연의 힘에 의한 피해로 인정되는 부분을 제외해 손해배상 범위를 70%로 제한한다”고 덧붙였다.

어민들은 “고흥만 방조제 배수갑문을 통해 흘러나온 담수로 인한 조류, 유속, 염분농도의 변화로 주변 어장의 키조개·피조개 등 생산량이 평균 20% 감소했다”면서 지난 2007년 11월 법원에 민사소송을 제기했다.

이후 어업손실 규모를 감정하기 위한 용역이 전남대 해양기술학부에 의뢰해 2008년부터 2011년까지 진행됐으며, 본격적인 재판은 2011년 11월부터 시작됐다.

이번 판결에 따라 앞으로 간척지 매립과 방조제 사업시 유사한 사례가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흥군 관계자는 “앞으로 농림수산식품부와 협의해 항소 등 대응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농림수산식품부는 지난 1991년 2.87㎞ 길이의 고흥만 방조제 건설에 착수, 정부지원금 3969억여원을 들여 1995년 공사를 마쳤다.

방조제 안쪽에는 1701ha 규모의 농지와 함께 담수호(745ha)가 조성됐다.



/동부취재본부=주각중기자 gj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