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간 최대 77억여원의 수익을 내는 것으로 알려진 고흥만간척지의 기름진 농경지를 차지하기 위해 농민들이 앞다퉈 영농조합법인을 설립하는 등 고흥만 일대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올 하반기 고흥만간척지 공사가 마무리되면, 그동안 공사로 피해를 본 인근 주민들에게만 임대해줬던 1600ha(1600만㎡)의 농경지를 일반 농민에게도 빌려준다는 소문 때문이다. 간척지 쌀은 미질이 좋아 수익이 높고, 경지정리가 잘 돼 농민들이 대거 몰려들고 있는 것이다.

3일 고흥군에 따르면 최근 이 지역 농민들 사이에서 영농조합법인 설립이 붐을 이뤄 법무사무소가 때아닌 호황을 누리고 있다.

법무사이종일사무소 관계자는 “우리 사무실에서만 30곳의 영농조합법인이 만들어졌고, 고흥 지역 7개 사무실을 합치면 그 수는 더욱 늘어날 것”이라면서 “마을마다 1∼2개가량의 영농조합법인이 생겼다”고 말했다. 또 유명선법무사사무소도 최근 10건의 영농조합법인 설립을 도왔고, 평소보다 2배가량 설립 문의가 늘었다.

현재까지 군에서 정확한 집계를 하고 있지는 않지만 최근에만 적어도 100여 개의 영농조합법인이 새로 생겨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농민들이 법인을 설립하고 있는 것은 고흥만간척지 공사가 마무리돼 관리 기관이 군에서 올해 농어촌공사로 이관되기 때문이다.

그동안 군은 고흥읍과 풍향·도덕·두원면 등 4개 읍면 지역 농민 1100여 명에게만 농경지를 임대해줬지만 농어촌공사가 관리를 맡으면서 영농조합법인에게 우선 임대해준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법인 설립이 늘고 있다.

고흥만 간척사업은 1991년 착공, 둑 공사와 농경지 조성이 마무리된 2009년부터 농민 1인당 1단지(4500평)의 논을 임대해주고 있는데, 한 해 많게는 700만원(평균 500만원)의 순수익을 내고 있다. 이는 전체 농경지로 환산했을 때 77억에 달하는 돈이다.

이 때문에 법인을 설립하면, 더욱 많은 단지를 우선 임대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 심리 때문에 ‘농심’이 간척지로 쏠리고 있다.

하지만 새로 생겨나는 법인이 많다 보니, 5명 이상 가입이라는 설립 조건을 맞추기 힘들어 가족과 타지역에 거주하는 비농업인까지 동원하는 등 부작용도 속출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와 군 관계자는 “아직 임대 일정과 조건 등이 전혀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법인 설립 비용이 60만원이 넘고, 심사 과정에 비농업인과 타지역거주자를 가려낼 수도 있으니 법인을 만드는데 신중해야 할 것”이라고 당부했다.

/오광록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