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 어르신들의 응원이 있었기 때문에 좋은 성적을 거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되면 아버지가 계시는 여수에 내려가 고향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고 싶습니다.”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개의 금메달을 목에 건 여수출신 바둑기사 이슬아(19) 초단의 마음속에는 고향에 대한 향수가 가득했다. 여수의 건설회사에서 다니는 아버지와 어린 시절 함께 놀던 옛 친구들에 대한 그리움이다.

“보고 싶은 고향 친구들이 많이 있었는데, 제가 유명(?)해 지니깐 제 미니홈피로 한 친구가 연락이 왔었요. 지금은 꿈을 위해 일본에서 공부중이라는데, 시간이 되는 데로 꼭 만나고 싶어요. 남자는 아니에요.”

지금도 바둑을 두다가 지칠 때면 고향의 푸른 바다를 생각하며 위안을 받는다는 이 초단은 여수 부영초등학교 2학년 때 아마 3급인 아버지의 권유로 바둑을 시작해 3학년 때 본격적인 공부를 위해 서울로 상경했다. 이후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 주중에는 서울에서 바둑을 공부했고 주말이면 어김없이 부모님이 계시는 여수를 찾았다.

그동안 수천 번의 바둑을 두고 지기도 많이 했지만 여전히 가장 힘든 것이 ‘지는 것’이다고 말할 정도로 승부욕이 강한 이 초단은 고등학교 1학년 때인 지난 2007년 프로무대에 입단한 이후 지난 3년간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었다.

하지만 지난 여름 바둑 국가대표 선발전에서 최고의 성적을 거두며 국가대표에 발탁된 이후 “10년 넘게 바둑을 두면서 가장 많은 공부를 한 시간이었다”고 말할 정도로 부단의 노력을 해왔다.

이 초단은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금메달을 목에 걸기까지 힘든 시간을 보냈다. 광저우에 도착하자마자 장출혈로 인해 복통과 두통으로 제대로 자기도 먹기도 힘들었다.

‘광저우 5대 얼짱’으로 주목을 받으면서 좋은 성적을 거둬야 한다는 부담감 때문이었다. 경기 내내 왼손에 묶고 있던 손수건이 땀에 흥건히 젖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난달 22일 침을 머리에 꽂고 결승전에 나가 중국을 물리치는 투혼을 발휘했다. 그간의 부담감을 시원하게 날려버리는 한방이었다.

피아노로 스트레스를 풀고, 영화배우 조인성을 가장 좋아하는 이 초단은 최근 CF문의가 쇄도해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바둑에 대한 고집과 열정만큼은 아직도 최고다. 아시안게임을 위해 대학까지 포기했을 정도였다.

“아직은 바둑에 대한 생각밖에 없어요. 바둑 국가대표에 대한 자부심과 프로기사로서의 역할을 다하기 위해 꾸준히 좋은 성적을 거두도록 노력할 거에요. 최고가 되는 것만이 저를 걱정해주시는 고향분들에게 보답하는 길이니까요.”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