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바둑에서 2개의 금메달을 거머쥔 광주출신의 소년기사 박정환(17) 8단.

바둑 둘 때만큼은 누구보다도 진지하고 강한 승부사의 기질을 보이지만 한편으론 여느 10대들과 마찬가지로 ‘어린왕자’와 같은 순수함을 간직하고 있다.

박 8단은 자신이 프로바둑계의 아이돌 스타지만 평범한 청소년들과 마찬가지로 영화를 즐겨보고 아이돌 가수를 좋아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좋아하는 가수는 그룹 미스A의 광주출신 수지다. 휴대전화 컬러링을 미스A의 노래로 할 만큼 열성적인 팬이다.

이런 박 8단이 곧 국내 최연소 입신(入神)을 앞두고 있다.

(재)한국기원이 오는 21일 열리는 이사회에 박정환 8단의 특별승단 안건을 올릴 예정이기 때문이다. 이미 대다수의 이사들이 같은 의견을 보이고 있어 그야말로 ‘통과 의례’만 남은 상황이다.

이렇게 될 경우 박 8단은 17세11개월 만에 입신의 경지에 올라 박영훈(19세3개월) 9단을 제치고 국내 최연소 9단에 오르는 타이틀을 갖게 된다.

6살 때 바둑돌을 처음 쥔 이후 한번 지기라도 하면 울음을 참지 못하며 지난 12년 동안 바둑만 바라본 결과다.

박 8단은 “아시안게임은 승단과는 관계없이 제 자신을 시험해 보고 싶다는 생각으로 준비를 많이 했다”며 “지금의 목표는 9단 승단 보다는 곧 있을 KBS바둑왕전 우승이다”고 말했다.

바둑 국가대표팀의 막내로서, 아시안게임에 임했던 그는 대회에 앞서 누구보다도 피나는 노력을 했다. 중국과 달리 한국에서는 혼성복식 바둑을 접할 기회가 없었던 터라 이슬아 초단과 호흡을 맞춰 하루에도 몇 판씩 바둑을 두곤 했다. 정장과 구두 대신 트레이닝복에 운동화를 신고 대국에 임하는 경기는 생소하기만 했다.

박 8단은 복식과 단체전 결승에서 모두 한국 기사들이 가장 껄끄럽게 여기는 중국의 셰허 7단과 만났다. 하지만 이미 한번 이겨본 상대라 누구보다도 자신감이 있었다.

박정환 8단의 앞으로의 목표는 세계대회다. 세계 최강의 기사들과 어깨를 나란히 할 생각에 벌써 가슴이 설렌다.

“프로기사들은 누구나 세계무대에서 최강의 기사들과 바둑을 두기를 바랍니다. 9단에만 출전권이 주어지는 대회도 있는데, 아직 승단한 것은 아니지만 최고들의 무대에 한발 더 다가선 기분입니다.”



/김경인기자 kk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