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국토의 끝자락인 해남 땅 끝까지 가는 방법 중에 가장 빠르게 가는 방법은 무엇일까? 물론 여러 가지 대답이 나오겠지만 좋아하는 사람 즉, 뜻이 맞는 사람과 함께 가는 방법이 가장 빠르다는 유머가 있다. 우리나라 대명절인 추석엔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는다.

너무 성급하게 생각하지 말고 오히려 가족 간의 대화시간이 많아졌다고 생각하면 마음도 몸도 훨씬 편하지 않을까 싶어서 꺼내 본 말이다.

명절을 생각하면서 가족과 신문에 관해서 이런저런 생각이 든다.

초등학생이었던 내가 신문 읽기에는 어리고 신문에 대해서 설명해 주는 사람들도 없었던 그 당시에 다행히 아버님의 신문 읽는 모습을 통해서 신문을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었고 지금까지 내 정신적 토양분이 되었듯이 내 자식들도 내 모습을 보면서 신문을 접하게 하고 싶다. 왜냐면 신문으로 아는 것만이 아닌 신문을 키워나갈 수 있는 올바른 독자로 거듭나게 하는 것도 중요한 가정의 역할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소설 ‘빙정’을 쓴 미우라 아야코(三浦續子)가 지적했듯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익숙해 지는 것’이라고 하였다. 첫 키스의 짜릿함이 눅눅한 권태기로, 첫 출근의 설렘이 습관성 지각으로 바뀌는 순간 인생의 가치는 반 토막난다고 경고한 것처럼 매너리즘에 빠져서 관행이니 관례니 하면서 변화하려는 노력을 보이지 않는다면 독자나 신문사 모두 불행하게 되며 사회 발전에도 저해 요인이 될 것이다.

정보 과잉으로 독자들의 선택권이 무제한 늘어나고 있는 현 시점에서 품격 있고 재미있는 정보를 제공해야 해야 하는 신문사는 독자에 대한 심층 연구를 기반으로 재미있는 콘텐츠를 구성할 수 있는 기획력을 늘려야 할 것이다.

재미있는 신문을 만들기 위해서는 단순히 구독자들의 입맛만 맞추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할지 모르지만, 신문의 재미는 즉각적으로 표출되는 감정적 반응보다는 기사와 정보를 곱씹어 보는 즐거움에서 찾아야 할 것이다.

그러한 측면에서 광주일보의 기획기사는 매우 적절하였다.

특히 2010년 광주일보의 연중시리즈 ‘광주·전남 대 해부’를 통해 일자리도시, 주거도시, 문화도시, 교육도시, 민주도시로서 24차례에 걸쳐 진단했다.

세계화 추세 속에 도시 간 경쟁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국내·외의 여건을 검토, 정체성에 근거한 미래지향적 도시발전을 지향해야 한다는 기사는 시민들에게 새로운 정보 제공과 함께 지역 발전의 필요성을 제기하고 위기감을 갖게 하였다. 뿐만 아니라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지표들을 보고 새로운 발전 동력을 찾아야 한다는 필요성을 느끼게 하였다.

여기서 한 가지 더 바란다면 문제 제기에만 그치지 말고 우리 지역의 성장 동력을 찾아서 이를 역동적으로 추진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하여 불안이 희망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광주일보가 한층 더 노력해주었으면 한다.

왜냐면 언론의 사명은 사회발전의 긍정적 여론을 형성하고 주도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리 지역 사회에서 필요로 하는 성장 동력은 무엇인가? 지역주민이 해야 할 역할과 임무는 무엇인가를 찾아서 제시하고 그들을 선도해 나갈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권력자들이 그 기능을 했다면 민주화 시대에는 여론 형성의 주역이 되고 있는 신문이 중심적 역할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알고 싶은 기사, 속 시원한 기사들이 넘쳐나서 가족들이 머리를 맞대고 기사거리에 대해 관심과 희망을 보며 이야기함으로써 모처럼 가족 간의 웃음꽃이 피어날 수 있는 대화가 이루어지길 간절히 바란다.

/조미옥 광주일보 독자위원· 나주 봉황중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