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1월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노리는 한국 바둑 대표팀 코칭 스태프는 ‘중국 룰’ 적응에 특히 신경을 많이 쓰고 있다. 아시안게임에 처음 선을 보이는 바둑은 중국 룰에 따라 치러진다. 바둑 룰은 한국, 중국, 일본, 대만이 모두 다르다.

한국과 일본, 대만과 중국은 바둑 룰이 큰 차이가 없어 사실상 한국 룰과 중국 룰 두 가지로 분류된다. 한국룰과 중국룰이 가장 다른 점은 바둑을 바라보는 시각차다. 승패를 가리는 방법으로 중국은 반상에 살아있는 돌의 수가 많으냐를 따지고 한국은 집과 포로의 합으로 결정한다.

중국룰은 종국 후 반상 위에 남아있는 자신의 돌과 집의 합으로 집을 계산하기 때문에 자신의 집을 스스로 메워도 집수가 줄어들지 않는다. 그러나 한국룰이라면 이것은 치명적인 자충수다. 이창호, 이세돌, 최철한 등 남자대표팀의 주축 선수들은 중국 룰로 진행되는 춘란배에 꾸준히 출전했고 중국리그에서도 오래 활약해 중국 룰에 아주 익숙하다. 강동윤, 박정환 두 젊은 선수도 나이에 비해 국제대회 경험이 풍부해 룰의 차이에서 오는 실수 염려는 적은 편이다.

그러나 여자국가대표팀은 다르다. 중국 무대 경험이 가장 많은 박지은 9단이 대표팀에서 탈락한데다 베테랑 조혜연 8단과 이민진 5단은 국제대회에 많이 출전했지만 거의 한국 룰로만 대국했다. 게다가 김윤영 초단과 이슬아 초단은 외국선수와의 대국조차 많지 않았다. 큰 무대에서 흥분해 자칫 실수라도 한다면 큰일이다.

혼성복식전에 적용되는 ‘타임아웃제’도 생소하다. 한 팀당 45분의 제한시간을 주고 시간을 넘기면 초읽기가 없이 즉시 패하는 것이 ‘타임아웃제’다. 한국에서는 제한된 시간 내에 빨리 대회를 치러야 하는 아마추어대회에서나 볼 수 있는 방식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속기전인 한국리그의 한판당 평균 수순인 210수임을 감안하면 45분 타임아웃제에서는 평균 26초당 한 수씩 두어야 하는 셈이다. 시상대의 맨 윗자리에 오르기 위해서는 엄청난 속기에서 오는 실수를 줄여야만 한다.

대표팀의 양재호 감독도 룰이 메달 색깔을 결정할 주요 변수 중 하나라고 판단하고 그에 따른 맞춤형 훈련을 할 예정이다. 중국 룰에 정통한 김수장 9단과 목진석 9단을 초청해 중국바둑규칙특강을 준비하고 있는 양 감독은 “대회가 임박한 10월부터 모든 대표팀 훈련은 중국 룰로 진행하겠다”이라고 말했다.

혼성복식조가 결정되는 9월 15일 이후에는 ‘45분타임아웃제’ 실전훈련도 병행할 계획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