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들 참여와 관심이 ‘성숙한 민주도시’ 만든다
2010년 08월 11일(수) 00:00 가가
광주편을 마치며


광주시 동구 금남로 광주YMCA와 광주청소년상담지원센터 옆 뒷길. 청소년들의 흡연장소로 전락한 이 곳은 주변의 무관심으로 인해 도시공간이 어떻게 변질해 가는 지를 보여주고 있다. /김진수기자 jeans@kwangju.co.kr
2010년 광주일보의 연중시리즈 ‘광주·전남대해부’를 통해 일자리도시, 주거도시, 문화도시, 교육도시, 민주도시로서의 광주를 24차례에 걸쳐 진단했다. 세계화 추세 속에 도시 간 경쟁이 가속되고 있는 가운데 광주 역시 이 틈바구니 속에서 국내·외의 여건을 검토, 정체성에 근거한 미래지향적인 비전을 제시해야 함은 물론이다.
‘광주와 전남의 비상’을 꿈꾸지 않는 시·도민은 없을 것이며, ‘광주와 전남의 미래’를 고민하지 않는 지역민은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가정 하에 진행된 광주·전남 대해부의 광주편을 마무리함에 있어서 그 동안 살펴봤던 내용을 요약·정리한다.
광주편에서 제시한 5가지 주제, 즉 일자리·주거·문화·교육·민주에서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민주’다. 지역민이 주인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의무와 권리를 다하는 것이 근간이 돼, 나머지 주제 일자리·주거·문화·교육은 그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청 및 각 자치구, 시의회·구의회, 지역경찰과 공공기관 등은 시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정책이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와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련된 제도나 틀 속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이 전문가는 물론 시민 다수의 검증과정을 거쳐 실시되고, 집행 및 평가과정을 거쳐 후속 사안에 반영될 경우 정책이나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나 마찰이라는 시행착오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또 일자리가 넘쳐나고, 소득수준에 따른 다양한 주거공간이 존재하며,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곳에서만이 외부 인재가 유입되고 지역인재가 양성될 수 있다. 따라서 이들 주제들은 모두 연계되며, 상호 영향을 주고 받을 수밖에 없다.
◇ 민주도시의 최대 걸림돌 ‘무관심’=지역 내 대표적인 시민단체인 광주 YMCA와 광주시청소년상담지원센터가 위치한 광주시 동구 금남로 뒷길에는 어둑해지는 저녁 때면 담배를 입에 문 10·20대 남녀들로 넘쳐난다. 특히 여중·여고생들의 수가 압도적이며, 이들은 주변의 눈을 의식해 이곳에서 담배를 피운 뒤 바닥에 버리고 있다.
애초 광주 YMCA가 무지개마당을 조성하면서 금남로와 바로 통하도록 1m도 안 되는 폭의 자투리 땅을 골목길로 조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주변의 관심이 점차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은 광주의 대표적인 청소년 탈선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좋은 의도로 조성된 뒤 방치되고 있는 이 자투리 공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무관심’이 가져다주는 폐해이다. 자신과 관계된 사안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 나머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나타나는 도시 문제의 결정판인 셈이다. 그러한 주변에 대한 무관심은 범죄나 무질서는 물론 잘못된 정책이나 사업 등의 원인이 되지만, 당장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는 경우 대부분의 시민은 참여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도시의 민주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민주도시 광주’를 자문한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 역시 시민들의 무관심과 잘못된 시민의식이었다.
서기준(63) 조선대 교수는 “일상적으로 기초질서 지키기,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 상호 또는 집단에 대한 관심 등이 미흡한 실정에서 민주도시로 나아갈 수는 없다”며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자치이며, 주민이 스스로 공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토론과 논의 속에서 합당한 방안을 선택할 때 민주도시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일자리와 교육 연계하는 시스템 찾아야=지역 내 인재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주일보가 전남대·조선대·호남대 등 지역의 주요대학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인 학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달픈 타향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취업자의 대부분은 고향에서 대기업은커녕 ‘괜찮은 중소기업’조차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제조업이나 단순 서비스업 등은 증가하고 있으나 대졸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이는 지역대학의 문제로도 직결될 수 있다. 대기업, 즉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스펙(Specification, 취업 준비생들의 출신 학교와 학점, 토익 점수와 자격증 소지 여부, 그리고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 유무 등을 종합한 총칭)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대학 출신이 서울 소재 대기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은 서울 소재의 대학으로 진학을 원할 수밖에 없다. 또 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괴리는 심해지고,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지는 교육 불평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입시·검정·보습학원 수는 1875개로, 전년(1741개)에 비해 7.7%가 늘어났으며, 이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인천시(10.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남구 봉선동에만 213개의 학원이 몰려 있으며, 북구 일곡동에는 132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는 등 주거지별 편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와 교육 체계를 동시에 감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 문화 입히는 주거지 재생방법 모색해야=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광주의 구도심 주택가의 쇠락은 심각한 도시문제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구도심 주택가의 재생을 위한 방법은 지금까지 LH공사나 광주시가 맡고 있는 전면개량 또는 현지개량 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민과 민간사업자가 주체가 되는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개발(단독주택지)·재건축(공동주택지)·도시환경정비(상업지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불경기와 미분양 속에 시공업체들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재개발 등에 참여를 꺼리고 있으며, 저층 주택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획일적인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도심 주택지 재생은 정체 상태에 있다.
게다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맡아왔던 LH공사가 최근 적자 누적으로 인해 신규 사업을 중단하면서 노후 구도심 주택지가 자칫 장기간 방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 재개발 대상지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함께 재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공업체와 주민들의 수익 창출에만 매몰됐던 과거 재개발 등의 재생사업에 원주민의 주거 지속 및 문화를 통해 재생 가능성을 타진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한 새로운 주택지 재생모델의 창출와 주민의 양보와 적극적인 참여, 광주시와 추진단 등 공공기관의 적절한 지원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 해당지역의 특징에 대한 감안 없이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노경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구도심 재생에는 시장성과 개발가능성을 갖추고, 주민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한 뒤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은 공공기관이 맡고, 이를 통해 민간투자자를 유치,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
광주편에서 제시한 5가지 주제, 즉 일자리·주거·문화·교육·민주에서 그 근간이 되는 것은 ‘민주’다. 지역민이 주인이라는 책임의식을 가지고, 의무와 권리를 다하는 것이 근간이 돼, 나머지 주제 일자리·주거·문화·교육은 그 방향성을 정립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광주시청 및 각 자치구, 시의회·구의회, 지역경찰과 공공기관 등은 시민들이 자신이 거주하는 도시정책이나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잘못된 제도나 관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할 수 있는 제도와 틀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마련된 제도나 틀 속에서 논의되는 사안들이 전문가는 물론 시민 다수의 검증과정을 거쳐 실시되고, 집행 및 평가과정을 거쳐 후속 사안에 반영될 경우 정책이나 사업으로 인한 갈등이나 마찰이라는 시행착오는 최소화될 수 있을 것이다.
애초 광주 YMCA가 무지개마당을 조성하면서 금남로와 바로 통하도록 1m도 안 되는 폭의 자투리 땅을 골목길로 조성한 것이 화근이 됐다. 이후 주변의 관심이 점차 사라지면서 자연스럽게 이 공간은 광주의 대표적인 청소년 탈선장소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좋은 의도로 조성된 뒤 방치되고 있는 이 자투리 공간을 통해서 알 수 있는 것은, ‘무관심’이 가져다주는 폐해이다. 자신과 관계된 사안에 대해서는 높은 관심을 보이지만 그 나머지는 무관심으로 일관하면서 나타나는 도시 문제의 결정판인 셈이다. 그러한 주변에 대한 무관심은 범죄나 무질서는 물론 잘못된 정책이나 사업 등의 원인이 되지만, 당장 자신에게 불이익이 없는 경우 대부분의 시민은 참여하지 않고 외면하는 것이 반복되면서 도시의 민주성은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민주도시 광주’를 자문한 대학교수와 시민단체 관계자 등이 가장 먼저 거론하는 것 역시 시민들의 무관심과 잘못된 시민의식이었다.
서기준(63) 조선대 교수는 “일상적으로 기초질서 지키기, 남에 대한 배려나 이해, 상호 또는 집단에 대한 관심 등이 미흡한 실정에서 민주도시로 나아갈 수는 없다”며 “지방자치의 핵심은 주민자치이며, 주민이 스스로 공인이라는 의식을 갖고 참여하고, 토론과 논의 속에서 합당한 방안을 선택할 때 민주도시는 시작되는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 일자리와 교육 연계하는 시스템 찾아야=지역 내 인재들이 취업을 하기 위해 외지로 빠져나가는 것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광주일보가 전남대·조선대·호남대 등 지역의 주요대학에서 높은 취업률을 보인 학과 졸업생들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이 일자리를 찾아 고향을 떠난 것으로 조사됐다. 고향에서 일하고 싶어도 마땅한 일자리가 없어 고달픈 타향살이를 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들 취업자의 대부분은 고향에서 대기업은커녕 ‘괜찮은 중소기업’조차 찾기 힘들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단순제조업이나 단순 서비스업 등은 증가하고 있으나 대졸자들을 위한 일자리는 극히 제한적인 것이 지역의 현실이다. 이는 지역대학의 문제로도 직결될 수 있다. 대기업, 즉 좋은 직장을 얻기 위해서는 좋은 스펙(Specification, 취업 준비생들의 출신 학교와 학점, 토익 점수와 자격증 소지 여부, 그리고 해외 연수나 인턴 경험 유무 등을 종합한 총칭)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지역대학 출신이 서울 소재 대기업 취업에 불이익을 받을 수밖에 없으며, 따라서 지역의 우수한 인재들은 서울 소재의 대학으로 진학을 원할 수밖에 없다. 또 갈수록 입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공교육과 사교육의 괴리는 심해지고, 사교육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느냐의 여부에 따라 갈 수 있는 대학이 정해지는 교육 불평등의 문제도 발생하고 있다.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지난해 광주의 입시·검정·보습학원 수는 1875개로, 전년(1741개)에 비해 7.7%가 늘어났으며, 이는 16개 광역시·도 가운데 인천시(10.64%)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증가율이다. 남구 봉선동에만 213개의 학원이 몰려 있으며, 북구 일곡동에는 132개의 학원이 밀집해 있는 등 주거지별 편차도 심화되고 있다. 지역 일자리와 교육 체계를 동시에 감안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는 결론이 가능하다.
◇ 문화 입히는 주거지 재생방법 모색해야=여느 도시와 마찬가지로 광주의 구도심 주택가의 쇠락은 심각한 도시문제이며,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안이다. 구도심 주택가의 재생을 위한 방법은 지금까지 LH공사나 광주시가 맡고 있는 전면개량 또는 현지개량 방식의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주민과 민간사업자가 주체가 되는 주거환경개선사업과 재개발(단독주택지)·재건축(공동주택지)·도시환경정비(상업지역)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그러나 주택 불경기와 미분양 속에 시공업체들이 대규모 자금이 투입되는 재개발 등에 참여를 꺼리고 있으며, 저층 주택을 철거하고 고층 아파트를 짓는 획일적인 방식에 문제가 제기되면서 구도심 주택지 재생은 정체 상태에 있다.
게다가 주거환경개선사업을 맡아왔던 LH공사가 최근 적자 누적으로 인해 신규 사업을 중단하면서 노후 구도심 주택지가 자칫 장기간 방치될 수 밖에 없을 것이라는 섣부른 추측도 난무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광주시는 국립아시아문화전당 주변 재개발 대상지를 아시아문화중심도시추진단과 함께 재생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시공업체와 주민들의 수익 창출에만 매몰됐던 과거 재개발 등의 재생사업에 원주민의 주거 지속 및 문화를 통해 재생 가능성을 타진하는,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충분한 사전조사를 통한 새로운 주택지 재생모델의 창출와 주민의 양보와 적극적인 참여, 광주시와 추진단 등 공공기관의 적절한 지원 등 3박자가 갖춰져야 할 것이다.
또 해당지역의 특징에 대한 감안 없이 무분별하게 아파트를 건립하는 방식에 대한 대안도 마련해야 한다. 노경수 광주대 도시계획·부동산학과 교수는 “앞으로의 구도심 재생에는 시장성과 개발가능성을 갖추고, 주민 간 복잡한 이해관계를 정리한 뒤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도로나 공원 등 기반시설은 공공기관이 맡고, 이를 통해 민간투자자를 유치, 문화시설을 중심으로 업무·상업·주거시설 등을 종합적으로 조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현석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