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둑팬이면 누구나 기다리던 꿈의 승부가 성사됐다.

한국을 대표하는 이창호, 이세돌이 한국물가정보배 결승전에서 맞대결을 펼친다. 이세돌 9단은 8일 성동구 홍익동 한국기원 1층 바둑TV스튜디오에서 열린 제6기 한국물가정보배 준결승에서 원성진 9단을 물리치고 결승에 진출했다.

이로써 이세돌 9단은 지난 1일 최철한 9단을 누르고 결승에 선착한 이창호 9단과 3판 양승제의 피할 수 없는 정면격돌을 하게 됐다.

뭉뚝한 신비감의 ‘돌부처’와 날카롭고 자극적인 ‘쎈돌’ 의 대결은 바둑팬들이 기다리던 최고의 승부다.

이세돌과 이창호는 그동안 51차례 대결해 30승 21패로 이창호가 우위를 점하고 있는데 결승무대에서는 총 6차례 만났다.

18세 3단 시절이었던 2001년, 제5회 LG배에서 이창호와 첫 결승격돌을 한 이세돌은 1,2국을 이기며 세계최강자를 막판에 몰아넣어 바둑계를 경악케 했으나 3∼5국을 내리 패하며 쓴잔을 맛봐야했다. 32연승을 내달리며 ‘불패소년’이라는 별명까지 붙었던 이세돌은 이후 한동안 부진의 늪에 빠질 정도로 LG배에서의 역전패는 그에게 큰 충격이었다.

그 해 11월에 KBS바둑왕전 결승에서 다시 만나 이창호가 2-0으로 승리했고 2002년 제36회 왕위전 도전기에서도 막판까지 가는 접전 끝에 3-2로 이창호가 이겼다.

이세돌의 반격은 2003년이 유일했다. 제7회 LG배 결승에서 이창호와 다시 만난 이세돌은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며 결국 3-1로 이겨 최저단 세계대회 우승(3단)기록을 세웠다.

이후 이창호는 제38기 왕위전(2004년)에서 3-2로 이겼고 2009년 3월에 열린 제27기 KBS바둑왕전에서도 역시 이창호가 2-1로 승리하며 타이틀전 전적을 5-1까지 벌렸다.

바둑왕전을 마지막으로 두 선수는 아직 공식대국에서 만나지 못했다. 올 2월 열린 아이티난민돕기 자선대국에서 이창호가 이겼지만 비공식대국이었다. 최강의 두 선수가 1년 5개월동안 한 차례도 만나지 않았다는 것이 불가사의할 정도다.

이세돌은 지난해 휴직한 아픔을 딛고 올 1월 복직한 후 32연승을 구가하며 비씨카드배에서 우승하는 등 제2의 전성기를 열어가고 있다. 후지쓰배에서 쿵제에 패하며 준우승했지만 올해 단 한 차례도 랭킹1위를 놓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세돌은 이창호의 벽을 넘지 못해 ‘반쪽짜리 1인자’라는 부담을 가지고 있다. 각종 인터뷰에서도 자신은 오히려 2인자라고 말할 정도로 이창호를 의식하고 있다. 이창호를 넘어서는 것이 자신이 진정한 1인자임을 증명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이창호 9단에게 물가정보배는 두 차례 준우승에 그쳐 아직 미답지로 남아있다. 3전4기로 우승한다면 국내 모든 대회에서 한차례이상 우승을 하는 이른바 ‘국내기전 사이클링 히트’를 달성할 수 있다.

랭킹1위 이세돌과 2위 이창호, 두 바둑영웅의 숙명의 대결에 바둑팬들의 가슴은 벌써부터 설레고 있다.

물가정보배 결승은 바둑TV스튜디오에서 9월 1일, 15일, 22일에 3판양승제로 벌어진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