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억울한 일을 당했을 때 “길을 막고 물어보자”고 한다. 그리고 “동네 사람들, 내 말 좀 들어 보소”라고 외친다. ‘나’보다 ‘우리’를 중시하는 우리나라 독특한 정서 때문일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공감 형성을 무척 중시해왔다. 이러한 바람은 우리 민요에 자주 나타난다. 농부가는 이렇게 시작한다. “어∼허 상사뒤여 여보시요 농부네들 이 내 말을 들어보소 어화 농부들 말 들어요∼”

이제는 길을 막고 물어볼 필요가 없어진 듯하다. 신문에 내면 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논쟁의 결정적인 증거로 신문에 난 기사가 인용되기도 한다. 다양한 매체가 등장하여 그 강건한 위치가 약간 흔들리기는 하지만 여전히 신문은 여론을 주도하고 중심을 잡아주는 중심 매체이다. 하지만 커뮤니케이션 방식은 바뀌었다. 정보의 일방적인 흐름에서 이제는 쌍방향으로 흐른다. 프로슈머의 트렌드는 언론분야에서 활발하다. 여론형성이란 공감을 누가 많이 하느냐에 달려 있다. 광주일보가 이 지역의 대표적인 공감매체로 역할을 계속 할 수 있기를 기대하면서 몇 가지 당부한다.

먼저 이 고장에서 열리는 굵직한 세계 대회에 더 많은 사람들이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광주일보가 앞장 서줬으면 한다. 멀리는 유니버시아드 대회부터 여수 엑스포대회, FI대회에 이르기 까지 많은 국제 대회가 예정돼 있다. 이런 국제행사는 우리 고장을 알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지자체 관견 기사도 큰 뉴스지만 이런 대회에 관해 더 많은 관심을 보여줬으면 한다.

4월 20일 ‘나로호 발사 6월9일 오후 5시’라는 기사가 2면 중간 부분에 2단 기사로 게재됐다. 나로호 발사는 온 국민이 관심을 갖고 있고 더구나 우리 지역인 고흥 나로도에서 발사되기 때문에 지역민의 관심 또한 매우 높다. 이러한 중요한 기사를 광주일보에서 2단 9cm 단신으로 처리했다는 것은 많은 아쉬움이 남는다. 차제에 우리나라 우주 기술에 대해 독자에게 자세히 알려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직장인 엄마 아빠는 어쩌라고…’(4월20일) 기사는 의미 있었다. 출산장려를 적극 지원한다고 하지만 실제 맞벌이 부부들은 육아문제가 고민이 아닐 수 없다. 직장 퇴근 시간이 6시인데 5시30분에 문을 닫는 어린이집, 누가 봐도 문제 있다. 이렇게 우리의 실생활과 관련된 기사를 다양한 각도에서 풀어 준 것은 무척 좋은 시도였다고 생각한다.

광주일보 창사 58주년 기념으로 기획한 ‘판박이 도시계획 그만… 광주만의 정체성을 담자(4월21일)’라는 기사에 관한 내용이다. 광주시는 ‘문화도시’를 내걸고 있지만 우리가 살고 있는 이곳 광주의 도시풍경은 여느 대도시와 별로 다르지 않다. 광주일보는 지역신문으로서 이러한 문제점을 꼬집고, 대책을 강구했다. 덧붙여 ‘걸어서 살기 좋은 도시’라는 전문가의 기고도 함께 실어 기사에 대한 신빙성을 높였다. 앞으로도 문화도시 광주가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 지속적인 의견을 개진해주길 당부한다.

끝으로 신문에 품질이 있다면 칼럼의 비중이 가장 높다고 생각한다. 솔직히 보도 일반기사야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대동소이하다. 중앙일간지의 경우 매우 중시하고 있는 분야가 바로 칼럼이다. 광주일보도 다양한 분야의 칼럼을 싣고 있지만 지면을 너무 적게 할애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명 칼럼이 많이 게재되어 “동네 사람들, 광주일보 칼럼 좀 읽어 보소”라는 흥타령이 절로 나오길 기대한다.

/이병우 광주일보 제 4기 독자위원·보해양조 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