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썩어가는 무화과 가지를 살리려고 하는데 가망이 없습니다”

29일 오후 영암군 삼호읍 난전리 저두마을 무화과밭. 노지 7603㎡(2300평)에서 무화과를 재배하는 박홍석(60)씨는 “지난해 인건비를 아끼려고 집사람과 함께 무화과 묘목 700주를 심고 은박지 보온관을 일일히 입혔는데 변덕스런 날씨 앞에선 속수무책였다”면서 “지금은 억만금을 줘도 새 묘목을 구할 수 조차 없어 올해 농사가 막막하다”며 긴 한숨을 내쉬었다.

올들어 이상기온으로 농작물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가운데 최근 동해(凍害)까지 겹치며 개화기를 맞은 배·복숭아와 노지 무화과 등 과수농가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29일 전남도 농업기술원과 과수농가에 따르면 2·3월 잦은 비로 인한 일조량 부족으로 시설하우스는 물론 노지작물들의 피해가 심각한 상태에서 4월들어 개화기를 맞은 배와 복숭아 등 과수의 꽃눈이 극심한 동해를 입었다. 더욱이 기온이 13∼15℃는 돼야 과수의 꽃가루를 옮겨 수정을 돕는 벌들조차 활동을 못해 결실이 저조할 것으로 우려된다. 과수의 피해규모가 커짐에 따라 전남도 및 각 시·군에서 피해 실태조사에 나섰다.

신고 배의 경우 기온이 영하로 뚝 떨어지며 개화한 1∼2번꽃이 동해를 입어 꽃눈 80∼90%가 제대로 피지도 못한채 새까맣게 변하는 등 전체 재배면적의 50%이상이 피해를 입은 것으로 추산된다. 순천 월등면 복숭아 농가들은 수확시기가 6월말∼7월초로 빠른 조생종 복숭아품종 30∼40%가 동해를 입는 등 전체적으로 20∼30%가 피해를 입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순천지역의 경우 평년(1971∼2000년) 4월 평균기온이 12.1℃, 평균 최저기온이 5.2℃였으나 올 4월은 14일간 0.1∼21.5㎜의 비가 내린데다 16일에는 영하 0.3℃·17일에는 영하 1.6℃까지 뚝 떨어졌다.

유구상(56) 순천 월등복숭아 영농조합법인 대표는 “30년동안 복숭아 농사를 지었지만 이런 이상저온 피해는 처음”이라며 “열흘쯤 지나 열매 맺히는 것을 봐야 구체적인 피해윤곽이 나올 것같다”고 말했다.

전남도 농업기술원 관계자는 “과수 꽃이 영하 1.7℃에서 30분정도 노출됐을때 냉해를 입는다는 연구결과가 있다”며 “배열매 맺히는 것을 보면서 배 적과(適果)시기를 늦춰 적정 적과량을 확보하고, 인공수분을 최대한 실시해야 한다”고 말했다.

/송기동기자 song@

/중부취재본부=이상휴기자 ls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