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뱀장어가 하나도 안 잡혀 죽을 맛입니다.”

지난달 30일 찾은 보성군 득량면 해평4구 득량만 바닷가.

실뱀장어를 잡기 위해 갯벌에 설치한 정치망(定置網) 그물을 손질하던 어민 정난수(60)씨는 한숨을 내쉬었다. 정씨가 설치한 그물은 그물코가 촘촘한 까닭에 물이 들었다 빠지면 크기가 작은 실뱀장어를 잡을 수 있다.

보성·고흥 득량만 일대와 목포, 신안 등지에서 잡히는 실뱀장어 어획량이 격감, 전남지역 어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지난달 31일 전남도 수산기술사업소 고흥지소와 어민들에 따르면 득량만 일대에서 연간 90kg 안팎의 실뱀장어를 잡았으나 올해는 15∼20kg정도로 예년의 20%에도 미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뱀장어는 고흥 대서면 등 득량만 연안에서 정치망 그물을 이용해 2월중순에서 4월사이에 잡고 있는데 올 들어 어획량이 하루 500g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신안·목포지역 역시 올 1월부터 현재까지 200㎏(100만마리)으로 지난해 잡은 양의 10%에 불과하다는 어민들의 설명이다.

이러한 어획부진은 실뱀장어가 연안으로 오르는 2∼3월 들어 잦은 강풍에다 저수온 등으로 제대로 회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으로 고흥지소는 분석하고 있다.

득량만 일대 평균 수온은 지난해 2월 9℃였으나 올해는 8℃였고, 3월 들어서도 지난해에는 10.7℃였으나 올해는 9.5℃로 1℃가량 낮았다.

35년간 실뱀장어를 잡아왔다는 송정준(58·고흥군 대서면 신기마을)씨는 “겨울날씨가 더 추울때도 있었는데 올해같이 실뱀장어가 거의 없다시피한 경우는 처음이다”며 “어획량 감소로 산지 가격은 마리당 1천원 안팎으로 지난해 400원선보다 올랐지만, 실뱀장어가 잡히지 않아 그물을 아예 거둬들인 어민들이 대부분이다”고 말했다.

1∼3㎝ 정도 이쑤시개 크기인 실뱀장어는 심해(深海)에서 부화한 후 쿠로시오(黑潮) 난류를 타고 남해안까지 회유, 강 하구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때 어민들은 바다에서 하천으로 올라가는 실뱀장어의 길목에 그물을 설치해 치어를 잡는다. ㎏당 300∼600만원에 달하는 어민들의 틈새 소득원이다.

득량만 일대는 보성 10명, 고흥 12명의 주민이‘안강망 어업’허가를 받아 실뱀장어잡이를 하고 있으며 3개월에 연간 3억∼4억원의 짭짤한 소득을 올려 왔다.

조병제(54) (사)전국 실뱀장어 어민유통연합회장은 “올해 실뱀장어 급감에 대해 어민들 사이에서 막연하게 지구 기후변화탓이 아닐까 추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부취재본부=이상선기자 sslee@

/동부취재본부=주각중·선상근기자 gjju@