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개막한 제3회광주디자인비엔날레(9월18일∼11월4일)가 미술계의 호평을 받으면서 순항 하고 있다.

하지만 이번 디자인비엔날레는 ‘신종플루 과민증’으로 ‘적잖은’ 타격을 받고 있다. 예년 디자인비엔날레의 주 관람객이라 할 수 있는 단체관람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백화점 세일매장같은 북새통 관람을 이번 대회에서는 찾아보기 힘들다. 이를 두고 일부 관람객들은 쾌적한(?) 환경에서 제대로 ‘작품’을 감상할 수 있게 됐다고 반색하는 분위기다.

실제로 비엔날레 재단 안팎에서는 이제는 비엔날레의 가치를 관람객 수가 아닌 ‘전시의 질’에서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치적쌓기용’으로 관람객 수만 늘릴 게 아니라 명품 전시를 만들어 관람객들에게 감동을 주는 등 새로운 문화브랜드로 발전시키자는 것이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은 개막전 30만명 유치를 목표로 사전 예약을 하는 관람객들에게 할인혜택을 주는 등 다양한 마케팅전략을 내놨다.

또 일선 학교를 상대로 단체 관람객 유치 활동도 펼쳤다. 하지만, 개막 3주째를 맞은 13일 현재 관람객 수는 지난 2회 대회에 비해 절반 이상 감소한 8만8천여명이다. 이에 따라 재단은 관람객 목표치를 16만명으로 수정했다.

반면 관람객 수는 줄었지만 전시기획과 출품작에 대한 호평은 이어지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문화에서 디자인의 가치를 발견하는 광주디자인 비엔날레의 ‘저력’이 작용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일부 전시가 네덜란드 등 7개국에 수출되는 개가도 올렸다. 디자인 전시가 외국에 ‘수출’되는 것은 국내에서는 광주디자인비엔날레가 처음이다. 또 이번 디자인비엔날레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1천72억여원에 달한다는 조사 결과도 나왔다.

분명한 건 광주디자인비엔날레는 브라질의 리우 삼바 축제, 이탈리아의 베네치아 카니발 등의 상업축제와는 성격이 다르다는 점이다. 관람객수가 대회 성패의 절대적 기준이 아니기 때문이다.

제7회광주비엔날레의 예술 총감독이었던 오쿠이 엔위저 감독은 지난해 퇴임 인터뷰를 통해 “관람객만 모으려면 미술 작품 보다는 차라리 미키 마우스를 가져다 놔라”고 말했다.

비엔날레는 상업적인 축제와는 달리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나가는 문화 행위이다.

이제는 관람객 수가 아니라 광주에서 새로운 문화가 탄생하고, 재평가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눈에 보이지 않는 가치’에 주목해야 할 때다. 매번 비엔날레가 끝나면 광주지역 일선 중·고등학교에서는 학생들이 미술 시간에 설치 작품을 과제로 제출한다고 한다.

미래의 주역들이 난해한 현대미술과 디자인을 일상에서 즐기는 것이야 말로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비엔날레의 성과가 아닐까.

/오광록 문화부기자 kro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