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진군이 턱없이 높은 가격에 고려 청자를 매입했다는 주장이 제기된 지 1주일이 지났지만 의혹은 풀리지 않고 있다.

지난 5일 한나라당 성윤환 의원은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감에서 “강진군이 지난 2007년 10억원에 구입한 ‘청자상감모란문과형 주자’의 시세는 자체 감정결과 8천만∼9천만원이었다”고 주장했다. 또 군이 올해 구입한 10억원짜리 ‘청자상감 모란문 정병’ 역시 시세가 1억4천만∼1억5천만원에 불과하다며 ‘바가지 매입 의혹’을 제기했다.

성 의원이 제기한 문제의 핵심은 소장자와 연관이 있는 인사들이 ‘통모(通謀)’해 감정가를 높였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군과 군립청자박물관은 해명자료와 기자회견에서 “소장자 등과 매입 협상에 개입하지 않았으며, 투명한 구입절차를 거친 만큼 문제가 있다면 감정평가위원들을 고발하겠다”는 방침을 거듭 밝혔다.

그러나 10억원 청자 2건의 매입 과정에는 군의 주장과 배치되는 사례가 적잖다. 군은 지난 2007년 청자구입 당시 소장자와 친분이 있는 최모 박물관장에게 매입주선을 요구한 뒤, 그를 청자의 매입가를 매기는 감정평가위원으로 위촉했다. 전문가들은 군의 이같은 행정은 객관성을 담보할 최소한의 형식적인 절차를 갖추지 않은 것이라고 지적한다. 구매자와 연관이 있는 인사를 객관성이 우선인 감정평가에 참여시킨 것은 상식 밖이라는 게 요지다.

또 올 6월 구입한 청자의 감정평가에 참여한 인사 3명 가운데 2명은 해당 청자의 소장자인 모 도자박물관에서 학예과장, 학예사로 근무, 소장자와 인연을 맺고 있는 전문가들이었다.

청자박물관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청자를 감정할 수 있는 전문가들이 희소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해당자들을 감정평가위원으로 위촉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더욱이 청자 매입을 추진했던 강진청자박물관은 지난 2007년 10억원에 구입했던 청자가 소더비 경매에서 낙찰되는 등 거래실적이 있었는 데도 이를 알지 못했다. 성 의원의 주장대로 이 청자의 당시 낙찰가격이 1억2천만원이었던 것을 알았다면, 사전에 해당 청자의 가격을 재검증해 볼 수 있는 기회를 놓친 것이다.

강진청자박물관은 올해 청자 매입 과정에서 감정 평가위원 3명이 10억원짜리 자기를 포함해 18개 유물에 대한 감정가를 똑같이 써낸 것으로 밝혀졌지만, “문제 없다”는 반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복수의 감정위원 평가액이 동일하게 나온 것은 청자유물 감정을 보다 합리적으로 하기 위해 관례적으로 행해지는 방법의 결과”라는 주장이다.

강진군이 국보급 청자를 확보하고, 청자축제를 통해 지역 경쟁력을 높인 것은 큰 박수를 받을만한 일이다. 그러나 국민의 혈세를 자치단체가 사용할 때는 객관·타당하고 투명한 절차를 거쳐야 한다는 데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강진군의 청자매입 행정에는 정말 아무 문제 없는 것일까?

/윤영기 정치부 기자 penfoot@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