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5∼9일) 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의 국정감사는 증인채택 문제로 파행이 거듭됐다. 김문수 경기도지사와 정운찬 국무총리를 증인으로 부르자는 야당의 주장에 대해 여당인 한나라당이 반대하면서 충돌이 빚어진 것이다.

하지만 교과위의 증인 채택에 있어 가장 큰 문제는 경기도의원을 증인으로 부른 것이었다. 교과위는 지난달 29일 경기도 교육국 설치와 경기도교육청의 무상급식 예산 삭감 등을 묻기 위해 경기도의회 김대원 의원(한나라당) 등 5명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지방의원을 증인으로 부른 것은 국감 사상 최초다.

이들에 대한 국정감사 증인 출석은 이종걸 교육과학기술위원장을 포함한 민주당 의원들이 요구한 것이다. 민주당은 애초 김문수 도지사를 국감 증인대에 세우려고 했으나 한나라당 의원들의 강력한 저지에 무산되자 도 집행부안을 의결한 도의원들을 증인으로 채택했다.

민주당이 경기도와 도의원들을 겨냥한 것은 진보 성향의 김상곤 교육감 당선 이후 도집행부와 도의회가 지난 7월 김 교육감 공약 사업인 소규모 초등학교 일괄 무상급식 예산을 전액 삭감하고 최근에는 도교육청 정책을 무력화하기 위해 도교육국을 설치하는 등 김 교육감을 압박한 것이 원인이 됐다.

이에 김대원 경기도의원 등은 지난 5일 성명서를 내고 “지방의원에 대한 증인 채택은 지방의회의 의결권을 훼손하고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폭력”이라며 사직서를 제출했다.

또 한나라당과 무소속 의원들은 지난 6일 도의회 현관 앞에서 ‘도의원 증인 채택 철회 촉구 결의대회’를 열고 “도의원 국감 증인 채택은 지방자치를 보장한 헌법 정신을 훼손하는 폭거”라며 “당장 증인 채택을 철회하라”고 촉구했다.

민주당 소속 도의원들도 결의대회에 참석하지는 않았지만 도의원에 대한 증인채택에 대해서는 강력히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도의원 증인 채택을 철회하고 김문수 지사를 증인으로 채택해야 한다는 것이다.

경기도의회의 반발이 예상 외로 거세지자 교과위 간사인 한나라당 임해규 의원과 민주당 안민석 의원은 도의원 증인 채택을 철회했다.

물론 민주당 김영진 의원 등은 지난 7일 국감에서 “경기도의회 의원들의 성명서는 국회에 대한 협박이자 권위를 무너뜨리는 행위”라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경기도의회 의원들이 증인으로 출석하지 않을 경우 국회 역사상 악선례를 남길 뿐만 아니라 지방 도시의 국감도 무력화할 것”이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자신들과 이념이 다르다고 도민이 직접 뽑은 교육감의 정책을 사사건건 방해하는 경기도와 한나라당 경기도의원들은 분명 문제가 있다.

그렇지만 지방의원을 국정감사의증인으로 부른 것은 지방의회 의결권을 심각히 훼손하고 지방자치제도 자체를 유명무실하게 만드는 일로 국회의 ‘격’을 낮추는 행위라는 지적 또한 피할 수 없다.

/박지경 서울취재팀 차장 jk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