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1,700선을 넘나들자 주식투자에 대해 이야기하는 사람들이 부쩍 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식형펀드 환매(해약) 규모가 2조원을 웃돌 정도로 간접투자에서 돈을 빼는 사람들은 급증하고 있지만 직접투자를 위한 증권사의 위탁계좌 수는 오히려 증가하고 있다.

W증권 광주지점의 김모 차장은 “최근 주가가 급등하면서 원금을 회복하는 펀드가 속속 출현하자 돈을 빼 직접투자에 나서는 개인들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주변에서는 “친구가 ○○주식에 1천만원을 투자해 1억원이 됐다”는 소리도 들린다.

이런 때 빠지기 쉬운 유혹이 테마주 투자다. 테마주는 그때 그때 시장의 관심에 따라 실적과 관계없이 특정 종목들의 주가가 테마를 형성해 급등하는 특징이 있다.

요즘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신종플루 테마가 대표적이다.

순천에 본사를 둔 ‘파루’라는 코스닥업체는 신종플루 테마를 타고 최근 한달사이 500%가 넘게 급등했다가 상승분을 거의 반납하고 급락하는 등 테마주의 전형을 보여주고 있다.

파루에 대한 시장의 관심이 얼마나 뜨거웠는지는 주식 거래액에서도 알 수 있다. 지난 11일에는 하루 거래량이 6천945만주로 이 회사 전체 주식의 4.4배가 거래됐고 거래액도 4천712억원으로 이날 삼성전자 거래액의 2배를 넘었다. 시가총액이 1천221배나 큰 회사보다 돈이 2배 더 몰렸다는 것은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수익률을 쫓아 불나방처럼 달려 들었는지를 간명하게 보여준다.

주가 급등의 배경은 이 회사가 손 세정제를 생산하기 때문에 신종플루로 인한 수혜가 예상된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상반기 손 세정제로 인한 매출은 11억원에 불과했다. 더구나 주가급등을 이용해 회사측이 장 마감후 대규모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한 점도 멋 모르고 달려든 개인투자자(개미)들의 손실을 키운 측면이 있다.

주식투자의 상반된 이론 가운데 케언즈의 ‘미인주 이론’과 앙드레 코스톨라니의 ‘개와 주인론’이 있다.

미인주 이론은 주식투자는 미인대회에서 미인을 뽑는 것과 같아서 내가 좋아하는 미인보다 다수가 미인이라고 생각하는 곳에 투자를 해야 된다는 것이다. 미인주 이론은 모멘텀(계기) 투자를 강조한 테마주 투자와 일맥 상통한다. 하지만 개미들이 테마주에 편승해 적절하게 이익을 실현하고 빠져나오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반면 개와 주인론은 산책나온 주인(기업)과 개(주가)를 빗대, 개는 주인보다 앞서거나 뒤처지기도 하지만 결국은 주인과 함께 간다는 것으로 주가는 기업의 실적을 반영한다는 내용이다.

마음이 조급해진 투자자라면 개와 주인론을 되새겨야 할 시점이다.

/장필수 경제부 차장 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