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야구팬들의 즐거운 상상이 시작됐다.

16일 광주의 야구팬들은 이재주의 ‘대타 홈런’을 앞세운 통쾌한 승리의 기쁨을 만끽했다. 목동구장에서 열린 히어로즈와의 시즌 마지막 대결에서 2연승을 거두며 1위 자리를 지킨 이날, 광주에서는 두 번의 환호성이 터졌다.

13연승으로 무섭게 추격해오던 2위 SK가 LG와의 경기에서 12회 연장까지 가는 접전 끝에 폭투로 1점을 내주며 2-2 무승부를 기록한 것이다. 승률로 순위를 매기는 올 시즌 무승부는 패나 마찬가지. 정규리그 우승을 향한 KIA의 매직넘버가 SK의 무승부 덕분에 6에서 4까지 줄어들었다. KIA의 정규리그 우승 모습을 그려보는 즐거운 여정이 시작된 것이다.

최상의 시나리오를 대입해본다면 즐거운 상상이 현실이 되는 D-데이는 20일 일요일이 된다. 5경기를 남겨 두고 있는 KIA는 76승, 6경기를 남겨놓은 SK는 74승을 기록중이다. 18일부터 홈에서 열리는 LG와의 주말 3연전에서 KIA가 2승을 더하고, 한화와의 주말 2연전을 갖는 SK가 2패를 당한다면 KIA는 정규리그 우승을 축하하는 샴페인을 터트릴 수 있다.

물론 최상의 가정이다.

야구공은 둥글다. 투수를 포함해 10명의 선수가 주어진 27개의 아웃카운트를 가지고 힘을 겨루는 적자생존 게임이다. 점수를 내는 방법, 펼 수 있는 작전도 무궁무진하다. 승패가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경우의 수를 따지자면 KIA가 SK보다는 유리하다. 그래도 방심은 금물이다. 8월 한달 20승을 싹쓸이하며 2위와의 게임차를 6.5게임차까지 벌였다가, 상승세가 꺾인 9월 0.5게임차로 턱밑까지 추격을 당하지 않았던가.

지옥같던 재활의 시간을 이겨내고 통산 100승을 달성한 이대진은 한 인터뷰에서 후배들에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프로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냉정한 말 같지만 이게 프로 세계의 진리다.

이번 주말 LG와의 대결에서 KIA는 무조건 잘해야 한다. 올 시즌 상대전적만으로는 14승1무2패로 KIA가 절대적인 우위를 점하고 있다.

그러나 느긋하게 1위 독주를 즐기다 두산·SK와의 9월 마지막 대결에서 각각 2연패를 당하며 위기를 맞았던 만큼 남은 한 경기 한 경기 최선을 다해야 한다.

9회 투아웃부터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1회부터 9회까지 앞서나가다가도 아웃 카운트 하나를 잡지 못해 패배자가 되는 게 야구다.

지금까지 KIA는 어느 해보다 상실감이 컸고 삶의 무게가 버거웠을 광주시민들에게 행복한 한 해를 선물했다. 하지만, 아직 2009시즌이 끝난 게 아니다. 선전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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