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역 공연 단체들을 대상으로 3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광주문화예술진흥위원회(이하 문진위)는 심사위원 선정에 애를 먹었다.

단체에게 1억원까지 지원하는 유례없는 사업 인데다, 탈락과 선정이 갈리는 공모 심사엔 늘상 말이 나오지만 광주는 그 정도가 심해 신중을 기할 수밖에 없었다.

문진위는 고심끝에 한국문화예술위원회에 추천을 의뢰, 전원 외지 사람으로 심사위원을 구성했고 문진위 위원 한명만 옵서버 형식으로 참여했다. 타 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일이었다.

이번 단체 선정과 관련 큰 잡음은 없었지만 ‘광주의 대표 문화상품’을 만들고, ‘대표 문화 단체’를 육성하는 프로젝트를 결정하는 데 지역 인사가 단 한명도 참여하지 않았다는 것은 ‘파벌’로 갈라진 문화계의 모습을 보여주는 듯해 안타까웠다.

당시 심사위원들이 공연 분야 전문가임은 분명하지만 각 단체가 제출한 ‘문서’에서는 볼 수 없는 지역문화계 여건이나 단체 역량·평가 등에 대한 ‘생생한’ 정보를 그들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사회에 만연한 ‘끼리끼리 문화’는 광주문화계도 예외가 아니다. 대형 프로젝트나 공모가 진행될 때마다 언급되는 게 파벌과 인맥이다. 요즘엔 예술계 내부 인맥 뿐 아니라, 행정기관과 정치권 연결고리까지 불거져 나오는 형편이다.

광주국제공연예술제(이하 공연예술제) 역시 예외가 아니다. 지난해 좌초 위기까지 겪었던 공연예술제를 둘러싼 잡음의 중심도 ‘사람’ 이었다. 최근 공연예술제가 새 이사진을 꾸렸지만 상황은 ‘도돌이표’다. 행사 파행과 관련, 사퇴했던 인사들이 다시 이사로 참여한 점을 보면 시와 껄끄러운 특정인만 제거한 거 아니냐는 일부의 주장을 무시할 수 없어 보인다.

이사회를 열기도 전에 ‘예술감독 내정설’이 떠도는 것도 사실 여부를 떠나 문화계 현주소를 보는 것같아 씁쓸하다. 이사회가 꾸려지자 마자 “A씨가 있는 한 특정인은 안된다” “특정인 발탁은 정치적 배려”라는 풍문이 퍼져나갔다. 한쪽에서는 ‘내정설’을 부인하며 광주의 고질적인 음해성 발언이라고 맞받아쳤다.

현재 상처투성이 공연예술제는 일부 봉합 상태다. 이번에 상처가 덧난다면 치유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행사 주최측은 ‘그 사람이 그 사람’이라는 젊은 예술인들의 소리에 귀 기울여야한다. 또 ‘코드’가 맞지 않더라도 선입견과 편견 없이 모든 예술가들에게 참여 기회를 열어주는 게 필요하다.

공연예술제 안착을 위해선 예술인들의 ‘열린 마인드’가 절실하다. 서로 흠집내고 상대 의견에 귀를 닫고 있는 한 공연예술제도, 문화판의 미래도 없다. 그리고 또 하나, 예산 지원을 이유로 행여나 시가 지나치게 간섭한다면 그 역시 문화계를 멍들게 하는 일임을 명심해야 한다.

/김미은 문화생활부 차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