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정규직 문제가 정국을 뒤흔들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이중적 태도가 눈살을 찌푸리게 하고 있다.

말로는 대량 해고 사태를 걱정한다면서 오히려 비정규직 해고를 부추기는 태도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훈병원, 농협중앙회, 한국토지공사, 한국도로공사 등 정부의 영향력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정부 산하 공공기관이 비정규직 해고에 앞장서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법 개정이 여야 간의 대치로 불투명했다는 점에서 정부에서는 대량해고 사태를 막기 위한 특단의 대책을 마련해야 했으나 정치권에 책임을 떠 넘기는데 주력하며 기존 대책을 재탕하는 수준에서 머물고 있다.

특히, 노동부는 그동안 수차례 ‘해고 대란’을 예고하면서도 지금껏 정확한 해고 실태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무능력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영희 노동부 장관은 지난 3일 대기업 인사 담당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민간 기업에 정규직 전환을 강요할 수 없는 것이고 대부분 해고될 가능성이 더 크지 않느냐”며 마치 ‘불구경’ 하는듯한 입장을 밝혔다.

정부가 고용시장에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독려하고 해고를 막는 데 온 힘을 기울여야 할 시점에 오히려 ‘기한이 만료된 비정규직은 당장 해고해도 된다’는 잘못된 신호를 보내고 있는 것이다.

이를 반영하듯, 그동안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문제를 고민해왔던 고용시장에서는 비정규직 해고에 적극적인 기류가 형성되고 있으며 일부 민간 기업에서는 비정규직의 무기 계약직 전환을 해놓고도 오히려 정부의 눈치를 살피는 기현상마저 일어나고 있다고 한다.

이에 대해 노동계 등에서는 정부의 해고 대란 우려에는 ‘악어의 눈물’, 공공기관의 해고 움직임에는 ‘해고 자작극’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정부가 고용시장 유연성 확보를 위해 비정규직 문제를 이용하고 있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전반적인 여론도 비정규직 사태의 근본적인 문제는 지금껏 법안 개정을 미뤄온 정치권에 있지만 정부가 사태를 더 악화시키고 있다는 기류를 보이고 있다.

특히, 이 같은 정부의 태도는 조만간 제시될 이명박 대통령의 국정쇄신책에도 불똥이 튈 전망이다. 정부가 사회적 약자인 ‘비정규직의 눈물’을 닦아줄 자세를 보여주지 않는 한 이 대통령이 인적쇄신을 포함한 어떠한 국정쇄신책을 제시한다 하더라도 ‘진정성’을 얻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지 않아도 강부자(강남 땅 부자) 정권이라는 눈총을 받아온 이명박 정부라는 점에서 진정한 국정쇄신을 위해서는 비정규직의 절망과 한숨을 우선 감싸 안는 자세가 요구되고 있다.

/임동욱 서울취재팀장 tu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