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지난 달 24일 오전 10시 광주시 서구 광천동 유스퀘어(광주종합터미널) 2층 회의실. 금호고속 노사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김성산 사장과 박석길 노조 위원장이 ‘2009년 임금협상안’에 사인을 하자 우뢰와 같은 박수가 터져 나왔다. 1947년 회사 창립이후 한번도 파업을 하지 않은 ‘63년째 무분규 사업장’의 역사를 썼기 때문이다. 이 자리에서 노사는 ‘상생협력선언’도 채택하고 신뢰와 화합을 바탕으로 경영위기를 극복하고 고용안정에 최선을 다하기로 약속했다.

#2. 지난 달 29일 오전 10시30분 기아차 광주공장. 조합원 찬반투표 결과 파업안을 가결한 노조가 파업 선포식을 갖고 주·야간 4시간 부분파업에 들어갔다. 이로써 기아차는 1991년이후 19년째 한해도 거르지 않고 파업을 하는 사업장이란 불명예 역사를 이어갔다. 공장 한편에선 노조가 기자를 상대로 파업의 당위성을 설명하는데 열을 올렸고, 다른 한편에선 사측이 보도자료를 배포하고 절차를 무시한 불법파업이라며 노조측을 비난했다.

5일 간격을 두고 광주를 대표하는 두 사업장에서 벌어진 모습은 우리나라 노사문제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라 할만하다.

‘63년 무분규 사업장’과 ‘19년 연속파업 사업장’의 차이는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해답은 두 회사의 노사협상 과정을 들여다 보면 쉽게 찾을수 있다. ‘양보’와 ‘타협’이란 단어를 택한 쪽은 분규없이 임금협상을 마무리 지었고 ‘불신’과 ‘반목’을 협상 테이블에 가지고 나온 쪽은 만성 파업이란 불명예를 안게 된 것이다.

금호고속은 어려운 경제상황을 극복하자며 임원들이 연봉 10%를 자진 반납하자 노조가 임금협약을 사측에 위임했다.

반면 기아차는 ‘주간연속 2교대제’와 ‘월급제’ 시행을 놓고 노사 양측이 한치의 양보도 없이 싸우고 있다. 노조측은 현행 주야간 10시간씩 작업하는 근무형태를 주간에 2교대로 전환해 8시간씩 작업하는 대신 줄어든 작업시간만큼 줄게 되는 급여를 월급제로 보존해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사측은 그럴 경우 지출되는 돈은 같은데 생산량은 줄게 돼 채산성이 떨어진다며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한마디로 상대측의 말에 귀 기울이지 않는 일방 통행식 주장이 파업을 낳은 직접 원인이다.

하지만 무분규와 파업 사업장을 가르는 근본적인 원인은 회사와 노조를 노사(勞使)문제로 볼 것인지 노경(勞經)문제로 볼 것인지에 달려있다. 기아차처럼 밥먹듯 파업을 하는 기업은 ‘근로자와 고용주’라는 대립적 노사문화를 가지고 있지만 금호고속같은 기업에는 ‘근로자와 경영자’라는 상생의 기업문화가 있다.

“우리회사에서는 노사라는 말 대신 노경이란 단어만 사용합니다. ‘수평적, 동반자적’ 의미가 강한 노경이란 단어를 사용하다보니 노사간의 문제도 생기지 않는다”고 말한 금호고속 김성산 사장의 말을 되새겨 볼 시점이다.

장필수 경제부 차장/bungy@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