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대는 최근 1∼2년 사이 정부 눈치를 살피느라 여념이 없다. 국책사업을 따내거나 예산을 배정받기 위함이 아니다.

그렇다고 곱게 보여 혜택을 보겠다는 심사도 아니다. 단지 정부에 ‘미운털’이 박히거나 오해를 사지 않을까 하는 염려에서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20여년의 임시이사 체제를 마감하고 정상화를 기대해왔던 조선대의 분위기는 이명박 정권 출범 이후 극도로 위축돼 있다. 새 정권이 시작되면서 노무현 정권 때 추진됐던 조선대 정상화 문제가 무산됐기 때문이다.

교육과학기술부는 2006년 임시이사 파견 사학 4곳 중 학교 운영이 정상 궤도에 오른 조선대를 우선적으로 정상화하겠다고 밝혔다. 이 같은 교과부의 방침에 따라 조선대는 정상화 절차를 밟았으나 지난 해 정권이 바뀌자 사정이 180도 변했다.

조선대로 하여금 2년여 동안 정상화 과정을 밟도록 했던 교과부가 돌연 태도를 바꿔 임시이사를 재파견한 것이다.

임시이사 재파견 결정에 대해, 조선대 구성원들은 대학의 정상화 수준이 미흡한데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정부의 조선대에 대한 정치적 판단이 작용했다고 믿고 있다. 즉 정부가 조선대를 좌파 성향의 대학으로 분류하면서 정상화가 지연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지난 2월 사분위 위원으로 선임된 고영주 전 서울남부지검장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사학재단들이 좌파들에게 넘어가는 일이 다시는 없도록 하겠다”고 말한 점에서 보듯 조선대의 우려는 기우(杞憂)가 아님은 확실하다. 조선대의 ‘정부 눈치 보기’는 여기에서 시작된 셈이다.

조선대 측은 한국 현대사 격변기인 1980년대 민주화 과정에서 거의 모든 사학들이 학내 민주화운동을 벌였으며, 조선대도 그중 하나로 비리 경영진을 축출한 것일 뿐인데 20년이 넘는 세월이 흐른 지금 대학을 어떻게 이념의 잣대로 나누느냐고 항변하고 있다. 20년 동안의 경영상태와 학문 성과, 학생 충원율 및 취업률 등으로 정상화 여부를 판가름해달라는 것이다.

최근 보수성향의 선진화교수연합이 국정쇄신을 촉구하는 교수들의 시국선언을 비판한 반(反) 시국선언을 발표하면서 조선대 교수 명단을 도용해 논란이 일었다. 이에 조선대는 대학 또는 교수평의회 차원에서 공식적으로 문제를 제기하려 했다. 하지만 이내 해당 교수 개인의 문제라며 한 발짝 물러섰다.

그 배경에 대해 조선대 관계자는 “어떤 형태로든 집단적으로 나설 경우 일부 보수세력들이 또다시 좌파 대학으로 몰아가지 않을까 우려했다. 하지만 그보다 두려운 것은 이를 빌미로 정상화가 또 미뤄지고 혹여 학생들의 취업에 걸림돌이 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고 토로했다.

자유와 진리를 가르쳐야 할 교수들이 대학 정상화와 졸업생 취업이라는 ‘현실적 대의(?)’를 위해 입을 닫아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다.

/채희종 사회1부 차장 cha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