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 출신 이세돌 9단의 시련이 계속되고 있다.
굵직굵직한 대회에서 잇따라 패하는 등 슬럼프에 시달리고 있고. 자칫 한국기원으로부터 징계를 당할 위기에 처해 있다.
그는 최근 기사직 휴직서를 제출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사태를 더욱 파국으로 몰아가고 있다.
지난 3일 한국기원 등에 따르면 이세돌의 친형인 이상훈 7단이 “세돌이가 정신적, 육체적으로 많이 지쳐 있어 대국을 계속할 상황이 못 된다. 함께 고심 어린 숙고를 거듭한 끝에 본인의 희망대로 휴직을 신청하기로 했다”고 밝혔다는 것이다.
19개월째 연속 국내 랭킹 1위인 이세돌의 휴직이 현실화될 경우 상당한 파장이 예상된다. 이세돌은 현재 국내외 각 2개씩의 타이틀을 보유하고 있고, 6일 후지쓰배 8강전, 9일부터는 TV아시아선수권전 등 국제대회도 줄줄이 잡혀 있다.
바둑계의 가장 큰 걱정은 이세돌의 슬럼프가 오래 지속되고 있다는 점이다. 이세돌은 지난해 상금왕과 2008 바둑대상 최우수상을 차지하면서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하지만 지난 2월부터는 과거의 날카로움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이세돌은 지난 1월에 제13회 삼성화재배 우승으로 대회 2연패와 통산 10번째 세계대회 우승을 일궈냈다.
또 이어진 제52기 국수전에서 우승. 대회 2연패를 달성하며 ‘센돌’의 위력을 국내외에 여과 없이 뽐냈지만 2월 들어 갑자기 내리막길로 접어들기 시작했다.
박카스배 천원전 결승에서 강동윤에 3-2로 패해 준우승에 머물렀고. 이어진 LG배 결승에서는 라이벌인 중국의 구리 9단에 2-0으로 맥없이 무너졌다.
3월에도 KBS바둑왕전에서 이창호 9단에 2-1로 패해 또다시 준우승에 그쳤다. 4월에는 화제가 된 제1회 BC카드배에서 결승에 오르지도 못하고 본선 4강으로 만족해야 했다.
올해 이세돌의 전적은 17승8패(승률 68%)에 불과해 다승 6위로 처진 상황이다.
슬럼프가 길어지면서 스트레스 탓인지 튀는 행동도 잦았다. 한국기원 프로기사회가 문제삼고 있는 이세돌의 돌출 행동은 ▲이세돌의 한국바둑리그 불참 ▲중국바둑리그에서 받는 대국료 중 5%를 기사회에 내지 않는 문제 ▲기보 저작권을 한국기원에서 일괄 관리하는 방안에 동의하지 않은 것 ▲시상식에 불참하는 것 등이다.
이 밖에 한국기원이 기보 저작권을 관리하자는 방안에 이세돌만이 서명하지 않고 있으며, 지난해 말 한국바둑리그 시상식에 이 9단이 불참한 것도 도마 위에 오르고 있다.
기사 총회는 한국기원의 방침을 결정하는 기구는 아니지만 기사회의 의견은 한국기원의 최고의사결정 기구인 이사회에서 대부분 채택된다.
기사회는 지난달 26일 총회를 소집해 “이세돌이 그간 보여준 여러 돌출행동에 대해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한다”는 안건을 찬성 86, 반대 37, 기권 2표로 통과시켰다.
그동안 이세돌과의 불협화음을 우려해 조용히 넘어가는 분위기였지만 이번에는 한국기원 이사 가운데 상당수가 그의 문제에 대해 매우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기사직 휴직과 관련된 한국기원 내규에는 본인이 희망할 경우 1년 단위로 허가한다고 돼 있다.
/오광록기자 kro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