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30일 광주시립무용단의 ‘명성황후’가 공연중인 광주문예회관 대극장.
몸짓만으로 모든 것을 표현하는 발레 공연은 관람객의 이해를 돕기 위해 각 장마다 자막 해설을 하는 게 보통이다. 특히 이날 공연된 ‘명성황후’는 관객들에게 익숙치 않은 ‘창작발레’라는 점에서 해설은 필수였다.
문예회관 측은 이날 LCD 프로젝터를 준비, 무대 옆 벽면에 자막해설을 띄웠다. 하지만 무대 오른쪽 뒷편에 앉았던 기자는 해설을 읽을 수 없는 낭패를 겪었다. 자막 해설이 무대 양편이 아닌, 오른쪽에만 설치돼 있었기 때문이다.
기자처럼 ‘사각지대’에서 공연을 관람하고 나오던 한 관객은 “스토리를 제대로 알고 봤으면 훨씬 재미있었을 텐데, 내 자리에서는 자막을 읽을 수 없었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같은 일이 벌어진 건 문예회관이 갖고 있는 LCD 프로젝터가 한 대 뿐이었기 때문이었다. 관객들을 배려하는 가장 기본적인 장비조차도 갖추지 않은 셈이다.
제작진은 당초 명성황후 진혼제 장면에서 승강무대 3개를 활용하려 했다. 하지만 공연에서 사용된 것은 두 대뿐이었다. 승강무대 한 대가 작동은 하지만, 안전성에 문제가 있어 공연 중 문제가 발생할 여지가 있다는 판단이 섰기 때문이다.
문예회관이 좀처럼 접하기 어려운 대작공연을 준비해 놓고도 무대 장치 준비 미비로 좀 더 극적인 효과를 살릴 수 있는 부분을 표현해내지 못한 건 아쉬웠다.
지난해 말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공연차 문예회관을 찾았던 가수 장사익씨는 깜짝 놀랐다. 때가 덕지 덕지 낀 벽이며, 페인트가 벗겨진 복도를 보던 장씨는 관장에게 직접 현장을 보여주며 광주 최고의 공연장 수준이 너무 형편 없다고 말했다. 다행히 추경예산이 잡혀 7월 복도와 분장실을 개보수할 예정이지만 체면을 구기고 말았다.
최근 공연계에서 화제가 된 건 유·스퀘어 문화관의 개관이다. 1991년 문을 연 문예회관과 지난달 개관한 유·스퀘어 문화관을 단순 비교할 순 없지만, 첨단 음향시설과 연습실 등을 갖추고 있고, 다양한 운영 시스템 도입한 유·스퀘어 문화관을 보고 문예회관의 현주소가 떠오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최근 문예회관도 나름대로 변신을 했다. 티켓 박스도 마련하고, 관객들의 최대 불만 사항이었던 화장실 리모델링도 마쳤다. 올 여름에는 소극장 무대 장비 일부도 보수한다.
하지만 광주 최고 공연장의 명성을 유지하려면 가야할 길이 멀다. 광주시는 매년 찔끔 예산을 투입, 임기응변식으로 개보수를 할 게 아니라, 장기적인 계획과 집중 투자로 문예회관을 명실상부한 ‘공연명소’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김미은 문화부 차장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