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워낭소리’를 상영중인 광주극장 관계자를 취재중이었지만 도저히 이야기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끊임 없이 울려대는 문의전화 때문이었다. ARS 시스템을 도입하지 않고 있는 터라 직원들은 전화 받느라 정신이 없었다. 오후가 되면 직원들 모두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을 지경이다.
인근 주차장도 주말이면 극장 관객들로 정신이 없기는 마찬가지. 길게 줄을 선 관객들 모습에 이웃한 가게 주인들도 눈이 휘둥그레졌다.
요즈음 예술영화 전용관인 광주극장의 풍경은 조금 과장해서 말하면 ‘작은 기적’처럼 보인다. 광주극장의 연 관람객이 2만명 수준인데 ‘워낭소리’ 한편만으로 10일 현재 7천여명의 관객을 모았다.
광주극장이 북적북적해지자 극장 관계자 만큼 즐거워하는 사람들이 많다. 멀티플렉스에서는 접할 수 없는 ‘귀한’ 영화들을 볼 수 있어 행복해했던 영화팬들이다. ‘워낭소리’ 이전까지 인디영화와 독립영화 흥행 기록을 갖고 있던 ‘원스’와 ‘우리 학교’를 볼 수 있었던 유일한 곳이 광주극장이었다. 다니엘 데이 루이스에게 아카데미 주연상을 안긴 ‘데어 윌 블러드’와 ‘렛미인’을 상영한 극장도 광주극장이 유일했다.
조금은 썰렁한 객석을 볼 때마다 광주극장이 사라질까 마음 졸였던 이들에게 꽉 찬 로비와 줄 서 있는 관객의 모습은 “사진을 찍어둬야 하는” 기념할 만한 풍경이다.
지난 8일 관객과의 대화에 참여한 ‘워낭소리’ ‘우리학교’의 고영재 PD는 “멀티플렉스에서도 상영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워낭소리’를 가장 먼저 알아봐 준 광주극장에서 관람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광주극장을 지켜달라”는 고PD의 말에 관객들은 뜨거운 박수로 답했다.
사실, 고질적인 경영난으로 극장측은 지난해말 운영 여부를 놓고 심각한 고민에 빠졌었다. 하지만 좌절하지 않고 ‘한국예술영화전용관협회’에 참여하는 등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기 시작했고 ‘워낭소리’의 흥행으로 숨통이 트이게 됐다. 또 최근에는 학교보건법 위반을 이유로 극장 폐쇄 이전 명령을 받은 후 10년 가까이 끌어왔던 소송에서 승소, 심리적 부담감도 털어냈다.
물론 흥행작 한편이 갑자기 광주극장의 위상을 업그레이드시키는 건 아니다. 하지만 ‘워낭소리’를 통해 ‘작은 영화’에 관심을 갖게 되고, 세월의 더께가 쌓인 문화 공간의 중요성을 알게 된 사람이 늘었다는 점에서도 이 영화가 갖는 의미는 특별해 보인다.
‘워낭소리’를 상영했던 멀티플렉스 가운데 고PD가 배급할 로테르담영화제 수상작 ‘똥파리’와 ‘농민가’를 상영할 극장은 몇 곳이나 될까. 정확히 알 수는 없으나 장담할 수 있는 건 이 영화를 ‘광주극장’에서는 볼 수 있다는 것이다.
/김미은기자 me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