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7년 11월26일 오후 7시30분(현지 시각). 제142회 BIE(세계박람회기구) 총회가 열리고 있는 프랑스 파리의 컨벤션센터 ‘팔레 드 콩그레’에서는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국을 결정하기 위한 2차 투표가 막 시작됐다. 140개 BIE 회원국 대표단이 직전에 실시한 1차 투표에서는 여수 68표, 모로코 탕헤르 59표, 폴란드 브로츠와프 13표로 누구도 과반수를 확보하지 못한 상황. 투표를 하러 단상으로 올라가는 회원국 대표 한 명 한 명을 바라보는 한국 대표단의 얼굴 표정에 긴장이 흘렀다. 투표 시작 15분 만에 발표된 2차 투표 결과는 여수 77표, 모로코 63표.
박준영 전남도지사, 오현섭 여수시장, 한승수 총리 등 총회장에서 가슴을 졸이던 한국대표단은 손을 맞잡고 만세를 부르며 눈물을 흘렸고, 한국에서 방송을 통해 투표결과를 지켜보던 국민도 서로 얼싸안고 감격에 겨워했다.
여수가 2012년 세계박람회 유치에 성공하고, 전 국민이 한데 어울려 기쁨을 나눴던 것이 불과 1년 전 일이다. 하지만, 그날의 기쁨과 흥분, 감격은 벌써 사라져버린 듯하다. 전남 지역민들이 여수박람회를 획기적인 지역발전의 계기로 삼으려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정부는 오히려 박람회의 규모를 축소하려는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지난달 25일 정부가 확정·발표한 ‘여수박람회 종합기본계획’ 역시 지역민들의 기대를 충족시키기엔 미흡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박람회 총 사업비로 예정된 2조3천886억 원 가운데 30%에 이르는 7천107억 원을 민간투자 유치로 충당키로 한 것은 SOC건설을 제외한 나머지 대부분의 사업을 민간에 떠넘긴 것이나 다름없다는 점에서, 지난 2004년 12월 박람회 유치를 국책사업으로 추진했던 당시의 의지가 퇴색한 것이라는 얘기다.
또 지난 9월 발표된 기본계획안에 비해 박람회장에 설치될 전시관 수가 8개 관 16개 동에서 7개 관 12개 동으로 줄어든데다, 전시관 면적도 애초 10만8천308㎡에서 9만4천494㎡로 축소됐다는 점, 박람회 관광객 유치에 결정적 역할을 수행할 여수공항 확장문제가 매듭지어지지 않았다는 점도 지역민의 불만을 사고 있다.
2012 세계박람회는 전남과 여수만을 위한 사업이 아니다. 국가적으로는 전남 동남권과 경남지역의 발전을 견인함으로써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하게 해주는 것은 물론, 전세계에 한국과 여수를 알림으로써 국가경쟁력을 키울 수 있는 핵심사업이기도 하다.
이제 박람회까지는 3년여밖에 남지 않았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지난 2007년 11월 26일 박람회 유치 성공의 기쁨을 되새기며, 초심으로 되돌아가야 할 때다.
/홍행기 정치부 차장 redplane@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