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불펜 코치 “KIA 마운드는 강하다…더 성장하도록 돕겠다”
2024년 12월 03일(화) 00:00
“행복한 시즌 보냈다”
선발진 줄부상 이탈 악재 속
마무리 정해영 부재 컸지만
필승조 덕분에 위기 넘겨
선수들 ‘일희일비’ 하지 말고
스스로를 믿으며 커 나가길
KIA 타이거즈의 이동걸<사진> 불펜 코치가 “100m 신기록을 달성했다”며 활짝 웃었다.

올 시즌부터 KIA의 불펜 코치로 함께 한 이동걸 코치는 우승 순간을 생각하면 지금도 행복하다. 이동걸 코치는 “불펜에서 덕아웃까지 100m 신기록 될 정도로 뛰었다. 코치님들이 ‘너 덕아웃에 있었어?’라고 말할 정도로 번개같이 뛰었다. 너무 행복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마무리 정해영 덕분에 놀라운 스피드를 발휘한 이동걸 코치, 올 시즌 돌아봤을 때 가장 힘든 순간에도 정해영이 있었다.

KIA는 올 시즌 선발진이 무려 4명이나 부상으로 이탈하는 초대형 악재를 겪었다. 불펜에서 뒷심 싸움을 이끈 이동걸 코치 입장에서는 선발진 공백도 컸지만 마무리 정해영의 부재가 더 크게 느껴졌다.

이 코치는 “벤치에서 선발진 부상으로 운영에 어려움이 많았을 것이다. 불펜에서는 정해영이 빠졌을 때가 더 어렵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때 전상현이 너무 잘 해줬다”며 “기본적으로 필승조 라인이 잘 구축돼 있었다. 어떤 한 명이 빠지더라도 장현식, 전상현, 곽도규, 이준영 이런 선수들이 어려운 경기들을 잘 막아줬다”고 언급했다.

정해영의 부상 복귀로 후반 싸움을 만들어 간 이동걸 코치, 하지만 6~7월 부침의 시간도 있었다.

이 코치는 “중간에 6~7월에 부침을 겪었는데 그때 이후로는 선수들도 본인을 더 믿게 되는 계기가 된 것 같다”면서 “한 번 안 좋았을 때, 안 좋은 것을 끄집어내서 본인을 의심시키는 것보다는 ‘가장 강한 투수이기 때문에 이 상황에 나간다’라는 믿음을 주면 선수들이 한 번의 실패에 흔들리지 않고 또 나갈 수 있다. 그런 부분 많이 노력했는데 선수들이 잘 극복해 줬다”며 위기 후 선수들이 성장했다고 말했다.

선수들의 성장과 성공을 위해 이 코치가 강조하는 부분은 바로 ‘오늘’이다.

이 코치는 “선수들이 뭘 해야 할지를 먼저 정하고, 스스로 생각하면서 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시즌 초보다 말미에, 시리즈 준비할 때도 많이 좋아졌던 것 같다”며 “선수들이 힘을 쓰는 날과 쓰지 않는 날들을 구분하기 시작하면서 창의성이 올라간 것 같다”고 평가했다.

또 “하루하루 결과에 대한 싸움을 한다. 그러다 보니까 결과가 안 나왔을 때는 또 잘하는 거는 잊어버리고 하루 종일 나를 의심한다. 그 다음날 나가서 연습할 때 끊임없이 해보고 이런 것들이 많은데 그것보다는 정확한 스케줄과 정확한 루틴으로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며 “결과는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 프로선수로서 한 시즌을 보내는 방법에서 선수들이 발전한 것 같다”고 덧붙였다.

‘초심’으로 2025시즌을 준비하고 있는 KIA에는 ‘장현식 이탈’이라는 변수가 있다. 이 코치는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미래 선수들이 자신감을 가지고 경쟁에 뛰어들 수 있도록 지도했다.

이 코치는 “캠프가 힘든 게 같은 연습을 계속하니까 본인하고 싸우게 되는 시간이 많다. 시합을 하면 결과에 대해 흡족함도 느끼고, 자신감도 얻을 수 있다. 그런데 연습은 오늘 잘 되다가도 내일 안 되면 나한테 의심을 품기 시작한다”며 “캠프에 온 선수들은 아직 결과를 낸 선수들이 아니니까 본인하고 싸우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았다. 그런 부분을 해소해 주기 위해 노력했다. 가진 장점을 부각하고 의심을 차단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말했다.

또 하나 강조한 부분은 ‘실전’이었다.

이 코치는 “팀에 유망주 선수가 정말 많다. 그런데 그 선수들이 1군의 경기장 환경이라든가, 압박적인 상황 속에서 본인의 공을 던질 수 있게 해주는 게 중요하다. 연습량도, 선수를 몰아붙여서 성장시키는 것도 중요하지만 내가 가진 생각을 하나부터 열까지 할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주는 게 중요하다”며 “자기 공을 던질 수 있는 루틴을 만들어주고, 심리적으로 쫓기지 않고 잘할 수 있는 것을 하게 하면서 결과가 나오다 보면 선수들이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행복한 시즌’이었다고 말하는 이 코치, 세심하게 선수들과 소통했던 만큼 함께 하지 못한 선수들을 떠올렸다.

이 코치는 “KIA 마운드는 강했고, 선수들도 좋은 것들을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같이 호흡하면서 할 수 있다는 것 자체가 행복했다. 한 시즌 너무 행복했다”면서도 “시리즈에 한 번도 못 나간 선수들도 있었다. 준비도 잘 됐고, 컨디션도 다 좋았다. 마지막에 불펜에서 일렬로 어깨동무하고 기다렸는데, 못 나간 선수들에게 고맙기도 했고 최선을 다해서 잘했다고 이야기를 해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또 “144경기를 하면서 같이 함께했던 선수 중에서 엔트리에 못 든 선수들도 있다. 그 선수들의 노고도 있었기 때문에 마지막에 영광을 누릴 수 있었다. 끝까지 함께 하지 못했지만 감사하다고, 너무 고맙다고 전하고 싶다”고 밝혔다.

/김여울 기자 wool@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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