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규 투자로 일자리 늘고 지역기업들에 많은 기회 제공”
2024년 07월 07일(일) 19:10 가가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人 이동훈 광주신세계 대표
광주터미널 등 개발 매장 3배 이상 늘어나고 브랜드 500개 증가
갈수록 커지는 지역자본 역외 유출, “새로운 변신과 혁신으로 막을 것”
광주터미널 등 개발 매장 3배 이상 늘어나고 브랜드 500개 증가
갈수록 커지는 지역자본 역외 유출, “새로운 변신과 혁신으로 막을 것”
광주일보가 만난 경제인 이동훈 광주신세계 대표
상인, 즉 장사꾼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남긴다. 좋은 물건을 싸게 확보하고, 적절하게 자신의 이윤을 조정하면서 수요를 일으켜 파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흔히 상도덕(商道德)이라고 한다. 상거래를 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없이 오랜 시간 신뢰를 쌓으며 어마어마한 부까지 일군 상인, 또는 상점이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은 지역의 큰 복이다. 그들은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갈 것이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른 상인, 상점, 아니 그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사마천의 ‘사기열전’ 제69 화식열전(貨殖列傳)에서는 춘추전국시대 재물을 늘려 부를 쌓은 사람들의 이야기가 수록되어 있다. 그 중 월나라의 신하였던 범려는 치이자피, 도주공 등으로 불리며 19년 동안 천금을 세 번이나 모아 유명해졌는데, 가족과 주변 사람들을 도왔고 그들 역시 부유해졌다. 그의 이러한 모습에 사마천은 ‘부유하면 즐겨 그 덕을 행하는 표본’이라고 치하했다. 상인을 천대했던 조선시대, 거상(巨商)이라는 이름에 벼슬도 얻은 임상옥은 늘 계영배(戒盈杯)를 보며 자신을 경계했다. 자신의 재물이 지나칠 것을 염려한 것이다.
과거를 보고 현재를 판단하며, 현재를 살펴 미래를 가늠해 볼 수 있다.
1995년 8월 최초로 광주의 지역법인으로 출발해 30년 간 호남 최대도시 광주 상업의 핵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주신세계의 이동훈(56) 대표를 만났다. 호남의 쇠락은 곧 타 지역 소비자의 쇼핑 감소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전남, 전북, 경남에서 찾아왔던 고객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전, 대구, 부산 등 다른 광역시들의 백화점들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였지만, 광주는 정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호남 최대의 장사꾼, 이 대표가 광주신세계의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광주를 흥하게 하는 법, 백화점 이용법, 성공한 투자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 광주신세계, 호남에서는 최고지만 전국적으로 보면 어느 정도 수준인가.
▲광주신세계의 매출은 지난해 8500억원 정도다. 전국 백화점 가운데 14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신세계 강남점이 3조원을 돌파했으니까 그 4분의1이다. 1995년 4월 오픈할 당시 2000억원이 안 됐으니까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맞지만 이제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할 때다.
= 광주신세계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결국 백화점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는 브랜드들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서 결판이 난다. 기본적으로 매장 면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의 매장 면적은 전국에서 80위권이다. 브랜드도 530여개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너무도 다양한 지금,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브랜드를 찾아 광주시민도 서울 백화점을 수시로 가는 시대다.
= 좀 더 들어가보자. 백화점 고객의 역외유출이 심각한가.
▲신세계 전국 지점 매출을 살펴보면 광주·전남 시도민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지점에서 3000억원 정도를 소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다른 백화점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까지 보고 있다. 백화점이 트랜드를 따라가거나 리딩하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보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지난 2002년 1층에 명품 매장을 설치하면서 광주신세계의 매출이 그야말로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약진을 했다. 이제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야 할 시기다.
= 광주신세계의 새로운 길이 광주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
▲광주신세계에는 30년 근속한 직원들이 수두룩하다. 유통업 종사자의 경우 고임금까지는 아니지만 전문 자격이 없어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다. 따라서 누구나 성실하게 근무하면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 신규 투자를 통해 브랜드가 500개 증가하면 일자리 1500개가 생긴다. 매장만이 아니라 부속 시설까지 합치면 2000개 이상이다. 물류 등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지역 기업들에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들이 생긴다. 광주신세계는 지역법인으로 30년 동안 변함없이 지역 기업, 소상공인 등을 도와 왔으며, 앞으로 더 그렇게 할 것이다. 광주신세계의 지역 기여 규모도 따라서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시설이 생긴다. 지역 경제에 유무형으로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부한다.
= 광주신세계의 새로운 길을 설명할 기회를 드리겠다.
▲광주신세계가 1995년 8월 개점한 뒤 2002년 상장했는데, 시가총액이나 주가는 답답한 수준이다. 너무도 우량한 기업이 유보금을 2400억원이나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주주들의 불만도 있었다. 여러 고민(신세계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신규 투자를 통해 광주신세계 매장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끝에 현재 금호고속(주)이 가지고 있는 백화점을 제외한 광주종합터미널과 주변 부지를 4700억원에 인수했다. 7개 금융기관을 통해 3.5%의 금리로 회사채 27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호고속(주)에 현 백화점 건물에 대한 보증금 5270억원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신세계는 이제 이 일대에 대한 개발 권한과 터미널 사업권까지 확보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터미널에 복합문화시설 ‘아트앤컬쳐파크(Art & Culture Park)’를 짓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매장이 3배 정도로 커지고, 1000여 개의 핫한 브랜드를 넣을 예정이다. 비쇼핑시설, 다시 말해 공연장, 전시장, 식당, 그 외 편의시설 등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쇼핑하기 위해, 구경하기 위해, 즐기기 위해, 트랜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광주신세계로 오는 상상을 해본다.
= 광주신세계의 신규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 광주신세계는 상업자본이며, 지금까지 얻은 수익과 차입금, 회사채 등 외부 자금을 투자한다. 건설자본이 아파트를 지어 분양, 대규모 수익을 실현한 뒤 그 일부를 투자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난개발 논란도 없고 과도한 혜택을 바란 적은 더욱 없다. 오로지 장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 문제에 대해 봐보자.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고, 잠재적 고객인 시민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장사를 잘할 수는 없다. ‘시장 논리’인 것이다. 우선 어느 정도 불편이나 비판을 극복·감수할 수 있는 매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외면할 정도의 교통시스템이라면 망하는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살아남기 위해서 혁신해왔고, 고객들의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한다. 앞으로도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 너무 회사 이야기만 했다. 인간 이동훈, 어떤 사람인가.
▲2대째 장사꾼이다. 상인의 피를 물려받았고, 상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세계인’이다. 1993년 11월 입사했으니 올해로 32년째다. 고향은 마산(창원)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2019년 2월 광주신세계로 와 ‘광주인’이 됐다. 아이들 다 키우고 부부가 이 도시로 주소지를 옮겨 5년 이상 살고 있다.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 전공은 국문학이었다.
= 소위 잘 나가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점장을 하다가 광주로 왔다.
▲인사가 있자마자 부산이 고향인 장인어른이 전화를 하셨는데, 첫 마디가 “와그리됐노”였다. 좌천 정도로 생각하신 것 같았다. 사실 광주신세계는 지역법인이기 때문에 승진 성격이 강한데, 서울을 떠나 거리가 먼 지방, 그것도 광주라는 도시로 간다고 하니 그러신 것이다. 지금은 광주의 삶에 굉장히 만족한다. 광주는 독특한 역사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시아, 세계적으로도 소중한 가치다. 다른 도시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이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더 명징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임을 시민들이 얼마나 체감할 것인가. 시민들의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가꿔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 외지인으로, 광주에 적응하면서 꽤 힘들었을 것이다.
▲(웃으며)사실 그랬다. 지금은 인맥이 생기고, 제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그러기 전 광주는 좀 어려웠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 없다고나 할까. ‘아는 사람’이 중요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부탁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식당, 골프장 등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잦다. 오래 살며 정착하면 편하지만, 외지인들에게 있어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광주가 좀 더 커지고, 다른 지역과 교류·소통을 보다 늘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광주신세계가 외지인들이 광주를 찾게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 궁금한 것이 있다. 다른 백화점을 가보는가.
▲물론이다. 전국 백화점들을 다 가봤다. 주로 광주신세계가 갖지 못한 브랜드, 콘텐츠 등을 살펴본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비교와 경쟁은 성장과 발전의 기폭제가 된다. 요즘은 F&B(식품 음료)를 주로 살핀다. 백화점의 잠재적 고객이자 트랜드에 굉장히 민감한 MZ 세대들의 백화점 소비가 주로 여기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충성도가 높고, 핫하며,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스스로 홍보한다. 인스타,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알려주니 적극적인 우군이 될 수 있다. 광주신세계 매출에서 1.5% 정도의 비중이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 상인 가운데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주영 신세계 대표를 꼽고 싶다. 그는 CFO(최고재무관리자) 출신으로 점장 등 현장 경험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상거래를 완벽히 이해해 그 자리에 올랐다. 하나를 잘하면 여러 분야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분이다.(박주영 대표는 현재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를 겸직하고 있으며, 강진 출신이다. 광주고를 나와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수장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호남 출신 유통맨이다.)
= 재미 없다. 그럼 자신이 한 투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은.
▲결혼이다. 지금까지 제가 선택한 것 가운데 가장 잘했고, 이익이 되는 장사다. 제 처는 저와 완전히 다른 성장 과정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진보적인 사고로 항상 자극을 준다. 조금 안일하거나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광주로 내려올 때도 전혀 고민 없이 저를 따라왔다.(이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지불하느냐는 추가 질문에 충분히 지급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 광주를 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조언한다면.
▲신세계 전국 지점 가운데 광주신세계의 넥타이 매출이 가장 낮다. 이는 샐러리맨의 수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상업, 금융업, 제조업 등의 투자를 보다 긍정적 시각에서 봐주셨으면 한다.
= 양극화가 심각하다. 유통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대표의 생각은.
▲공감한다. 지난 7월 3일자 광주일보 1·3면 톱기사를 잘 읽었다.(광주일보는 지난 7월 3일 ‘쇠락하는 전통시장 수백억 투입해도 공실률만 늘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광주만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인데. 해법을 찾기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이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추세나 트랜드를 따라가면서도 본래 가졌던 장점들을 잘 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광주신세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 백화점 쇼핑에 대해 조언한다면.
▲백화점은 꿈을 판다. 소위 생필품을 사려고 백화점을 오는 사람은 소수이며, 대부분 고객은 사치재를 구매한다. 사치재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부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객들은 좀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때의 기쁨을 간직하고,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며 돈을 모은다. 쇼핑만 하지 말고 다채로운 시설, 고급 서비스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구석구석에 걸려 있는 미술품들도 ‘억소리’ 나는 것들인데, 임대해서 거는 것도 있어 매달 달라진다.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즐거움이 커질 것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
상인, 즉 장사꾼은 거래를 통해 이익을 남긴다. 좋은 물건을 싸게 확보하고, 적절하게 자신의 이윤을 조정하면서 수요를 일으켜 파는 것이 그들의 일이다. 흔히 상도덕(商道德)이라고 한다. 상거래를 하면서 지켜야 할 기본적인 윤리 같은 것이라고 할 수 있다. 거짓없이 오랜 시간 신뢰를 쌓으며 어마어마한 부까지 일군 상인, 또는 상점이 지역에 존재한다는 것은 지역의 큰 복이다. 그들은 일자리를 만들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여갈 것이며, 사람들을 불러 모아 다른 상인, 상점, 아니 그 도시 전체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다.
1995년 8월 최초로 광주의 지역법인으로 출발해 30년 간 호남 최대도시 광주 상업의 핵심으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광주신세계의 이동훈(56) 대표를 만났다. 호남의 쇠락은 곧 타 지역 소비자의 쇼핑 감소에서도 느낄 수 있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전남, 전북, 경남에서 찾아왔던 고객들이 어느 순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대전, 대구, 부산 등 다른 광역시들의 백화점들이 세계와 경쟁하기 위해 몸집을 키우고 서비스의 수준을 높였지만, 광주는 정체돼 있었다는 것이다. 호남 최대의 장사꾼, 이 대표가 광주신세계의 과거·현재·미래, 그리고 광주를 흥하게 하는 법, 백화점 이용법, 성공한 투자 등을 솔직하게 털어놓았다. 다음은 일문일답.
▲광주신세계의 매출은 지난해 8500억원 정도다. 전국 백화점 가운데 14위 수준이라고 보면 된다. 신세계 강남점이 3조원을 돌파했으니까 그 4분의1이다. 1995년 4월 오픈할 당시 2000억원이 안 됐으니까 비약적인 성장을 한 것은 맞지만 이제 새로운 변신을 해야 할 때다.
= 광주신세계가 여러 시도를 하고 있다.
▲결국 백화점은 소비자들의 수요가 있는 브랜드들을 얼마나 확보하는가에서 결판이 난다. 기본적으로 매장 면적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이다. 광주신세계의 매장 면적은 전국에서 80위권이다. 브랜드도 530여개에 불과하다. 소비자들의 수요가 너무도 다양한 지금,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은 브랜드를 찾아 광주시민도 서울 백화점을 수시로 가는 시대다.
= 좀 더 들어가보자. 백화점 고객의 역외유출이 심각한가.
▲신세계 전국 지점 매출을 살펴보면 광주·전남 시도민이 서울, 부산, 대구, 대전 등의 지점에서 3000억원 정도를 소비한 것으로 보인다. 아마도 다른 백화점까지 포함하면 5000억원까지 보고 있다. 백화점이 트랜드를 따라가거나 리딩하는 업종이라는 점에서 보면 한계에 이르고 있다고 할 것이다. 지난 2002년 1층에 명품 매장을 설치하면서 광주신세계의 매출이 그야말로 퀀텀 점프(Quantum Jump), 대약진을 했다. 이제는 새로운 길로 들어서야 할 시기다.
= 광주신세계의 새로운 길이 광주에 어떤 이익을 주는가.
▲광주신세계에는 30년 근속한 직원들이 수두룩하다. 유통업 종사자의 경우 고임금까지는 아니지만 전문 자격이 없어도 쉽게 진입할 수 있는 업종이다. 따라서 누구나 성실하게 근무하면 직업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다. 앞으로 신규 투자를 통해 브랜드가 500개 증가하면 일자리 1500개가 생긴다. 매장만이 아니라 부속 시설까지 합치면 2000개 이상이다. 물류 등 관련 산업이 발전하고, 지역 기업들에게 소비자들을 만날 수 있는 더 좋은 기회들이 생긴다. 광주신세계는 지역법인으로 30년 동안 변함없이 지역 기업, 소상공인 등을 도와 왔으며, 앞으로 더 그렇게 할 것이다. 광주신세계의 지역 기여 규모도 따라서 늘어날 것이다. 여기에 광주를 찾는 관광객들이 둘러볼 수 있는 시설이 생긴다. 지역 경제에 유무형으로 엄청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자부한다.
= 광주신세계의 새로운 길을 설명할 기회를 드리겠다.
▲광주신세계가 1995년 8월 개점한 뒤 2002년 상장했는데, 시가총액이나 주가는 답답한 수준이다. 너무도 우량한 기업이 유보금을 2400억원이나 가지고 무엇을 하고 있느냐는 주주들의 불만도 있었다. 여러 고민(신세계그룹은 지난 2022년부터 신규 투자를 통해 광주신세계 매장을 넓히기 위해 안간힘을 써왔다) 끝에 현재 금호고속(주)이 가지고 있는 백화점을 제외한 광주종합터미널과 주변 부지를 4700억원에 인수했다. 7개 금융기관을 통해 3.5%의 금리로 회사채 2700억원을 발행해 자금을 조달했다. 금호고속(주)에 현 백화점 건물에 대한 보증금 5270억원을 내고 사용하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광주신세계는 이제 이 일대에 대한 개발 권한과 터미널 사업권까지 확보한 것이라고 보면 된다. 터미널에 복합문화시설 ‘아트앤컬쳐파크(Art & Culture Park)’를 짓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매장이 3배 정도로 커지고, 1000여 개의 핫한 브랜드를 넣을 예정이다. 비쇼핑시설, 다시 말해 공연장, 전시장, 식당, 그 외 편의시설 등 세계적인 수준의 콘텐츠를 다각도로 검토하고 있다. 쇼핑하기 위해, 구경하기 위해, 즐기기 위해, 트랜드를 보기 위해 전국에서 광주신세계로 오는 상상을 해본다.
= 광주신세계의 신규 투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도 있는 것이 사실이다.
▲그것에 대해 말할 수 있는 기회를 줘 감사하다. 광주신세계는 상업자본이며, 지금까지 얻은 수익과 차입금, 회사채 등 외부 자금을 투자한다. 건설자본이 아파트를 지어 분양, 대규모 수익을 실현한 뒤 그 일부를 투자하는 방식과는 근본적으로 다르다. 난개발 논란도 없고 과도한 혜택을 바란 적은 더욱 없다. 오로지 장사를 더 잘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교통 문제에 대해 봐보자. 고객들을 불편하게 하고, 잠재적 고객인 시민들의 비판을 받으면서 장사를 잘할 수는 없다. ‘시장 논리’인 것이다. 우선 어느 정도 불편이나 비판을 극복·감수할 수 있는 매력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고객이 외면할 정도의 교통시스템이라면 망하는 것이다. 광주신세계는 살아남기 위해서 혁신해왔고, 고객들의 신뢰를 받았기 때문에 지금도 존재한다. 앞으로도 그 신념에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 너무 회사 이야기만 했다. 인간 이동훈, 어떤 사람인가.
▲2대째 장사꾼이다. 상인의 피를 물려받았고, 상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하는 ‘신세계인’이다. 1993년 11월 입사했으니 올해로 32년째다. 고향은 마산(창원)인데, 서울에서 대학을 다녔고, 2019년 2월 광주신세계로 와 ‘광주인’이 됐다. 아이들 다 키우고 부부가 이 도시로 주소지를 옮겨 5년 이상 살고 있다. 이상하게 생각할 수 있지만 대학 전공은 국문학이었다.
= 소위 잘 나가는 영등포 타임스퀘어점 점장을 하다가 광주로 왔다.
▲인사가 있자마자 부산이 고향인 장인어른이 전화를 하셨는데, 첫 마디가 “와그리됐노”였다. 좌천 정도로 생각하신 것 같았다. 사실 광주신세계는 지역법인이기 때문에 승진 성격이 강한데, 서울을 떠나 거리가 먼 지방, 그것도 광주라는 도시로 간다고 하니 그러신 것이다. 지금은 광주의 삶에 굉장히 만족한다. 광주는 독특한 역사와 정체성을 가지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만이 아니라 아시아, 세계적으로도 소중한 가치다. 다른 도시를 벤치마킹하기보다는 이 도시가 가진 정체성을 더 명징하게 공유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예를 들어 광주가 아시아문화중심도시임을 시민들이 얼마나 체감할 것인가. 시민들의 시각에서 도시를 바라보고 가꿔가는 노력이 있었으면 한다.
= 외지인으로, 광주에 적응하면서 꽤 힘들었을 것이다.
▲(웃으며)사실 그랬다. 지금은 인맥이 생기고, 제가 어느 정도 알려졌지만, 그러기 전 광주는 좀 어려웠다. 대도시임에도 불구하고 익명성이 없다고나 할까. ‘아는 사람’이 중요하고, 무슨 일이 있으면 부탁하는 것이 너무도 자연스럽다. 식당, 골프장 등에서 아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도 잦다. 오래 살며 정착하면 편하지만, 외지인들에게 있어 폐쇄적이라는 것이다. 광주가 좀 더 커지고, 다른 지역과 교류·소통을 보다 늘려 다양한 가치가 공존하는 도시가 되었으면 한다. 광주신세계가 외지인들이 광주를 찾게 하는 하나의 요소로 작용했으면 좋겠다.
= 궁금한 것이 있다. 다른 백화점을 가보는가.
▲물론이다. 전국 백화점들을 다 가봤다. 주로 광주신세계가 갖지 못한 브랜드, 콘텐츠 등을 살펴본다. 어느 분야나 그렇겠지만 비교와 경쟁은 성장과 발전의 기폭제가 된다. 요즘은 F&B(식품 음료)를 주로 살핀다. 백화점의 잠재적 고객이자 트랜드에 굉장히 민감한 MZ 세대들의 백화점 소비가 주로 여기서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충성도가 높고, 핫하며, 자발적으로 선택하고 스스로 홍보한다. 인스타, X(옛 트위터),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자신이 좋아하는 아이템을 알려주니 적극적인 우군이 될 수 있다. 광주신세계 매출에서 1.5% 정도의 비중이지만, 굉장히 중요하다.
= 상인 가운데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면.
▲박주영 신세계 대표를 꼽고 싶다. 그는 CFO(최고재무관리자) 출신으로 점장 등 현장 경험이 짧은데도 불구하고 항상 공부하는 자세로 상거래를 완벽히 이해해 그 자리에 올랐다. 하나를 잘하면 여러 분야도 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려준 분이다.(박주영 대표는 현재 신세계와 신세계센트럴시티를 겸직하고 있으며, 강진 출신이다. 광주고를 나와 1985년 신세계에 입사해 수장의 자리에 오른 대표적인 호남 출신 유통맨이다.)
= 재미 없다. 그럼 자신이 한 투자 가운데 가장 성공한 것은.
▲결혼이다. 지금까지 제가 선택한 것 가운데 가장 잘했고, 이익이 되는 장사다. 제 처는 저와 완전히 다른 성장 과정을 가지고 있고, 굉장히 진보적인 사고로 항상 자극을 준다. 조금 안일하거나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면 객관적인 시각에서 해결책을 제시한다. 광주로 내려올 때도 전혀 고민 없이 저를 따라왔다.(이 대표는 컨설팅 비용은 지불하느냐는 추가 질문에 충분히 지급한다고 웃으며 답했다.)
= 광주를 흥하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겠나. 조언한다면.
▲신세계 전국 지점 가운데 광주신세계의 넥타이 매출이 가장 낮다. 이는 샐러리맨의 수가 그만큼 적다는 의미다. 기업을 보다 적극적으로 유치하고, 상업, 금융업, 제조업 등의 투자를 보다 긍정적 시각에서 봐주셨으면 한다.
= 양극화가 심각하다. 유통업에서도 마찬가지인데, 이 대표의 생각은.
▲공감한다. 지난 7월 3일자 광주일보 1·3면 톱기사를 잘 읽었다.(광주일보는 지난 7월 3일 ‘쇠락하는 전통시장 수백억 투입해도 공실률만 늘어’라는 기사를 게재했다.) 광주만이 아니라 모든 도시가 겪고 있는 문제인데. 해법을 찾기 어렵지만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기도 하다. 전통시장, 소상공인 등이 자체 경쟁력을 갖기 위해 추세나 트랜드를 따라가면서도 본래 가졌던 장점들을 잘 융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할 것 같다. 광주신세계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보겠다.
= 백화점 쇼핑에 대해 조언한다면.
▲백화점은 꿈을 판다. 소위 생필품을 사려고 백화점을 오는 사람은 소수이며, 대부분 고객은 사치재를 구매한다. 사치재를 아무런 부담 없이 살 수 있는 부자들도 있겠지만, 대부분 고객들은 좀 고가의 상품을 구매할 때의 기쁨을 간직하고, 선물할 사람을 생각하며 돈을 모은다. 쇼핑만 하지 말고 다채로운 시설, 고급 서비스를 즐겨보는 것도 좋겠다. 구석구석에 걸려 있는 미술품들도 ‘억소리’ 나는 것들인데, 임대해서 거는 것도 있어 매달 달라진다. 여유를 가지고 둘러보면 즐거움이 커질 것이다.
/윤현석 기자 chadol@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