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가 바꾼 여가 문화…마이크 놓고 아령을 들다
2022년 08월 07일(일) 17:50
거리두기 해제에도 회식 줄며 밤 문화 위축
코로나 확산 2년 6개월 동안 노래방·PC방·주점↓
자기 관리 관심 늘며 헬스장·피부관리실 증가

코로나로 회식 문화가 사라진 데다 ‘워라밸’이 확산하면서 여가·놀이문화가 PC방과 노래방, 술자리에서 스포츠와 자리관리로 이동하고 있다.<클립아트코리아>

“사회적 거리두기가 끝나면 괜찮아질 것이라는 마음으로 버텨봤는데….”

광주시 북구에서 노래방을 운영하는 김모(58)씨는 폐업을 고려 중이라고 했다. 코로나19가 촉발한 이후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을 버텨냈지만, 거리두기 완화에도 사정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한다.

김씨는 “조금만 더 버텨보자는 마음으로 지금까지 왔는데 거리두기가 풀렸어도 장사는 예전 같지 않다”며 “코로나19 이전 매출의 절반도 나오지 않는다”고 말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 첫 확진자가 나온 2020년 1월19일 이후 2년 6개월이라는 시간이 흐르면서 일상이 바뀌었다. 이에 따라 대표적인 여가 문화로 꼽혔던 노래방과 PC방 등 주요 생활업종 자영업자들은 사회적 거리두기가 지난 4월 전면 해제됐음에도 근심을 덜지 못하고 있다.

반면 코로나19가 여가문화를 빠르게 변화시키면서 건강에 관심이 높아져 헬스장 등 스포츠시설업종은 오히려 활기를 띠는 등 자영업계의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7일 국세청의 국세통계 자료를 분석한 결과 약 20년간 여가·놀이 문화로 여겨졌던 노래방과 PC방을 비롯해 회식 문화인 호프전문점과 간이주점 업종의 사업자 수가 모두 감소했다.

지난 5월 기준 광주지역 PC방 사업자 수는 같은 기간 421명에서 387명으로 8.79%나 감소했다.

식당에서 회식을 한 뒤 호프전문점이나 동네 선술집인 간이주점 등 2차를 거쳐 3차 노래방으로 이어지던 회식 문화가 코로나 확산 이후 빠르게 자취를 감추면서 이들 업종은 타격을 면치 못하고 있다.

광주지역 노래방 사업자 수는 코로나 확산 초기인 2년 전 1039명에서 지난해 984명으로 감소한 데 이어 올해는 965명까지 줄었다. 2년 전보다는 7.12%, 작년보다는 1.93% 감소한 것이다.

호프전문점 역시 올해 5월 1834명으로 2년 전(2142명)보다 14.38%, 1년 전(1903명)보다 3.26% 줄어든 것으로 파악됐다. 간이주점도 올해 148명으로 2년 전(188명)보다는 21.28% 감소했고, 작년(155명)에 비해서는 4.52% 줄어들었다.

무엇보다 이들 업종처럼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다른 업종들이 거리두기 완화 이후 회복세에 접어든 것과도 대조된다. 코로나 타격을 입은 대표적인 업종인 여행사 사업자 수는 올해 404명으로 지난해(384명)보다 5.21% 증가했고, 2년 전(411명) 수준으로 회복하고 있다. PC방과 노래방, 호프전문점, 간이주점 업종의 매출감소 등 피해가 코로나로 인한 일시적인 충격이 아니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코로나로 회식 문화가 사라진 데다, 젊은 세대들이 사회에 진출하면서 ‘워라밸’이 확산하면서 여가·놀이문화가 PC방과 노래방, 술자리에서 스포츠와 자리관리로 이동하고 있다는 게 창업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실제 건강과 운동, 자기관리와 관한 주요 생활업종인 헬스클럽과 스포츠시설, 피부관리, 피부과의원 등 업종은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광주지역 헬스클럽 사업자는 감염 우려와 거리두기 강화에 따른 피해가 큰 업종이라는 우려에도 불구, 지난해 255명에서 올해 305명으로 19.60%나 늘었다.

테니스와 탁구장 등을 비롯한 스포츠시설운영업도 276명에서 298명으로 7.97명으로 증가했고, 실내스크린골프장은 140명에서 185명으로 32.14% 급증했다.

이밖에 피부관리업도 1862명에서 2108명으로 13.21% 증가했으며, 피부·비뇨기과 의원도 126명에서 135명으로 7.14%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박진석 현대외식연구소 이사는 “코로나 이후 직장에서 회식을 하는 분위기가 눈에 띄게 줄고 일찍 퇴근해 개인의 여가를 즐기려는 사례가 많아졌다”며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여가문화가 운동과 자기관리 등을 중심으로 이동하면서 흐름에 따른 자영업계의 판도 변화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박기웅 기자 pboxer@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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