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도 없이…전남도, 말뿐인 외국인 노동자 보호정책
2025년 07월 27일(일) 20:50
도, 뒤늦게 종합대책 마련했지만 올해 예산 편성 사실상 어려워
이동상담소·실태조사·인권강사 양성 등 내년 되어야 시행 가능

전남도청 전경

농장주의 지속적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광주일보 2월 27일 6면>을 하거나 벽돌더미에 묶여 지게차에 실려 괴롭힘을 당한 이주노동자들<광주일보 7월 24일 7면>이 잇따르고 있지만 정작 이들 외국인 노동자들을 위한 보호대책은 예산 확보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사실상 선언 상태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27일 전남도에 따르면 도는 지난 4월 농장주와 동료들의 괴롭힘으로 극단적인 선택을 한 네팔 이주노동자의 죽음 이후 ‘취약 분야 외국인 근로자 노동인권 보호 종합대책’을 서둘러 마련해 내놓았다.

폐쇄적 환경과 낮은 인권 의식 등에 외국인 노동자 관리 및 보호 체계 미비 등의 여건이 맞물리면서 농어업 외국인 근로자 인권침해가 반복적으로 발생하고 있다는 문제 의식에서 출발한 대책이었다.

대책은 예방과 보호 측면으로 나뉘어 예방 대책으로는 ▲외국인 근로자의 사회적 고립을 해소하고 ▲고용주 및 근로자 인식을 개선하면서 ▲취약 분야 노동인권 실태조사를 추진하는 방안을 담았다.

또 보호 측면 대책으로는 사회안전망 구축과 관련 네트워크와 의료지원 협의체 운영 등 지역사회를 기반으로 하는 일상 회복 프로그램을 마련, 지원하는 계획이 마련됐다.

계획은 그러나 현실화되지 못했다. 올해 예산 편성이 어려워 내년도 추진을 목표로 삼았기 때문이다. 예산 없는 계획만 발표했다는 점에서 당시 심각한 외국인 노동자 인권 실태에 대한 비판을 잠재우기 위한 면피성 대책이라는 지적을 받을만한 상황이다.

구체적으로는 전남도는 현장밀착형 서비스 강화를 위해 당시 6개였던 ‘찾아가는 이동상담소’를 22개 모든 시·군으로 확대하겠다고 밝혔지만 이동상담소 확충은 이뤄지지 않았다.

전남도는 기존 예산을 3억6000만원 늘린 4억4000만원을 투입해 이동상담소를 확대하려고 했지만 올해 예산을 세울 수 없어 2026년 추진을 목표로 잡았다고 했다. 당장 추진하기에는 예산이 부족했다는 게 전남도의 설명이다.

고질적인 이주노동자 인권 침해 참상을 들여다볼 수 있는 실태조사도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여태껏 추진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의당 전남도당이 당시 긴급 예산을 편성해 농·수·축산업 전 분야에 걸쳐 현장 실태조사를 실시하라고 요구했는데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주노동자들이 마음 터놓고 소통할 수 있는 국가별 커뮤니티 활동 지원사업, 노동인권에 대한 정보를 각 국가별 언어로 안내하는 홍보자료 개발도 비슷했다.

전남도 관계자는 “종합대책이 이미 올해 예산이 다 편성된 후 마련되다 보니, 내년도에 추진되도록 설계할 수 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영록 전남지사가 애초 예산 부족을 이유로 미뤘던 노동인권 실태조사와 임시보호시설 설치를 즉각 추진토록 지시했다는 점에서 애초 전남도의 의지가 부족했던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되는 형편이다.

전남도가 노동인권 보호대책 차원에서 추진했던 고용주와 노동자 대상 ‘노동인권 교육 사업’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전남도는 올해 38회에 걸쳐 1870명의 고용주 및 이주노동자를 대상으로 노동인권 교육을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전국 최고 수준의 교육참여자 수라고 하지만 22개 시·군의 희망자를 대상으로만 실시했다는 점, 취약한 노동인권 의식 등을 고려하면 적극적인 사업장 발굴과 교육 참여 요청 등이 절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동계에서는 이주노동자를 포함한 도내 상주 외국인을 지원하기 위한 담당 부서가 전남도만 하더라도 인구청년이민국·일자리투자유치국 등으로 나뉘면서 정책의 책임성이 떨어졌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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