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복날에 개고기 안 먹잖아요
2025년 07월 27일(일) 19:30
[농산물품질관리사 김대성 기자의 ‘농사만사’]
복달임 문화 변화…채소 등 농작물 활용 보양식 필요

/클립아트코리아

‘삼복지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속담이 있다. 삼복지간(三伏之間)이란 초복에서 말복까지 기간을 말한다. 예나 지금이나 삼복의 여름철 가마솥더위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았던 모양이다.

초복, 중복, 말복의 삼복은 풍습으로 내려오는 속절(俗節)로 15일 간격으로 태양력을 따른 하지나 입추 등 24절기와는 성격이 좀 다르다. 초복은 낮이 가장 길다는 절기인 하지로부터 세 번째 경일(庚日)이다. 옛사람들은 날짜를 육십갑자(천간)로 꼽았는데 일곱 번째 천간인 ‘경(庚)’은 ‘성숙해진 만물이 그 모습을 바꾼다’라는 의미를 지니며 오행( 木, 火, 水, 金, 土) 중 ‘금(金)’을 나타낸다. 중복은 하지로부터 네 번째 경일, 말복은 가을이 시작된다는 입추로부터 첫 번째 경일이 된다. 초복에서 말복까지 기간이 30일 딱 한 달이라는 것도 신기하다.

삼복(三伏)에 ‘복(伏)’이라는 글자가 사용된 이유는 ‘엎드린다’ 또는 ‘숨는다’라는 뜻이 있어서다. 더위에 지쳐 움직이기 힘든 사람들이 마치 엎드려(伏) 있는 것 같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가을의 서늘한 기운이 여름의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하고 세 번 엎드려 굴복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왔다는 설이 있고, 사람이 여름철 더운 기운을 이기지 못해 개처럼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데서 따왔다는 설도 있다.

사마천의 ‘사기’에 따르면 기원전 676년 진덕공 2년에 처음으로 삼복 제사를 지내며 개를 잡아 충재(蟲災·해충으로 인한 농작물 피해)를 방지하고 개고기를 먹으며 열독을 다스렸다고 한다. 개고기 먹는 풍습은 이때부터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생각해보면 농경 사회에서 삼복이 있는 여름철은 농사일이 가장 바쁜 시기로 더위에 지친 백성들을 위로하고, 무더위를 이겨낼 수 있도록 보양식을 먹고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풍습이 만들어질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이 점에서 삼복은 자연의 순환 속에서 더위가 절정에 달하는 시기를 의미하며, 인간이 자연의 섭리에 순응해야 한다는 것을 가르치고 있다.

복날이 개고기 등 보양식과 관계가 깊다 보니 보신탕과 삼계탕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복날엔 보양식을 먹는 것을 ‘복달임’이라고 하는데, 개고기(보신탕)나 삼계탕을 먹는 풍습이 가장 널리 알려져 있다. 전통에 따라 개고기를 먹거나 고기와 여러 한약재를 넣고 푹 고아 만든 삼계탕으로 더위에 지친 몸에 기운을 북돋웠다.

세월과 함께 복날 보양식 문화도 변하고 있다. 특히 2027년부터 시행될 ‘개식용 금지법’으로 보신탕은 점차 잊히고 있는 것 같고, 삼계탕, 장어, 염소탕 등이 그 자리를 대신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비싼 삼계탕을 대신하는 여러 음식도 추천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육개장이다. 육개장은 소고기를 오랜 시간 고아서 만들기에 소화되기 쉬워 위에 부담을 덜어 주고, 함께 사용하는 고사리도 단백질이 많아 여름철 떨어진 기력을 회복시켜준다.

어른들의 입맛을 저격하는 콩국수도 있다. 콩국수는 농작물을 주재료로 하는 여름 제철 대표 메뉴라고 할 수 있다. 콩국수의 콩은 약 40%의 단백질로 이루어져 있어 체내 면역을 생성하는 데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더운 날씨에 많은 땀을 흘리며 떨어진 기력 회복에 효과적인 데다 농가에서 생산한 콩을 소비한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

이와 관련 불교단체가 불교 핵심 가르침인 불살생(不殺生)과 생명존중 사상을 바탕으로 복날 기간 육류 소비를 줄이고 채식 문화를 확산시키기 위한 캠페인을 하고 있어 눈길을 끈다. 불교환경연대는 삼복기간 ‘복날에 고기 대신 채식으로 지구도 살리고 복도 쌓아요’를 슬로건으로 복날 채식 캠페인을 진행하고 있다. 육식 위주의 복날 문화를 생명존중과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시대적 가치에 부합하는 채식 중심의 문화로 전환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함이다.

사실 몸의 기운을 북돋는 보양을 때와 재료에 따라 구분한다는 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진짜 보양은 평소 자기 몸에 맞게 해야 하기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소나 염소 닭 등 육류나 장어 전복 같은 수산물도 좋지만, 채소나 콩, 버섯 같은 농산물의 활용을 늘릴 수 있는 쪽으로 보양식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bigk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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