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아침마당’서 김광석 노래 불러 화제 영암 지장사 수안스님
2025년 07월 27일(일) 20:05
29세에 출가 “음악으로 포교활동…소통·위로의 시간 함께하고 싶어”
노래가 있는 북콘서트 등 출연…앨범 ‘길을 떠나며’ 발매도

지장사 수안스님

영암군 삼호읍 지장사 찻방 밖으로 하모니카와 통기타 소리가 울려퍼졌다. 절에 사는 길고양이가 찾아와 무대 1열에 엎드렸고 나이든 강아지도 어느새 가장 시원한 자리를 차지하고 앉았다.

작은 의자와 조명, 마이크와 앰프, 통기타와 하모니카가 있는 이곳은 지장사 주지 수안스님(53)의 작은 공연장이다. 그는 ‘노래하는 스님’으로 불린다. 지난 25일 담양 연우책방에서 ‘버들국수 삶는 시인, 노래하는 스님 출가 이야기’를 주제로 이야기 콘서트를 열었고 음반도 발매했다.

수안스님은 지난 5월 KBS 아침마당 부처님 오신날 특집 ‘도전 꿈의 무대’에서 김광석의 곡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불러 우승을 차지해 화제를 모았다. 영상 조회수는 27일 기준 56만회에 달한다.

이 노래는 과거 전역을 앞둔 그가 여자친구와 이별한 뒤 가장 많이 들었던 곡이다. 전역 후에도 이별 후유증을 극복하지 못했던 그는 어려서부터 자신에게 마음의 위안을 줬던 불교를 배우기 위해 불교대학에 입학했다.

졸업 후 29세에 강원도 고성 건봉사로 출가한 그는 불교의 핵심 교리인 고집멸도(苦集滅道)를 통해 고통의 원인인 ‘집착’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가르침을 얻게 된다.

“나를 떠난 사람에 대한 미움과 원망으로 오래 힘든 시간을 보냈습니다. 불교 교리를 통해 괴로움의 원인은 집착이라는 것을 배웠습니다. 상대에게 집착하는 마음에서 내려오자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생각들에서 벗어날 수 있었죠.”

어렸을 때부터 노래를 좋아해 고등학생 때 스쿨밴드를 만들어 공연을 열곤 했던 그는 출가 이후에는 노래·악기 연주를 하지 않았다.

음악을 통해 포교를 하게 된 계기는 우연히 흥얼거린 김광석의 곡 때문이었다. 장성 백양사 포교국장을 맡았던 그는 대학생들과 수원 용주사 성지순례를 가던 중 차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었음을’을 따라 불렀다. 학생들은 불교와 스님에 대한 어려움으로 프로그램에 흥미를 느끼지 못했지만 스님이 노래하는 모습을 보며 “스님이 이런 노래도 아느냐”고 놀라 물었다. ‘속세(?)’와 가까운 스님의 모습에 학생들이 경계를 풀고 ‘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은 아닌지’에 대한 철학적 이야기도 나눌 수 있게 되는 걸 보며 노래로 포교 하기로 결심했다.

이후 수안스님은 백양사에서 주기적인 음악법회를 열었다. 찬불가 위주의 법회가 대부분이었던 당시에 백양사 우화루에서 유행가가 울려퍼지는 일은 다소 파격적이었다.

수안스님은 “부처님의 가르침으로 괴로움에서 벗어날 수 있었던 것처럼 힘든 삶을 사는 이들이 고통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움을 줘야겠다는 생각으로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2014년 앨범 ‘길을 떠나며’를 발매했다. 10곡 중 9곡을 작사했고 4곡은 직접 멜로디를 붙였다. 2016년에는 광주 동명동 건물 지하에 ‘천칭자리’ 공연장을 열고 종교색 없는 북콘서트, 통기타 동호회, 시낭송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진행하기도 했다.

음악으로 활발한 포교를 이어가고 있는 그는 “언어로 모두 전달하지 못하는 감정과 마음을 멜로디와 가사에 실어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음악의 힘이라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과 음악으로 소통하고 위로하는 시간을 갖고 싶다”고 말했다.

/영암 글·사진=김다인 기자 kd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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