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명의 사상자를 낸 ‘철거건물 붕괴사고’에도 광주시 동구 학동 4구역 재개발사업조합은 시공권을 계속 HDC현대산업개발에 맡기기로 결의했다. 현대산업개발 측이 조합원들에게 제시한 ‘가구당 1000만원 입주지원금 지급’ 등 제안 내용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조합 측은 또한, 재개발 비리 혐의 등으로 경찰 수사와 재판을 받는 조합장 조모씨가 조합을 계속 이끌 수 있도록 연임 안도 처리했다.

학동4구역 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은 지난 17일 조합원 정기 총회를 열고 ‘시공사 현대산업개발 조치 계획서(제안) 수용 여부 의결의 건’을 포함한 13건을 표결로 처리했다.

현대산업개발이 제시한 조건을 수용해 시공 계약을 유지하자는 찬성이 562표(89.2%), 반대 54표(8.4%), 기권·무효 15표(2.4%)로 나와 현대산업개발이 시공권을 유지하게 됐다.

이 같은 결과는 현대산업개발 측이 조합에 제안한 추가 조건이 영향을 준 것으로 보인다. 총회를 앞두고 시공사인 현대산업개발은 조합원 추가 부담이 없는 확정 공사비, 가구당 1000만원 입주지원비 지급, 특정 품목(옵션) 무상 제공, 내·외장재 최고급 사용, 하자 보증기간 연장(10년→30년), 친환경 음식물쓰레기 이송설비 등을 제시했다. 또한 시공사를 변경할 경우 2년가량 사업이 지연된다는 점도 고려됐다.

조합 측은 “현대산업개발은 붕괴사고 여파로 2000억원의 추가공사비를 예상하지만, 추가분은 일절 조합원들에게 부담주지 않기로 했다”면서 “일반 분양(1500~1600세대) 세대에서 이 부분을 메꾸기로 했다”고 했다. ‘추가 공사비를 일반 분양자에게 떠넘기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는 “어차피 분양 위험은 조합이 떠안게 되는 것”이라며 “입지가 좋고 고급 자재를 쓰기로 해 일반 분양자 미달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했다.

이날 총회에선 찬성 494표, 반대 및 기권·무효 137표로, 조합장 조씨에 대한 연임 안도 처리했다. 조씨는 지산1구역 재개발사업 관련 ‘부동산 실권리자명의 등기에 관한 법률’ 위반(명의신탁) 혐의로 광주지법에서 재판을 받고 있으며, 붕괴 사고가 난 학동 4구역 관련 업체 선정 관련 비리 혐의(배임수재)와 관련해선 경찰 수사를 받고 있지만 조합원들은 80%에 가까운 찬성률을 보이며 연임 안을 처리했다.

학동 4구역 재개발 사업은 학동 633-3 일대 12만 6433㎡에 29층 규모의 공동주택 19개동(2300여 가구)과 생활시설 등을 조성하는 사업으로, 보상 등의 절차를 거쳐 2020년부터 철거 공사가 진행됐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