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로에 선 ‘광주상설공연’
2024년 12월 25일(수) 20:40 가가
시립·민간예술단체가 6년간 1000여회 이상 대면 공연
내년 예산 운영비만 확정…공연비 책정 안돼 존속 불투명
내년 예산 운영비만 확정…공연비 책정 안돼 존속 불투명
6년여간 지역민에게 1000회 넘는 무료관람 기회를 제공해 온 ‘광주상설공연’이 폐지될 전망이다. 광주시가 내년도 본예산안으로 공연보상비 없이 운영비만 편성하면서 나온 결과다. 향후 추경을 통해 공연보상비를 확보해야 상설공연을 지속할 수 있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2019년 2월 시립창극단 시범 공연으로 시작한 광주예술의전당 광주상설공연은 지역 민간국악예술 10개 단체를 공모하면서 본격화됐다. 실연 횟수도 총 132회(관람 인원 1만6234명·매주 토요일 공연)에 달했으며 1회 평균 관객수 123명을 동원할 정도로 준수한 성적을 기록했다.
이듬해인 2020년에는 규모를 키워 공연 횟수를 주 5회로 늘렸다. 팬데믹으로 집체활동·공연이 제한됐던 상황에도 온·오프라인 공연을 지속하면서 대면 총 116회, 온라인 92회(총 관객수 5110명)를 선보였다. 이후 21년 총 관객수 1만171명(공연 222회), 22년 1만7897명(256회)으로 회복세에 올랐으며 23년 공연회차(총 209회)를 주4회로 줄였음에도 관객수 1만9056명을 기록했다.
올해는 주말 2회 공연으로 변경해 총 107회 공연했으며 관객수는 1만3892명(1회 평균 130여명)에 달했다. 6년간 총 관객수는 8만2360여명으로 지난 3월 대면공연 1000회까지 달성했다.
사업비 또한 13억9600만원(2019년)으로 시작해 17억3000만원(2020), 22억9800만원(2021), 26억9500만원(2022)으로 꾸준히 증액됐다. 그러다 2023년부터 18억100만원, 올해 11억1400만원으로 급감했다.
문제는 상설공연팀에 따르면 내년 사업비로 운영비 9900만 원(홍보물 제작, 기획 등 용도)만 책정되면서 사실상 상설공연 존속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출연진에게 지급하는 ‘공연 보상비’ 없이 본무대 제작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책 마련도 없는 상설공연 폐지는 지역민 문화 향유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공연기획 종사자 A씨는 “안 그래도 전용 공연장이 부재해서 콘텐츠를 즐길 기회가 부족한 ‘공연불모지 광주’인데, 상설공연마저 사라지면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축소될 것이다”며 “올해 평균 공연횟수를 줄였지만 관객몰이에 진력하고 있던 공연이 폐지된다니 맥이 끊기는 기분이다”고 했다.
이어 “190억 여원을 들여 사직공원에 조성하는 상설공연장도 설계작에 대한 행정심판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공연마저 대책 없이 사라진다면 ‘예향 광주’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이 같은 우려에도 불구하고 상설공연 폐지는 정해진 수순이라는 목소리도 만만치 않다.
상설공연에 출연한 적 있는 예술가 B씨는 “‘광주에 가면 꼭 봐야 할 국악공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 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대하게 시작했으나 독창적인 레퍼토리 부진, 과도한 재연으로 문화향유기회와 관람객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대표 프로그램이 미흡한데다 전문 공연을 펼치기에 무대 공간 및 분장실, 음향효과 등이 열약했던 것이 상설공연의 현실이었다”면서 “연구·기획이 부진했던 점도 예산이 삭감된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설 공연장이었던 ‘광주공연마루’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지도 이목을 끈다.
공연마루는 본래 2010년 개막한 광주세계광엑스포 기간 내 ‘빛주제 영상관’으로 사용됐다. 행사 후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광주발전연구원 연구 용역을 거쳐 영구시설물로 존치하게 됐다. 이후 광주시가 ‘문화수도 예향광주’ 이미지에 걸맞은 브랜드 상설공연장을 추진하면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확보해 공연장으로 사용했던 것.
공연예술가 C씨는 “광주상설공연 지속이 어렵다면 향후 공연마루 활용 방안이라도 구체화됐으면 한다”며 “한 번의 무대 기회가 소중한 예술가들에겐 총 172석에 달하는 광주공연마루 무대 의미는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부금과 행정심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상설공연과 공연마루가 탄생한 것인데 이렇게 협의 없이 사장되기엔 행정력과 예산 낭비가 큰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
이듬해인 2020년에는 규모를 키워 공연 횟수를 주 5회로 늘렸다. 팬데믹으로 집체활동·공연이 제한됐던 상황에도 온·오프라인 공연을 지속하면서 대면 총 116회, 온라인 92회(총 관객수 5110명)를 선보였다. 이후 21년 총 관객수 1만171명(공연 222회), 22년 1만7897명(256회)으로 회복세에 올랐으며 23년 공연회차(총 209회)를 주4회로 줄였음에도 관객수 1만9056명을 기록했다.
문제는 상설공연팀에 따르면 내년 사업비로 운영비 9900만 원(홍보물 제작, 기획 등 용도)만 책정되면서 사실상 상설공연 존속이 어려워졌다는 것이다. 출연진에게 지급하는 ‘공연 보상비’ 없이 본무대 제작은 불가능하다.
이에 대해 대책 마련도 없는 상설공연 폐지는 지역민 문화 향유 기회를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뒤따른다.
공연기획 종사자 A씨는 “안 그래도 전용 공연장이 부재해서 콘텐츠를 즐길 기회가 부족한 ‘공연불모지 광주’인데, 상설공연마저 사라지면 예술가들이 설 자리가 축소될 것이다”며 “올해 평균 공연횟수를 줄였지만 관객몰이에 진력하고 있던 공연이 폐지된다니 맥이 끊기는 기분이다”고 했다.
이어 “190억 여원을 들여 사직공원에 조성하는 상설공연장도 설계작에 대한 행정심판이 제기되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는 현 상황에서, 그나마 있던 공연마저 대책 없이 사라진다면 ‘예향 광주’라는 타이틀이 부끄러울 정도”라고 부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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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대면공연 1000회를 맞아 펼쳐진 新 마당극 ‘뛰는 토선생 위에 나는 별주부’. |
상설공연에 출연한 적 있는 예술가 B씨는 “‘광주에 가면 꼭 봐야 할 국악공연’이라는 캐치프레이즈를 내걸고 지역 내외 관광객 유치를 위해 성대하게 시작했으나 독창적인 레퍼토리 부진, 과도한 재연으로 문화향유기회와 관람객을 확장하는 데 얼마나 기여했는지는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이어 “대표 프로그램이 미흡한데다 전문 공연을 펼치기에 무대 공간 및 분장실, 음향효과 등이 열약했던 것이 상설공연의 현실이었다”면서 “연구·기획이 부진했던 점도 예산이 삭감된 이유 중 하나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아울러 상설 공연장이었던 ‘광주공연마루’가 향후 어떻게 활용될 지도 이목을 끈다.
공연마루는 본래 2010년 개막한 광주세계광엑스포 기간 내 ‘빛주제 영상관’으로 사용됐다. 행사 후 활용 방안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광주발전연구원 연구 용역을 거쳐 영구시설물로 존치하게 됐다. 이후 광주시가 ‘문화수도 예향광주’ 이미지에 걸맞은 브랜드 상설공연장을 추진하면서 행정안전부 특별교부금 10억 원을 확보해 공연장으로 사용했던 것.
공연예술가 C씨는 “광주상설공연 지속이 어렵다면 향후 공연마루 활용 방안이라도 구체화됐으면 한다”며 “한 번의 무대 기회가 소중한 예술가들에겐 총 172석에 달하는 광주공연마루 무대 의미는 크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교부금과 행정심사 등 지난한 과정을 거쳐 상설공연과 공연마루가 탄생한 것인데 이렇게 협의 없이 사장되기엔 행정력과 예산 낭비가 큰 것 아닌가 싶다”고 덧붙였다.
/최류빈 기자 rub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