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정신적 피해 보상 질질 끌어선 안 된다
2022년 06월 13일(월) 00:05
정부가 5·18민주화운동 당시 계엄군과 경찰의 고문 등 가혹 행위 피해자들에 대한 국가의 정신적 손해배상 책임을 인정한 항소심에 불복, 사건을 대법원으로 끌고 갔다. 5·18보상법에 따른 보상금과 위자료는 별개라는 헌법재판소와 대법원 판단에도 불구하고 상고를 강행하며 피해 보상을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 등에 따르면 정부는 광주시민 이덕호(63)·고(故) 남승우(사망 당시 59세)·나일성(60)·김용선(62)·김정란(61) 씨에 대한 정부의 배상 책임을 인정한 광주고법 항소심 판결에 불복, 지난달 30일 대법원에 상고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원고인 이 씨 등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일부 승소 판결을 내리고 이들에게 각각 4000만∼1억 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한데 피고인 정부는 항소심 결정을 수용하는 대신 대법원에서 최종 판단을 받아 보겠다며 상고한 것이다. 정부 측은 5·18보상법에 따라 이미 지급된 보상금 가운데 ‘위로금’의 경우, 원고 측이 이번 재판을 통해 요구한 위자료(정신적 손해배상금)와 법적 성격이 같다고 주장하고 있다. 따라서 위자료를 지급하더라도 이미 지급된 위로금 액수만큼 감액해야 한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는 헌재의 결정과 5·18 정신적 피해 보상을 인정한 대법원 판결에 역행하는 처사다. 그동안 헌재와 법원의 판단을 보면 정신적 고통이나 피해에 근거해 지급하는 위자료와 단순히 슬픔을 달래기 위해 주는 위자료는 그 차이가 명확하기 때문이다.

결국 정부의 상고는 위자료 지급을 조금이라도 줄여 보려는 얄팍한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 같은 기계적 상고는 국가 폭력으로 인한 후유증으로 수십 년간 고통받아 온 5·18 피해자들을 두 번 울리는 일이다. 이로 인해 피해 회복을 지연시키고 불필요한 소송 비용까지 발생시키는 등 부작용도 적지 않다. 정부는 지금이라도 헌재 등의 판단을 수용해 소송을 더 이상 질질 끌지 말고 취하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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