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해(和解)의 봄-김 원 명 광주 원음방송 교무
2022년 03월 10일(목) 22:30
우수 경칩이 지나면 대동강 물도 풀린다니 이제 머지않아 온 들에 봄이 가득하겠지만, 꽃향기보다는 코로나 시대 올해는 어떤 봄이 될는지 불안한 생각을 떨쳐 버릴 수가 없다. 특히 요즘 정치권의 돌아가는 모습도 그렇거니와 봄철 노사 간의 교섭을 앞두고 대응 방안이나 움직임 등을 볼 때 필시 회색의 봄이 되지 않을까 걱정이 된다. 서로 다른 입장과 처지가 이해와 얽혀 갈등이 생기기 마련이지만 그 갈등을 최소화하고 공존의 길을 모색하며 함께 발전하는 길을 찾는 것이 우리 사회가 당면한 가장 큰 과제일 듯싶다.

원불교 교조인 소태산 대종사(박중빈1891~1943)는 이 세상을 구성하고 있는 요소들의 상호관계가 강(强)과 약(弱)으로 구성되어 있음을 일깨워 주시고 “이 강과 약이 서로 은혜 됨을 알아 각자 바른 도를 행하면 평화와 발전을 가져오지만 은혜 됨을 모르고 대립만 하다가는 강자와 약자가 다 같이 재화를 입을 것이라”고 가르쳐 주셨다. 요즈음 강과 약의 관계에서 일어나는 갈등 현상을 보면 마치 무슨 전쟁 마당을 보는 것 같아 여간 걱정되는 바가 아니다. 노동자들이 사업주들을 향해 외치는 구호나 논리가 그렇고 거기에 대응하는 기업주들의 방식도 그렇다. 더욱이 시위 군중들의 절규는 살벌하다 못해 소름이 끼치고 저지하는 방법 역시 보는 이의 분노를 사기에 충분하다.

어째서 우리 사회가 이토록 서로를 불신하고 증오하게 되었는가.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성장의 그늘에서 발생하는 모순들을 다스리지 못한데 가장 큰 원인이 있다 할 것이다. 그간 사회가 외형적 발전을 가속화 할수록 빈익빈 부익부의 격차는 심화되어 약자들에겐 상대적 빈곤감에 따른 많은 좌절과 한이 앙금처럼 쌓여 왔다고 볼 수 있다. 생각하기에는 모든 것이 스스로 지어 받는 인과의 소치라 할 수도 있고 이전에 비하면 열 갑절도 더 좋아졌으니 모든 것 안분하면서 성실하게 살아가는 것이 상책이라 할는지 모른다. 하지만 성실과 안분의 대가가 늘 허탈감만 키워 주는 현실이고 보면 분노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 패배감과 분노를 씻어 주고 희망을 심어 주는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 이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겠지만 그러나 미루거나 피할 수도 없는 일이다. 이 갈등을 풀지 않고는 진정한 발전을 기대할 수가 없다. 세상에서 얽히고설켜 마장이 많은 때는 고풀이(한을 고로 풀어 나가는 굿거리) 굿을 한다고 한다. 계층 간의 갈등을 푸는 데도 고풀이 굿이라도 해야 될 듯싶다. 고풀이 굿이 맺힌 곳을 푸는 것인 만큼 잘 달래는 일이 중요하다. 그간의 응어리를 이해하고 어루만져 풀어 주는 일이 앞서야 한다.

이 한풀이를 누가 해줄 것인가. 그것은 강자들이 해야 할 일이다. 결자해지(結者解之)란 점에서도 그렇고 일의 성질로 봐서도 그렇다. 이 고풀이가 양보와 이해가 전제되어야 하는 만큼 여유를 가진 쪽에서 먼저 풀어야 할 매듭이다. 비록 그들의 요구가 사리에 벗어나고 표현이 지나친 데가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그간의 억눌림에 대한 반동이라 이해하고 그들의 요구에 성의 있게 귀를 기울어야 한다. 저편의 요구에 성실히 귀를 기울이면 상대도 이편에 대한 믿음을 갖게 될 것이다. 그간의 갈등 현상을 보면 상대방의 입장을 이해하려는 자세보다는 상대를 곤경에 빠뜨려 항복을 받아내려는 투쟁적인 방법만을 써왔던 것이 아닌가 싶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혈육같이 생각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 보기를 부모같이 하고,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초개같이 하면 아랫사람이 윗사람을 원수같이 안다” 하신 성현의 말씀은 큰 교훈이 아닐 수 없다. 지속 성장을 내세우거나 안정을 바라는 다수 여론을 빌미 삼아 거대 정치의 위세를 등에 업고 힘으로 해결하려 든다면 우울한 봄이 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것이 기우라면 좋으련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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