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끼 8000원에 줄 섰다…저가형 한식뷔페의 부활
2025년 08월 28일(목) 18:00
치솟는 외식물가…가성비·다양한 메뉴·푸짐한 양에 문전성시
합리적 가격·메뉴 무제한 제공에 직장인 ‘점심 성지’로 떠올라

광주시 서구 한식뷔페 식당에 점심식사를 하기 위한 손님들로 북새통을 이루고 있다.

“회사에서 5분 거리인데 1만원 이하로 한 끼를 해결할 수 있는 데다 다양한 메뉴와 푸짐한 양이 보장되다 보니 일주일에 3~4번은 한식 뷔페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있어요.”

28일 광주 상무지구의 한 한식뷔페는 점심식사를 해결하기 위해 방문한 손님들로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식당 내부 자리는 가득 찼고, 입구 앞까지 차례를 기다리는 손님들로 긴 대기열이 형성됐다. 뷔페 안에는 밥과 국을 포함해 나물류, 제육볶음, 계란말이 등 10여종에 달하는 기본 반찬부터 즉석 비빔밥 재료, 취향에 따라 선택할 수 있는 다양한 종류의 라면, 후식용 과일과 식혜 등이 진열돼 있었다.

자리는 식사를 마친 손님이 나가기 무섭게 채워졌고 오전 11시 30분부터 오후 1시까지 만석이었다. 기다릴 엄두를 내지 못한 직장인들은 아쉬운 표정으로 발길을 돌려 다른 식당으로 향하기도 했다.

최근 고물가와 내수 침체로 소비심리가 위축되면서 직장인들의 선택지에서 사라져가던 저가형 뷔페가 다시 떠오르고 있다.

뷔페 업종은 지난 2010년대 들어 저렴한 프랜차이즈 식당 급증 및 대체 식사류 트렌드의 변화 등으로 입지가 좁아졌을 뿐만 아니라 ‘단체 식사’라는 특성 탓에 코로나19 당시 직격탄을 맞아 사양산업 중 하나로 여겨졌다. 하지만 고물가 속에 합리적인 가격과 다양한 메뉴를 무제한으로 제공하는 저가형 뷔페가 다시 인기를 얻고 있다.

서구 상무지구 ‘해돋이 한식뷔페’를 운영하는 박은정(여·57)씨는 “특히 올해 들어 손님이 계속 늘어나고 있는데, 3개월 전부터는 점심시간이 되기도 전부터 음식 코너 앞에 대기 줄이 설 정도”라고 말했다.

서구 금호월드 지하1층 한식뷔페 ‘월드밥’을 운영하는 백덕순(여·58)씨도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오픈 당시보다도 손님이 많아졌다”며 “이전엔 인건비를 채우기도 어려웠는데, 지금은 조금이나마 수익을 늘려가고 있다”며 웃어 보였다.

저가형 뷔페가 또 다시 직장인들의 ‘점심 성지’로 주목받는 주원인으로는 급격히 치솟는 외식물가가 지목되고 있다.

지난해 외식 소비자물가지수는 121.01로 전년 대비 3.1% 상승하며, 3년 연속 3% 이상 상승세를 이어갔다. 특히 고물가로 인한 외식 메뉴 가격 상승과 ‘런치플레이션(런치+인플레이션)’ 현상은 올해도 지속할 것으로 전망된 바 있다.

한국소비자원 소비자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광주지역 삼겹살(200g) 1인분 평균 가격은 지난달 기준 1만 5911원으로, 전년 동월(1만 5289원) 대비 612원 가량 상승했다. 같은 기간 자장면 1인분 가격도 6800원에서 7000원으로 올랐고, 여름철 수요가 많은 냉면의 경우 1만원 대를 돌파했다.

이날 한식뷔페를 방문한 가정주부 이경숙(여·61) 씨는 “한식뷔페에서 제공하는 샐러드용 양배추, 카레용 당근, 상추와 배추 등 채소를 구매하면 1만 6000원에서 1만 8000원 정도 든다”며, “밥상 물가가 오르고 있는 상황에서 7000~8000원 대에 무제한으로 다양한 메뉴를 즐길 수 있으니 한식뷔페를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인근 또 다른 한식뷔페에서 만난 윤명옥(여·53) 씨는 “요즘 김밥 한 줄이 3500원, 참치라도 들어가면 4500원이나 하는 시대다”며 “1만원 이하로 만족스러운 한 끼 식사를 해결할 곳은 한식뷔페 말고는 없다고 생각한다”며 한식뷔페를 찾은 이유를 설명했다.

뷔페를 찾는 연령층도 다양해졌다. 과거 주로 인근 회사에 다니는 직장인 또는 고령층 위주의 소비처였지만, 최근에는 10대 청소년, 대학생 커플 등 다양한 연령층이 저가형 뷔페를 찾고 있다.

한식뷔페 사장 윤형철(60)씨는 “인근 지하철 공사 현장에서 일하시는 노동자부터 병원 보호자, 20대 커플, 초등학교 자녀가 포함된 가족 단위 손님 등 고객층이 두터워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변화한 소비 연령층에 맞춰 최근에는 쫄면, 스파게티 등 기존에 없었던 메뉴들도 추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윤영 기자 zzang@kwangju.co.kr

/임예솔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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