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례군의 어느 공무원-이진택 동부취재본부 부국장
2021년 06월 30일(수) 21:30
“돈에 맞춰 일하면 직업이고 돈을 넘어 일하면 소명이다. 직업으로 일하면 월급을 받고 소명으로 일하면 선물을 받는다.”

백범 김구 선생의 ‘모든 것은 나로부터 시작됩니다’라는 글의 한 구절이다. “모든 일에 소명의식을 가지고 일하라, 특히 공직자는 더욱 그렇다”라는 뜻이 담겨 있다.

기자가 초임 시절 보았던 글귀로 지금도 이따금 떠 올리곤 한다. 얼마전 취재차 구례군청 홍보부서에 자료를 부탁했는데, 관련 부서에서 자료를 자세하고 정확하게 작성해 보내와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추가 자료가 필요해 해당 부서에 전화를 했다. 담당 팀장을 찾았으나 휴가로 부재중이어서 팀원과 통화를 하게 됐다. 마침 담당 주무관이라 하여 고맙다는 인사와 함께 추가로 필요한 자료를 부탁하자 “그 자료인지 모르겠으나 어디에 굴러 다닌것을 본것 같다”고 아무렇지 않게 말을 해 깜짝 놀랐다.

처음 가졌던 좋은 인상은 싹 사라지고 어찌 이런 공무원이 있나 생각하면서 대화를 이어 갔는데 “다음날 팀장이 오면 찾아서 알려 주겠다”며 전화를 끊었다. 전화기를 내려 놓는 소리가 ‘꽝’하고 크게 울렸다.

며칠이 지나 다시 전화를 했더니 굴러 다니던 서류가 필요한 자료인지 잘 모르겠다는 취지로 이야기 하면서 행정정보공개를 청구하라는 식으로 말했다. 기분이 상했지만,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고 다른 통로를 통해 자료를 확인할 수 밖에 없었다.

기자가 찾고자 했던 자료는 10여년전 용역보고서로 직원들이 바뀌면서 당시 용역 결과물이 이리 저리 굴러 다니는 천덕꾸러기 문서가 되었던 것이다. 그 용역 보고서는 내게 어떤 업무에 대한 향후 정책 방향이 제시되어 있고, 그 업무를 발전시켜 나가야 할 실행 과제가 포함된 소중한 자료였는데 말이다.

하지만 구례군청 담당 공무원은 그 내용도 정확히 모른 채 굴러 다니고 있다고 만 하니 그 업무가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가는 미뤄 짐작해 볼만 하다 할것이다. 또 무슨 문서인지 무슨 내용인지도 알지 못하면서 무엇에 대해서 정보공개청구를 하라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그 용역보고서가 정보공개청구대상 인지도 알수가 없다. 공무원들의 무지는 군민들의 삶의 질과 직결된다고 봐야 할것이다. 대한민국 공무원 헌장 전문에는 ‘우리는 자랑스런 대한민국 공무원이다’라고 적혀 있다. 대다수의 공무원들이 자랑스럽게 생각하며 근무하고 있고, 또 공무원이 되기 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노량진과 신림동 등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다.

자기 업무에 관한 문서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굴러 다닌다”라고 말하는 공무원이 어떤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지 의심스럽다. 민원인을 대하는 태도에 대해 군민들이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할것이다.

/lit@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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