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의 순천 여행…박목월 詩 속 ‘나그네’ 되어볼까
2021년 02월 08일(월) 09:00 가가
<3> 순천의 산과 바다 그리고 음식
순천(順天)은 바다와 습지, 산과 계곡, 농경지가 한데 어우러진 고장이다. 도심을 조금만 벗어나면 온통 탁 트인 공간이다. 코로나바이러스의 산발적 유행에도 인파가 밀집한 도심 일부 공간을 제외하면 ‘바이러스 프리존’으로 봐도 무리가 없다. 자연에서 휴식을 취하려는 여행객들을 위해 전남도가 선정한 순천의 언택트 관광지는 ‘남도삼백리길, 와온해변, 봉화산 둘레길, 죽도봉 공원, 팔마비’이다.
◇와온해변과 남도삼백리길 = 순천시 해룡면에 자리잡은 와온해변은 일몰이 아름다운 곳이다. 바다에 조그만 섬이 하나 솟아있고 그 뒤 서쪽 하늘을 붉은 빛으로 물들이고 저무는 해넘이를 찍은 사진을 여행자들은 한번쯤 봤을 것이다. 와온해변에 솟아오른 전망대에 올라 바라보는 일몰이 그런 모습이다. 근래에는 개성넘치는 커피전문점도 하나둘 생겨나고 있다.
바로 옆 순천만습지에 눌려 주목받지 못했던 와온해변은 어느덧 사진작가와 트레킹족, 도보여행자들에겐 한 번쯤 가봐야할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순천이 자랑하는 남도삼백리길은 바로 이곳, 와온해변에서 시작한다. 전체 11개 코스 가운데 제1코스인 순천만갈대길은 세계 5대 습지인 순천만을 한 바퀴 돌며 습지와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16㎞ 길이의 도보여행 코스다. 와온해변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해안선을 타고 가는 여정이다. 순천만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 순천만 갈대숲 사이를 지나 짱뚱어, 칠게가 서식하는 해변길이 아름다운 별량 장산, 우명을 지나 화포로 이어진다.
지난 1일 찾아간 순천만에는 여행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다. 연인으로 보이는 남녀, 가족 단위 여행자, 노부모를 모시고 온 중년 부부 등 관광객들은 습지 주변 농경지에서 먹이를 찾는 겨울 순천의 명물 흑두루미, 바람에 흔들리는 갈대, 너른 갯벌과 갖가지 철새와 게들을 구경하며 자연이 주는 선물에 흠뻑 젖어 들고 있었다.
순천시는 제1코스 순천만갈대길과 함께 꽃넘어동화사길, 읍성가는길, 오치오재길, 동천길, 과거관문길, 십재팔경길, 매화향길, 천년불심길, 이순신백의종군길, 호반벚꽃길까지 모두 11개 코스를 묶어 남도삼백리길이라 명명했다.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생태수도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자원을 볼 수 있는 길이어서 연중 도보여행자들이 찾아든다. 실제 코스 길이는 223㎞로 삼백리(117㎞)보다는 갑절 가까이 길다.
◇죽도봉원 공원·봉화산 둘레길, 장안창작마당 = 봉화산(668m)은 순천의 허파와도 같은 중요 생태자원이다. 조곡동·용당동·서면·조례동·생목동에 걸쳐 있다. 2014년 봉화산 3부 능선을 한 바퀴 도는 둘레길이 조성되면서 찾는 이들이 부쩍 늘고 있다. 둘레길 총연장은 14km. 숲 사이로 폭 2m가량의 길이 잘 조성돼 있다. 봉화산 동서남북 지형을 따라 굽이굽이 길이 조성돼 어느 곳에서건 접근성이 좋다. 경사도 완만해 남녀노소 부담이 없다. 소나무숲, 참나무숲, 편백숲, 동백숲 등 다양한 식물자원을 보며 걷노라면 눈마저 어느새 편안해진다.
죽도봉(해발 101m)은 봉화산에서 도심 쪽으로 더 뻗어 나온 동산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도심을 가로질러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東川)과 순천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겨울과 이른 봄에는 동백꽃을 보는 재미가, 늦봄에는 산과 하천 주변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 보는 맛이 일품이다. 추위가 채 꺾이지 않은 2월 한겨울에도 울창한 동백숲에선 붉은 꽃들이 제법 피어났다. 공원 초입에는 오리탕·오리로스 요리를 오래전부터 해온 맛집들이 즐비하다. 순천 시민에게는 젊은 시절 연인, 친구와 함께 걷던 추억이 서린 곳으로 지금도 시민들의 사랑이 대단하다.
공원 안에는 연자루·팔마탑·현충탑·활터 등의 시설이 있다. 연자루는 고려 때 지은 2층 누각으로 원래 남문교 옆에 있던 것을 1979년 8월에 복원하여 현재 위치에 건립했다. 팔마탑은 고려 충렬왕 승평(지금의 순천) 부사 최석의 청백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현충탑은 1979년 5월 죽도봉 정상에 있던 순국 위령탑과 충혼비, 향림사 충혼비 등에 모시던 순국 선열들의 넋을 옮겨 세운 탑이다.
발걸음은 다시 도심으로 향한다.
영동에 자리잡은 청렴의 상징 순천팔마비(八馬碑)다. 죽도봉공원에서 도보로 30분, 차로는 5분여 거리다. 팔마비는 순천을 대표하는 중요 유물이다. 고려 1281년(충렬왕) 이후 승평부사 최석의 청렴함을 기리기 위해 건립한 비석이다. 승평부는 지금의 순천, 승평부사는 순천시장격이다.
팔마비에 기록된 승평부사 최석은 ‘고려사’에도 등장할 만큼 당시 지역민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기록에 따르면 승평부에서는 수령이 교체되면 말 8필을 기증하는 관례가 있다. 최석은 기증한 말을 타고 비서랑의 관직을 받아 개성으로 떠난 후, 기증받은 말과 자신의 말이 승평부에 있을 때 낳은 망아지까지 돌려보냈다. 이후로 승평부에서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수령에게 말을 기증하는 폐단이 사라졌다. 이에 읍민들은 최석의 청렴한 공덕을 기리기 위해 팔마비를 세웠다고 전해온다. 비석은 고려말 처음 건립된 이후 1300년대 초반 쓰러졌으나 다시 세웠다. 이후 정유년(1597년) 병란으로 완전히 훼손됐지만 1616년 부사로 부임한 이수광에 의해 건립됐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전해진다.
체육관의 이름을 순천팔마체육관으로, 학교 이름을 순천팔마고등학교로 붙일 정도로 순천 사람들의 팔마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6일 순천팔마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팔마비 인근 원도심에는 도시재생 성공 사례로 알려진 금곡동 장안창작마당이 있다. 원도심을 대표하는 복합문화예술공간인 장안창작마당은 본래 원도심의 맛집 ‘장안식당’ 건물을 리모델링해 만들었다. 이곳은 시민들이 음식을 나누며 각종 모임을 갖는 장안부엌, 순천 방문객에게 무료로 잠자리를 제공하는 장안여인숙, 창작예술촌 레지던시로 구성됐다. 작가들과 주민, 주머니가 가벼운 여행자들이 예술과 삶을 논했다.
창작마당은 코로나 19 유행 이후 ‘잠시 멈춤’ 상태이지만 볼거리는 충분하다. 조그맣고 낮은 건물, 저마다 개성을 간직한 상점과 공방, 커피전문점 등이 아기자기하게 펼쳐져 있다. 건물 벽면에는 예쁜 벽화가 그려져 있다. 광주로 치면 양림동 분위기가 나는 곳이다.
◇산사음식, 한정식, 순천만 짱뚱어탕 = 여행의 또다른 재미는 여행지의 먹거리를 맛보는 즐거움이다. 천년고찰 선암사, 송광사를 품은 고장답게 산사음식이 일품이다. 자연이 준 먹거리의 원형을 최대한 살린 음식들이다. 자극적인 음식에 지친 여행자들의 입과 위를 다독이고 심신에 활력을 불어 넣어준다. 약과 음식은 근원이 같다는 약식동원(藥食同源)은 산사음식을 두고 이르는 말일 터.
선암사와 송광사 주변 사하촌을 중심으로 예로부터 산사음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소소산식, 향토예찬, 순천산식 등을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소소산식은 3대 전통 대물림 맛집으로 연잎밥이 일품이다. 향토예찬은 산사정찬을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25년 토종 맛집이다. 직접 항아리에 담근 발효장아찌가 일품이다. 순천산식은 산사정찬을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맛집이다. 두부로 만든 떡갈비, 연근샐러드 등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솥밥이 기본 제공된다.
한정식도 맛볼만 하다.
전라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였던 순천은 예로부터 남도 농수산물의 집결지였다. 유독 순천의 한정식 상차림이 풍성한 이유다. 순천시는 대표 음식으로 한정식을 정하고 ‘순천한상’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1만5000원~3만원 이상까지 가격대별 상차림이 준비돼 있다. 향토정, 밥꽃이야기 들마루, 신화정 등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순천만습지 주변에는 짱뚱어탕을 잘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순천 시내에선 낙지탕탕이를 잘하는 순광식당이 숨은 맛집으로 통한다.
/순천=김형호·김은종 기자 kh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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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와온 해변 |
바로 옆 순천만습지에 눌려 주목받지 못했던 와온해변은 어느덧 사진작가와 트레킹족, 도보여행자들에겐 한 번쯤 가봐야할 명소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순천이 자랑하는 남도삼백리길은 바로 이곳, 와온해변에서 시작한다. 전체 11개 코스 가운데 제1코스인 순천만갈대길은 세계 5대 습지인 순천만을 한 바퀴 돌며 습지와 바다의 풍경을 볼 수 있는 16㎞ 길이의 도보여행 코스다. 와온해변에서 시작해 서쪽으로 해안선을 타고 가는 여정이다. 순천만 절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용산 전망대, 순천만 갈대숲 사이를 지나 짱뚱어, 칠게가 서식하는 해변길이 아름다운 별량 장산, 우명을 지나 화포로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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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 갈대숲 |
한걸음 한걸음 내딛으며 생태수도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과 문화, 역사 자원을 볼 수 있는 길이어서 연중 도보여행자들이 찾아든다. 실제 코스 길이는 223㎞로 삼백리(117㎞)보다는 갑절 가까이 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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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죽도봉 공원 |
죽도봉(해발 101m)은 봉화산에서 도심 쪽으로 더 뻗어 나온 동산이다. 정상부에 오르면 도심을 가로질러 순천만으로 흘러드는 동천(東川)과 순천 도심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다. 겨울과 이른 봄에는 동백꽃을 보는 재미가, 늦봄에는 산과 하천 주변을 온통 하얗게 물들이는 벚꽃 보는 맛이 일품이다. 추위가 채 꺾이지 않은 2월 한겨울에도 울창한 동백숲에선 붉은 꽃들이 제법 피어났다. 공원 초입에는 오리탕·오리로스 요리를 오래전부터 해온 맛집들이 즐비하다. 순천 시민에게는 젊은 시절 연인, 친구와 함께 걷던 추억이 서린 곳으로 지금도 시민들의 사랑이 대단하다.
공원 안에는 연자루·팔마탑·현충탑·활터 등의 시설이 있다. 연자루는 고려 때 지은 2층 누각으로 원래 남문교 옆에 있던 것을 1979년 8월에 복원하여 현재 위치에 건립했다. 팔마탑은 고려 충렬왕 승평(지금의 순천) 부사 최석의 청백리 정신을 기리기 위해 세웠다. 현충탑은 1979년 5월 죽도봉 정상에 있던 순국 위령탑과 충혼비, 향림사 충혼비 등에 모시던 순국 선열들의 넋을 옮겨 세운 탑이다.
발걸음은 다시 도심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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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팔마비 |
팔마비에 기록된 승평부사 최석은 ‘고려사’에도 등장할 만큼 당시 지역민들로부터 칭송이 자자했다. 기록에 따르면 승평부에서는 수령이 교체되면 말 8필을 기증하는 관례가 있다. 최석은 기증한 말을 타고 비서랑의 관직을 받아 개성으로 떠난 후, 기증받은 말과 자신의 말이 승평부에 있을 때 낳은 망아지까지 돌려보냈다. 이후로 승평부에서는 임기를 마치고 떠나는 수령에게 말을 기증하는 폐단이 사라졌다. 이에 읍민들은 최석의 청렴한 공덕을 기리기 위해 팔마비를 세웠다고 전해온다. 비석은 고려말 처음 건립된 이후 1300년대 초반 쓰러졌으나 다시 세웠다. 이후 정유년(1597년) 병란으로 완전히 훼손됐지만 1616년 부사로 부임한 이수광에 의해 건립됐다. 이후 일제강점기를 거치면서 현재까지 전해진다.
체육관의 이름을 순천팔마체육관으로, 학교 이름을 순천팔마고등학교로 붙일 정도로 순천 사람들의 팔마비에 대한 자부심은 대단하다. 문화재청은 지난 1월 26일 순천팔마비를 국가지정문화재 보물로 지정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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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 창작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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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 장안 창작마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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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사 만찬 |
선암사와 송광사 주변 사하촌을 중심으로 예로부터 산사음식 문화가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는 소소산식, 향토예찬, 순천산식 등을 여행자들에게 추천한다. 소소산식은 3대 전통 대물림 맛집으로 연잎밥이 일품이다. 향토예찬은 산사정찬을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25년 토종 맛집이다. 직접 항아리에 담근 발효장아찌가 일품이다. 순천산식은 산사정찬을 맛볼 수 있는 선암사 근처 맛집이다. 두부로 만든 떡갈비, 연근샐러드 등 요리를 즐길 수 있고 솥밥이 기본 제공된다.
한정식도 맛볼만 하다.
전라선과 경전선이 만나는 철도 교통의 요충지였던 순천은 예로부터 남도 농수산물의 집결지였다. 유독 순천의 한정식 상차림이 풍성한 이유다. 순천시는 대표 음식으로 한정식을 정하고 ‘순천한상’이라는 브랜드를 내세우고 있다. 1만5000원~3만원 이상까지 가격대별 상차림이 준비돼 있다. 향토정, 밥꽃이야기 들마루, 신화정 등이 유명하다.
이밖에도 순천만습지 주변에는 짱뚱어탕을 잘하는 식당이 즐비하다. 순천 시내에선 낙지탕탕이를 잘하는 순광식당이 숨은 맛집으로 통한다.
/순천=김형호·김은종 기자 khh@kwangju.co.kr
/사진=최현배 기자 choi@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