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순 시조시인 부부 장성 첫 문학관 개관
2020년 06월 24일(수) 00:00 가가
이인성·정춘자씨 사비 털어
‘비오리갤러리문학관’ 문 열어
장성대표 문인들 자료·작품 전시
‘비오리갤러리문학관’ 문 열어
장성대표 문인들 자료·작품 전시
‘비오리갤러리문학관’은 이인성·정춘자 시조시인 부부가 백양사역 인근에 건립한 장성 첫 문학관으로, 장성 출신 대표 문인들의 다양한 자료가 전시돼 있다.
장성하면 ‘문불여장성’(文不如長城)을 떠올린다. ‘학문으로는 장성만한 곳이 없다’는 의미로, 예로부터 뛰어난 문인들을 많이 배출했다. 현대 극작가 김우진, 아동문학가 김병효, 해방 이후 독특한 시세계로 지역문학을 이끌었던 박흡, 월북시인 오영재 등은 장성이 낳은 대표 문인들이다.
또한 당대의 대표 유학자들은 학문을 논하고 교분을 나누었다. 필암서원(하서 김인후), 고산서원(노사 기정진), 봉암서원(망암 변이중)은 장성의 학문이 얼마나 깊고 선비 정신이 강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문불여장성’을 상징하는 첫 문학관이 장성에 건립돼 눈길을 끈다.
시조시인 이인성·정춘자씨 부부가 백양사역 부근에 ‘비오리갤러리문학관(문학관)을 건립하고 최근 개관식을 가졌다.
특히 이번 문학관 건립은 지자체가 재원을 투입한 것이 아닌 문학인이 직접 사비를 들여 건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도시가 아닌 군 단위에서 지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문화공간을 조성했다는 점도 남다르다.
“평소에 문학관을 하나 짓고 싶었습니다. 장성의 문학을 어떻게 하면 후세에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죠.”
남편 이인성(88) 시인이 반갑게 기자를 맞아준다. “특별할 것도 없는데 여기까지 수고스럽게 왔냐”며 애써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가면 꼭 기념이 될 만한 사물을 사가지고 오는 습관이 있었죠. 아마도 문학관 건립도 그런 연장선에서 지역의 문학을 후세대에게 알리자는 차원일 거예요.”
부인인 정춘자(81) 시인이 시원한 차를 내오며 덧붙였다. 화가이자 시조시인으로 활동하는 터라 지역에서는 꽤 유명한 인사다.
함께 동행한 박형동 시인(전 전남문인협회 회장)은 “비오리는 새 중에 가장 금슬이 좋은 조류로 알려져 있다”며 “부부 시인의 사랑이 비오리의 그것처럼 깊고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인의 말에 옆에 있던 부부가 손을 내젓는다. 금슬과 사랑이라는 말이 부부에게는 여전히 익숙지 않아 보였다. 박 시인의 안내를 받으며 문학관을 찬찬히 둘러본다. 탁 트인 곳에 서 있는 문학관은 세련미와 자연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정원에는 장성을 비롯해 남도 출신 문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 부지는 두 부부가 문학관을 짓기 위해 오래 전에 마련했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문학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건평은 100평 남짓 된다. 갤러리에는 한국화 화가로도 활동해온 정춘자 시인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문방사우가 전시돼 있다. 정 작가는 부산한국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역량있는 화가다.
1층의 갤러리를 둘러보고 2층에 오르자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김우진, 김병효 등 장성이 낳은 대표 문인들의 자료와 대표 작품집 등이 비치돼 있다. 수필 문학의 거봉 이상보의 작품,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의 자료 등도 볼 수 있다. 문학관 설계부터 건립, 자료 준비에 이르기까지 두 부부와 박형동 시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 보였다.
남편인 이인성 시인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한약방을 운영해왔다. 한약 관련 서적도 많이 펴냈고 한약협회 학술위원장도 역임했다고 한다. 장성에서 발행하는 ‘21세기’ 책자에 한방의학 시리즈를 20여년 넘게 써올 만큼 지역에서는 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문단 등단은, 부인이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1990년 장성문협을 통해 등단했으며, 이후 남편 역시 1995년 장성문협을 통해 시인이 됐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시를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시보다는 시조가 더 저에게는 친숙해요. 길을 걷다가도 문득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뒀다가 집에 와서 글을 쓰거든요.”
정 작가의 말이다. 부창부수는 두 부부를 이름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현역으로 활동하는 부부 시조시인이 거의 없는 문단에서 두 사람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문학관을 짓는데 자녀들의 성원과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5남매를 뒀는데 모두 의사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다. 주말이면 이곳에 들러 공사 상황을 세심하게 살폈다.
정원 한켠에는 시를 읽고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자 ‘화영루’가 있다. 무엇보다 문학관이 담양과 고창, 정읍과 장성으로 향하는 사거리에 위치해 근동의 대표 문화기관이 될 것 같다.
박형동 시인은 “이곳 문학관을 매개로 장성을 비롯한 남도의 문학과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창작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근면하고 정직하게 모아온 재산을 들여 문학관을 건립한 두 분의 유지를 잘 받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개최된 문학관 개관식에는 유두석 장성군수를 비롯해 이개호 국회의원, 차상현 장성군의회 의장,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 김용국 전남문인협회 회장, 임춘임 장성문인협회 회장 , 지역 문학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또한 당대의 대표 유학자들은 학문을 논하고 교분을 나누었다. 필암서원(하서 김인후), 고산서원(노사 기정진), 봉암서원(망암 변이중)은 장성의 학문이 얼마나 깊고 선비 정신이 강직한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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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비 앞에서 포즈를 취한 이인성·정춘자 부부. |
특히 이번 문학관 건립은 지자체가 재원을 투입한 것이 아닌 문학인이 직접 사비를 들여 건립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또한 대도시가 아닌 군 단위에서 지역 문학의 우수성을 알리고 계승하기 위해 문화공간을 조성했다는 점도 남다르다.
“평소에 문학관을 하나 짓고 싶었습니다. 장성의 문학을 어떻게 하면 후세에 남길 수 있을까 고민을 했었죠.”
“젊은 시절부터 여행을 가면 꼭 기념이 될 만한 사물을 사가지고 오는 습관이 있었죠. 아마도 문학관 건립도 그런 연장선에서 지역의 문학을 후세대에게 알리자는 차원일 거예요.”
함께 동행한 박형동 시인(전 전남문인협회 회장)은 “비오리는 새 중에 가장 금슬이 좋은 조류로 알려져 있다”며 “부부 시인의 사랑이 비오리의 그것처럼 깊고 아름답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고 설명했다.
박 시인의 말에 옆에 있던 부부가 손을 내젓는다. 금슬과 사랑이라는 말이 부부에게는 여전히 익숙지 않아 보였다. 박 시인의 안내를 받으며 문학관을 찬찬히 둘러본다. 탁 트인 곳에 서 있는 문학관은 세련미와 자연미가 적절하게 조화를 이룬다. 정원에는 장성을 비롯해 남도 출신 문인들의 시비가 세워져 있다.
이곳 부지는 두 부부가 문학관을 짓기 위해 오래 전에 마련했다. 1층은 갤러리, 2층은 문학관으로 구성돼 있으며 전체 건평은 100평 남짓 된다. 갤러리에는 한국화 화가로도 활동해온 정춘자 시인의 작품을 비롯해 다양한 문방사우가 전시돼 있다. 정 작가는 부산한국미술대전, 대한민국미술대전 최우수상을 수상한 역량있는 화가다.
1층의 갤러리를 둘러보고 2층에 오르자 색다른 공간이 펼쳐진다. 김우진, 김병효 등 장성이 낳은 대표 문인들의 자료와 대표 작품집 등이 비치돼 있다. 수필 문학의 거봉 이상보의 작품, 북한의 계관시인 오영재의 자료 등도 볼 수 있다. 문학관 설계부터 건립, 자료 준비에 이르기까지 두 부부와 박형동 시인의 손길이 안 닿은 곳이 없어 보였다.
남편인 이인성 시인은 오랫동안 지역에서 한약방을 운영해왔다. 한약 관련 서적도 많이 펴냈고 한약협회 학술위원장도 역임했다고 한다. 장성에서 발행하는 ‘21세기’ 책자에 한방의학 시리즈를 20여년 넘게 써올 만큼 지역에서는 명사로 알려져 있다.
이들의 문단 등단은, 부인이 먼저 테이프를 끊었다. 1990년 장성문협을 통해 등단했으며, 이후 남편 역시 1995년 장성문협을 통해 시인이 됐다.
“그림을 그리는 것도 좋아하지만 시를 쓰는 것이 더 좋습니다. 시보다는 시조가 더 저에게는 친숙해요. 길을 걷다가도 문득 시상이 떠오르면 메모를 해뒀다가 집에 와서 글을 쓰거든요.”
정 작가의 말이다. 부창부수는 두 부부를 이름하는 것인지 모른다. 그러고 보니 현역으로 활동하는 부부 시조시인이 거의 없는 문단에서 두 사람의 경우는 매우 이례적이다.
문학관을 짓는데 자녀들의 성원과 도움은 절대적이었다. 5남매를 뒀는데 모두 의사를 비롯해 사회적으로 성공한 이들이다. 주말이면 이곳에 들러 공사 상황을 세심하게 살폈다.
정원 한켠에는 시를 읽고 음악을 연주할 수 있는 아름다운 정자 ‘화영루’가 있다. 무엇보다 문학관이 담양과 고창, 정읍과 장성으로 향하는 사거리에 위치해 근동의 대표 문화기관이 될 것 같다.
박형동 시인은 “이곳 문학관을 매개로 장성을 비롯한 남도의 문학과 문화가 활발하게 교류되고 창작될 수 있었으면 한다”며 “근면하고 정직하게 모아온 재산을 들여 문학관을 건립한 두 분의 유지를 잘 받들었으면 한다”고 밝혔다.
한편 최근 개최된 문학관 개관식에는 유두석 장성군수를 비롯해 이개호 국회의원, 차상현 장성군의회 의장, 임점호 전남예총 회장, 김용국 전남문인협회 회장, 임춘임 장성문인협회 회장 , 지역 문학인 등 300여 명이 참석했다.
/글·사진=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