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다. 1980년 광주의 봄은 요즘 젊은이들에게 어떤 의미일까. ‘광주 밖’의 시선으로 질문을 던진 책 ‘요즘 광주 생각-광주를 이야기하는 10가지 시선’<꼼지락>은 광주와 5·18에 대한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담았다. 책의 저자인 오지윤·권혜상 작가 인터뷰와 함께 책 속에 등장한 청년들의 ‘광주 생각’ 몇개를 싣는다. 2020년 ‘광주’에게 들려주는 날 것의 목소리다.



*‘지나’ 베를린 역사학도

제가 유학하면서 느낀건데 5·18은 세계에서 꼽을 만한 역사적 사건이라고 생각해요. 단 베를린과 역사를 비교하는 건 불가능해요. 5월은 많은 시간이 지나지 않았죠. 시간이 지날수록 객관적 사실들이 계속해서 더 공식화될 거라고 생각해요. 그렇게 되려면 교육이 굉장히 중요하죠. 그 과정에서 정치적인 맥락은 빠져야한다고 생각해요. 모든 역사는 관광이라는 산업으로 이어져요. 이건 절대로 역사를 나쁘게 이용하는 게 아니에요. 오히려 역사의 가치를 높이고, 역사를 더 소중히 대할 수 있는 기회죠. 반성과 규명은 그것대로 진행되어야하고요.



*‘구글전’ 서울살이 7년차 광주 청년

학교 다닐 때 민주화운동기록관 같은 곳에 견학을 갔는데 거기서 봤던 것들과 미디어에서 본 5·18 콘텐츠들 때문인지 공포감이 있었어요. 광주가 고향인 사람으로 5·18이 네거티브하고 어두운 이미지로만 소비되지 않았으면 해요. 폭압당했다는 ‘수동적’인 해석 말고 시민 중심의 능동적인 운동이었다는 ‘능동적’인 해석도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광주의 역사를 체험한 아버지 세대와 그 결과 속에서 20대를 보내고 있는 젊은 세대들의 의견 차이를 보여주는 콘텐츠를 만들면 재밌을 것 같아요. 최근 본 루마니아 영화 ‘엘리자의 내일’이 그런 영화 중 하나죠.



*‘준영’ 서울에서 활동중인 도시연구가

역사와 도시를 결부시킬 때 그 역사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노력해야합니다. 5·18 자체만 놓고 보면 당시로선 대단히 진보적이고 자유를 쟁취하기 위한 움직임이었으나 오늘날 광주가 5월을 인식하는 방법이나 그런 인식을 주변에 알리는 방식은 상당히 경직된 태도를 취하고 있습니다. 자유정신을 표출한 5·18운동이 오히려 비자유적으로 소모되고 있는 모습이 아쉽습니다. 캘리포니아처럼 ‘우리는 자유를 추구했고 계속 자유를 위해 살 것이다’라는 정신이 도시에 넘치면 좋겠습니다. 여기에 한국 특유의 다이내믹함이 섞인다면 얼마나 큰 파급효과를 가져올지 상상이 안됩니다.



*‘종’ 의경으로 근무중인 막내아들

광주하면 ‘용감한 도시’라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어요. 눈앞에 총든 사람들이 있다는 건 정말 무서운 거예요. 그렇게 무서운 상황에서 사람들을 하나로 뭉치게 만든 건 신념 말고는 없어요. 한마디로 말하면 용기죠. 그래서 광주는 억압에 굴하지 않는 용기의 상징같아요.

평화롭게 시위하는 분들을 보면 배우는 게 많아요. ‘정말 자기 생각을 말하고 싶어서 나왔구나’라는 생각이 들죠. 간혹 폭력적인 분들을 보면 ‘어떤 환경이 저 분을 저렇게 만들었을까?’라는 생각이 들고요.



전현직 광고회사 직원인 서울 토박이 오지윤·권혜상 작가는 ‘광주에 연고는 1도 없는’ 이들이다. 두 사람은 최근 ‘광주 그리고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젊은 세대의 생각을 담은 책 ‘요즘 광주 생각’을 펴냈다. 광주에 연고가 없고, 광주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게 다행이었다. 광주에 대해 잘 아는 어른들의 이야기는 이미 세상에 많으니, 오직 ‘2030 세대의 목소리’를 담고 싶었다.

프로젝트 출발은 영화 ‘택시 운전사’였다.

“5·18민주화운동을 소재로 한 영화 택시운전사 관람객이 1000만명을 넘어서면서 5·18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됐구나라는 생각을 했어요. 하지만 여전히 광화문에서는 태극기를 들고 5·18에 대해 다르게 말하시는 어르신들이 많더라구요. 그래서 들어보고 싶었어요 젊은 사람들은 광주와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오지윤)

“정형화된 상태로 지나치게 양분화된 5·18민주화운동을 ‘밀레니얼’ 세대는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어요.” 5·18에 대한 대답이 두가지로 나뉘어 정해진 것 같다라는 생각에 조금 다른 이야기, 진짜 일반사람들이 광주에 대해서 어떤 의견을 가지고 있을까? 라는 의문으로 시작하게 됐어요. 양분된 생각에 구애받지 않은 개개인의 삶이 묻어난 광주와 5·18에 대한 생각이요”(권혜상)

기성세대가 생산해낸 유튜브 영상과 기록물은 가득한 데 비해 정작 젊음층이 생산해낸 5·18에 대한 콘텐츠는 없다는 것도 책을 발간하게 된 이유 중 하나다.

두 작가는 이번 프로젝트를 위해 1년 6개월간 지역, 직업, 출신지 등이 각기 다른 총 12명의 인터뷰이들에게 5·18에 대해 물었다. 인터뷰이는 표면적으로 직업을 고려했다. 직업이 다르면 관점, 경험이 다르기에 다양한 생각을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초기에는 서울에 사는 광주 출신만 수소문했지만 소개를 통해 광주 초등학교 교사 서희·민지씨를 인터뷰하고 대상을 확대하게 됐다. 광주에서는 5·18에 대한 교육이 체계적이고 상세하게 이뤄진다는 데 놀랐고, 더욱 다양한 사람을 만나보겠다는 생각에 도시전문가, 페미니즘 서점 주인 등을 만났다.

첫 인터뷰 대상자는 권 작가의 회사 동료인 서울 생활 7년차 ‘구글전’이었다. 권 작가는 인터뷰를 처음 시작할 때만 해도 얼마나 다른 생각이 있을까, 소재가 있을까라는 생각이 있었지만, 첫 인터뷰부터 광주, 5·18에 대해 개인들이 가진 생각과 경험에 큰 충격을 받았다. 특히 이제는 사라졌다고 생각했던 지역감정 그리고 광주출신 인터뷰이들이 가진 상처들이 자신이 가지고 있던 편견을 깼다고 했다.

베를린에서 만난 역사학도 지나씨는 오 작가가 독일을 여행하던 중 카페에 만난 한국인이다. 베를린에 사는 한국인은 광주와 5·18에 대해 어떻게 생각할까 궁금했고 즉흥적인 만남은 인터뷰로 이어졌다. 지나씨에게는 인터뷰 중 혼이 나기도 했다.

“저에게도 편견, 기대하는 답변이 있었던 듯해요. 광주와 5·18은 새로운 브랜딩이 필요하다라는 생각만을 가지고 접근했던 게 문제가 됐죠. 지나씨를 통해 ‘역사는 그 자체로 역사’이고, 브랜딩이라는 건 결국 포장이라는 걸 배웠죠. 제품에 자신이 없는 회사에서 거창한 포장을 하는 것처럼요. 독일의 경우 자신들의 잘못된 과거사를 후대에게 있는 그대로 보여주고, 사실에 입각한 교육을 하고 있기에 별다른 브랜딩은 필요치 않다라는 생각에 동의하게 됐어요.”

책을 준비하며 5·18에 대한 전문가도, 광주에 연고도 없는 두 사람이 5·18에 대해 다룬다고 했을 때 받을 수 있는 곱지 않은 시선도 걱정이 됐다. 오 작가는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고 하는데 저희가 그렇게 될까 걱정됐다”며 “또 인터뷰만으로 책을 쓴다고 하면 진정성이 떨어진다는 오해를 받을 것 같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두 작가는 5·18이 40년을 맞은 만큼 젊은 시선을 통한 환기(喚起)에도 주안점을 뒀다.

권 작가는 “‘5·18은 이렇게 해석돼야 돼’라는 정형화된 접근법과 ‘Top-down’식 의견전달이 아닌, 개인개인의 삶에서 광주가 다르게 해석되고 서로 다른 사연을 갖고 있다는 메시지를 주고 싶었다”고 했다. 오 작가는 “40년이 지난만큼 이제는 새로운 것을 해보려는 시도 자체가 없어질 수 밖에 없다. 이 역사가 단순히 과거에 머무는 것이 아닌 새로운 이야기가 더해졌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40주년을 맞은 5·18민주화운동에게도 메세지를 보냈다.

“달걀도 유정란과 무정란이 있습니다. 모두 같은 계란이지만 유정란은 새로운 생명을 나을 수 있는 계란이죠. 결국 5·18도 유정란처럼 새로운 생명을 만들 수 있어야 합니다. 계속 한 얘기만 되풀이 하는 것이 아니라 들어보고 싶은 얘기, 듣기 싫은 얘기 모두를 듣고 새로운 사실과 함께 발전하면 좋겠습니다.”(오지윤)

“5·18에 조명되지 못했던 여성 등 마이너한 목소리와 스토리에도 귀를 귀울였으면 해요” (권혜상)

두 사람은 “12명의 20~30대를 만나 인터뷰를 마쳤지만 경상도 토박이, 대학교 신입생, 일간베스트 회원 등 좀더 다양한 대상자를 인터뷰하지 못해 아쉬웠어요. 그리고 이 책에 등장한 젊은이들의 생각이 대한민국 20~30대의 생각은 아니라는걸 아셨으면 해요”라며 인터뷰를 마쳤다.

/김민석 기자 mskim@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