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로드피크 정상에 서서 희망 외치겠습니다”
2020년 04월 20일(월) 00:00 가가
장애인 최초 히말라야 14좌 완등 도전 산악인 김홍빈 대장
“광주일보는 내 도전의 동반자 장애인에 꿈 심어주고 싶어”
12년간 세계 7대륙 최고봉 올라
14좌 중 브로드피크 한곳만 남아
월출산서 암벽 훈련하며 의지 불태워
“광주일보는 내 도전의 동반자 장애인에 꿈 심어주고 싶어”
12년간 세계 7대륙 최고봉 올라
14좌 중 브로드피크 한곳만 남아
월출산서 암벽 훈련하며 의지 불태워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이 지난 17일 영암군 월출산 시루봉 암벽장에서 암벽등반을 하고 있다.
“저의 히말라야 도전에는 광주일보가 동반자였습니다.”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 중인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55·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 회장·콜핑 홍보이사)은 창사 68돌을 맞은 광주일보와의 인연을 이같이 밝혔다.
김홍빈 대장은 이어 “전문 산악인들을 비롯해 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 등에도 관심을 꾸준히 가져준 덕분에 지역 산악계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히말라야 14좌 중 브로드피크(Broad Peak·8047m) 1곳을 남겨두고 있는 김 대장은 현재 전국 각지를 돌며 훈련을 거듭하는 중이다.
지난 3월부터 무주와 용평 등의 스키장 슬로프 등에서 설상 훈련을 진행했고 날이 풀리자 유명 산지의 암벽장에서 기술 훈련 등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장이 이끄는 ‘희망나눔 2020 브로드피크(8047m)원정대’는 김 대장을 비롯해 피길연(부단장겸 추진위원장), 류재강(등반대장), 류주숙(행정),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허근(포장), 김성심(의료), 박성민(식량), 나정희(촬영·기록) 대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대원들 모두 바쁜 시간을 쪼개 훈련에 참여하며 열의를 불태우고 있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 월출산 시루봉에서 암벽을 오르내리는 김 대장의 모습에서 14좌 완등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양 손의 손가락들이 있어야 할 곳에 암벽등반용 테이프를 칭칭 감고 바위 틈새를 비집어내기를 수차례. 위치를 확보하고 차근차근 등반 코스를 오르는 모습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었다.
비장애인이야 오르다가 지치면 손과 발에 의지해 천천히 내려오겠지만 김 대장은 손으로 붙잡을 수 없어 오로지 몸에 묶여있는 로프에만 의지해야 한다. 이 때문에 2차 사고도 발생할 수도 있어 다른 이들보다는 비록 더디지만 신중히 판단하며 몸을 움직여 등반해 나갔다.
김 대장에게 손가락이 없는 장애는 오히려 악조건을 이겨내는 원동력이다.
남들보다 부족하기에 그만큼 체력을 길러야 했고 손가락 마디가 없는 대신 하체 힘을 길렀기에 깎아지른 암벽도 버텨냈다.
무엇보다 김 대장에게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대장은 지난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잃었다.
모두 7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지만 살릴 수 없었다. 손가락이 없으니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용변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힘겨운 삶이 이어졌다. 장애인용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화물차 운전도 했었고 굴삭기도 다룰 줄 알았지만 신체적인 제약으로 오래 할 수 없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김 대장은 ‘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장애인 산악인들도 꿈꾸지 못하는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고 이후 나약해진 자신을 돌아보고 신체적으로 제약을 받아 의욕을 잃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목표를 세운 만큼 몸을 만들어갔다. 수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지리산을 종주하며 고산 등반에 닥칠 예상치 못한 악조건을 견디는 법을 터득했고 자전거와 스키 등으로 하체 단련도 이어갔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꿈꿔 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나갔다.
김 대장은 1997년 엘브루즈(5642m·유럽)과 킬리만자로(5895m·아프리카)를 시작으로 1998년 매킨리(6194m·북미)와 아콩카과(6959m·남미), 2007년 코지어스코(2228m·오세아니아), 에베레스트(8848m·아시아), 2009년 빈슨매시프(4897m·남극)까지 약 12년에 걸쳐 세계 7대륙 최고봉에 올랐다.
7대륙 최고봉 완등을 이뤄내자 김 대장은 거칠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다.
2006년 가셔브룸Ⅱ봉(8035m·파키스탄), 시샤팡마(8027m·티벳)과 2007년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힘을 받은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8000m 급 14좌 완등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그는 2008년 마칼루(8463m·네팔), 2009년 다울라기리(8167m·네팔), 2011년 초오유(8201m·네팔) 2012년 K2(8611m·파키스탄), 2013년 칸첸중가(8586m·네팔), 2014년 마나슬루(8163m·네팔), 2017년 로체(8516m·네팔), 낭가파르밧(8125m·네팔), 2018년 안나푸르나(8091m·네팔), 2019년 가셔브룸Ⅰ봉(8068m·파키스탄)을 차례로 오르며 파키스탄의 브로드 피크 단 1곳만 남겨두고 있다.
원정대는 오는 6월 파키스탄으로 출국해 약 2개월 동안 머무르며 브로드피크 정상을 공략할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파키스탄 내 확진자 증가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김 대장은 “국내는 안정되어 가고 있으나 3월부터 파키스탄으로 입국하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됐고 확진자도 8000명 가까이 나오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기가 지속되는 9월까지도 등반이 가능하기에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브로드 피크 정상에 올라 코로나 19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지친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에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장애인 최초로 히말라야 14좌 완등에 도전 중인 ‘열 손가락 없는 산악인’ 김홍빈 대장(55·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 회장·콜핑 홍보이사)은 창사 68돌을 맞은 광주일보와의 인연을 이같이 밝혔다.
김홍빈 대장은 이어 “전문 산악인들을 비롯해 광주·전남학생산악연맹 등에도 관심을 꾸준히 가져준 덕분에 지역 산악계의 활성화에도 큰 도움이 되고 있어 고마움을 느낀다”고도 말했다.
지난 3월부터 무주와 용평 등의 스키장 슬로프 등에서 설상 훈련을 진행했고 날이 풀리자 유명 산지의 암벽장에서 기술 훈련 등에 집중하고 있다.
김 대장이 이끄는 ‘희망나눔 2020 브로드피크(8047m)원정대’는 김 대장을 비롯해 피길연(부단장겸 추진위원장), 류재강(등반대장), 류주숙(행정), 정우연(장비·식량), 정득채(수송),허근(포장), 김성심(의료), 박성민(식량), 나정희(촬영·기록) 대원 등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7일 전남 영암 월출산 시루봉에서 암벽을 오르내리는 김 대장의 모습에서 14좌 완등을 반드시 이루겠다는 강인한 의지가 엿보였다.
양 손의 손가락들이 있어야 할 곳에 암벽등반용 테이프를 칭칭 감고 바위 틈새를 비집어내기를 수차례. 위치를 확보하고 차근차근 등반 코스를 오르는 모습은 비장애인과 다를 바 없었다.
김 대장에게 손가락이 없는 장애는 오히려 악조건을 이겨내는 원동력이다.
남들보다 부족하기에 그만큼 체력을 길러야 했고 손가락 마디가 없는 대신 하체 힘을 길렀기에 깎아지른 암벽도 버텨냈다.
무엇보다 김 대장에게는 ‘히말라야 14좌 완등’이라는 원대한 포부가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다.
김 대장은 지난 1991년 북미 최고봉인 매킨리(6194m)를 단독 등반하다 조난을 당해 열 손가락을 잃었다.
모두 7차례에 걸쳐 대수술을 받았지만 살릴 수 없었다. 손가락이 없으니 일상 생활에 어려움이 컸다. 용변도 혼자서는 해결할 수 없을 정도로 처음에는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다. 힘겨운 삶이 이어졌다. 장애인용 운전면허증을 발급받아 화물차 운전도 했었고 굴삭기도 다룰 줄 알았지만 신체적인 제약으로 오래 할 수 없었다.
시련을 겪으면서도 김 대장은 ‘산’에 대한 꿈을 포기하지 않았다.
비장애인 산악인들도 꿈꾸지 못하는 세계 7대륙 최고봉을 오르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사고 이후 나약해진 자신을 돌아보고 신체적으로 제약을 받아 의욕을 잃은 이들에게 꿈과 희망을 전해주기 위해서였다.
목표를 세운 만큼 몸을 만들어갔다. 수일 동안 아무 것도 먹지 않고 지리산을 종주하며 고산 등반에 닥칠 예상치 못한 악조건을 견디는 법을 터득했고 자전거와 스키 등으로 하체 단련도 이어갔다.
그는 ‘할 수 있다’는 자기 암시를 통해 희망을 잃지 않고 꿈꿔 왔던 것들을 현실로 만들어나갔다.
김 대장은 1997년 엘브루즈(5642m·유럽)과 킬리만자로(5895m·아프리카)를 시작으로 1998년 매킨리(6194m·북미)와 아콩카과(6959m·남미), 2007년 코지어스코(2228m·오세아니아), 에베레스트(8848m·아시아), 2009년 빈슨매시프(4897m·남극)까지 약 12년에 걸쳐 세계 7대륙 최고봉에 올랐다.
7대륙 최고봉 완등을 이뤄내자 김 대장은 거칠 것도 두려운 것도 없었다.
2006년 가셔브룸Ⅱ봉(8035m·파키스탄), 시샤팡마(8027m·티벳)과 2007년 에베레스트 등정으로 힘을 받은 김 대장은 장애인으로는 최초로 8000m 급 14좌 완등을 새로운 목표로 세웠다.
그는 2008년 마칼루(8463m·네팔), 2009년 다울라기리(8167m·네팔), 2011년 초오유(8201m·네팔) 2012년 K2(8611m·파키스탄), 2013년 칸첸중가(8586m·네팔), 2014년 마나슬루(8163m·네팔), 2017년 로체(8516m·네팔), 낭가파르밧(8125m·네팔), 2018년 안나푸르나(8091m·네팔), 2019년 가셔브룸Ⅰ봉(8068m·파키스탄)을 차례로 오르며 파키스탄의 브로드 피크 단 1곳만 남겨두고 있다.
원정대는 오는 6월 파키스탄으로 출국해 약 2개월 동안 머무르며 브로드피크 정상을 공략할 예정이었지만 전 세계적으로 대유행 중인 코로나 19 확산에 따른 파키스탄 내 확진자 증가로 일정이 늦어지고 있다.
김 대장은 “국내는 안정되어 가고 있으나 3월부터 파키스탄으로 입국하는 항공편이 전면 중단됐고 확진자도 8000명 가까이 나오는 등 상황이 나아지지 않고 있다. 우기가 지속되는 9월까지도 등반이 가능하기에 현지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반드시 브로드 피크 정상에 올라 코로나 19로 인해 삶이 피폐해지고 지친 대한민국 국민을 비롯해 전 세계인들에게 ‘장애인도 할 수 있다’는 희망을 선사하고 싶다”고 말했다.
/글·사진=김진수 기자 jeans@kwangju.co.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