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흥 정남진산업고등학교에서 근무하는 윤정현(59) 교사가 24일 한국인 최초로 2020년 ‘글로벌 교사상’ 파이널리스트(최종 후보) 50인에 선정됐다.

2015년 제정돼 6회째를 맞은 글로벌 교사상은 아랍에미리트, 이집트, 카타르 등에서 55개의 학교를 운영하는 ‘글로벌 에듀케이션 매니지먼트 시스템스(GEMS)’ 그룹 산하 ‘바키’ 재단이 제정한 상이다. ‘교육계의 노벨상’이라 불리며 상금은 100만달러(12여억원)에 달한다.

이번에는 세계 140여개국 1만 2000여명의 교사가 지원했으며, 수상자는 바키재단 측이 교사, 교육전문가, 언론인, 관리, 기업인 등으로 구성한 위원회에서 선정한다. 위원회는 오는 6월 최종 10인을 선발하고, 이어 10월께 최종 수상자를 선정할 계획이다.

윤 교사는 28년 교직생활 중 27년을 장흥, 보성 등 농어촌학교에서 근무해 온 기계과 교사다. 그는 “교사는 아이들의 인생을 바꿀 수 있는 무서운 직업”이라고 강조했다.

“농어촌학교를 다니는 학생들은 가난한 경우가 많아요. 하지만 학교에서 기술을 배우고 크게 성공해 찾아오는 학생들이 많지요. 이렇듯 아이들이 변하는 것을 보면 힘들어도 교육을 계속하게 됩니다.”

윤 교사는 글로벌교사상에 지원하며 ‘학생 지도’, ‘인성 지도’ 두 가지 활동에 무게를 뒀다.

학생 지도 부문에서 그는 방과후 학교를 활성화해 학생들이 국가기술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도록 도왔다. 농기계·건설기계정비, 용접, 지게차, 굴삭기, 컴퓨터 등 동아리를 조직해 밤 10시까지 실습실을 개방하고 학생들을 지도했다.

“학생들이 스스로 원해서 자동차학과에 온 게 아닌데, 적성도 안 맞는데다 어려운 자동차 공부만 하다 졸업하면 할 수 있는 일이 없어요. 각자 적성에 맞는 길을 찾을 수 있도록 여러 경험을 해 보고, 스스로 직업을 선택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 줬습니다.”

성과도 있었다. 윤 교사가 지도한 학생 중 4명이 교육부·한국과학창의재단이 시상하는 ‘대한민국 인재상’을 받았다. 학교에 ‘전국 고등학교 중 최다 자격증 취득’ 타이틀을 6차례 선물하기도 했다.

인성 지도에도 남다른 열정을 쏟았다. 그는 2005년 교내 봉사동아리를 만들고 지역아동센터에서 컴퓨터 교육, 공부 가르쳐주기 등 활동을 했다.

“동아리가 자리잡고 나니 아이들이 나서서 활동 범위를 양로원으로 넓히더라고요. 노래·춤 공연, 시설 봉사활동 등을 하는 식이었지요. 그러더니 전국중고생봉사대회, 세계청소년자원봉사의 날 등 11개 대회 장관상, 나눔국민대상 등을 받아왔어요.”

윤 교사 또한 홍조근정훈장을 비롯해 모범공무원상, 올해의 스승상, 오리 이원익 청백리 대상 등을 수상하기도 했다.

다양한 상을 받아 온 그에게도 이번 글로벌 교사상은 새로운 도전이자 동기다. “교육은 교사가 어떤 마음가짐으로 학생을 대하는가가 중요하다”고 강조한 그는 정년 때까지 적극적인 교육 활동을 이어갈 생각이다.

“나이가 많아지니 체력이 안 돼 그만 두고 싶다는 생각을 많이 했어요. 하지만 올해도 담임을 맡고, 학생들을 만나니 또다시 아이들을 잘 가르치고 싶어집니다.”

/유연재 기자 yjyou@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