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 멀었다는 말 권여선 지음
2020년 02월 28일(금) 00:00 가가
제47회 동인문학상 수상작이자 ‘소설가들이 뽑은 올해의 소설’ 1위에 선정된 권여선 작가의 ‘아직 멀었다는 말’이 출간됐다.
지난 2016년 ‘안녕 주정뱅이’ 이후 4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라는 평과 더불어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모르는 영역’도 만날 수 있다.
지금까지 권여선 작품은 문학평론가 소이현의 “한국문학의 질적 성장을 이끈 대표적 작가 가운데 하나”라는 평처럼 동료 작가와 문단의 관심을 받아왔다. 이번 작품집 제목 ‘아직 멀었다는 말’은 단편 ‘손톱’ 속의 한 문장 “문득 소희는 새처럼 목을 빼고 어디까지 왔나 확인하듯 창밖의 거리를 내려다본다. 할머니가 아흐 어하 소리를 내며 하품을 한다. 그건 아직 멀었다 소희야, 하는 말 같다”에서 연유한다.
매장에서 일을 하는 소희는 어느 날 박스를 들어올리다 굵은 고정쇠가 손톱을 뚫는 바람에 큰 상처를 입는다. 살이 찢기고 손톱이 뒤로 꺾였지만 제때 치료를 받지 못한다. 대출금을 포함해 옥탑방 월세 등이 있어 한푼이라도 돈을 아껴야 하는 처지다.
그런 소희에게 유일한 사치는 아침 통근버스에서 보게 되는 햇빛이다. ‘찌르는 듯 따스하고 무심하면서도 공평한’ 햇빛처럼 소희의 하루는 거칠지만, 그 빛을 통해 온기를 느낀다. 또한 할머니의 “조심해야지”라는 말은 위로나 단정이 아닌 그만큼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의미다.
김애란 소설가는 권여선 작품에 대해 “단순한 명망이 아니라 빛을 쪼개서 어둠을 쪼개서 보여주는 작가를 보면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
지난 2016년 ‘안녕 주정뱅이’ 이후 4년 만에 펴낸 이번 소설집에는 모두 8편의 작품이 실려 있다. “권여선 특유의 예민한 촉수와 리듬, 문체의 미묘한 힘이 압권”이라는 평과 더불어 제19회 이효석문학상을 수상한 ‘모르는 영역’도 만날 수 있다.
김애란 소설가는 권여선 작품에 대해 “단순한 명망이 아니라 빛을 쪼개서 어둠을 쪼개서 보여주는 작가를 보면 소설이 주는 위로란 따뜻함이 아니라 정확함에서 오는 건지도 모르겠단 생각이 들었다”고 평했다. <문학동네·1만3500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