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관해 아는 것은 모두 대중매체를 통한다
2020년 02월 28일(금) 00:00 가가
매체의 역사 읽기
안드레아스 뵌 외 지음·이상훈 외 옮김
안드레아스 뵌 외 지음·이상훈 외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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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텐베르크의 인쇄술 덕분에 처음으로 동일한 텍스트를 대량으로 보급하는 일이 가능해졌다. 15세기 번역가로 활동한 장 미엘로의 초상. <문학과지성사 제공> |
역설적으로 매체가 없는 현대사회를 상상할 수 없다. 현대인들은 자신의 생활 너머의 영역을 매체를 활용해 접한다.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에 관해 우리가 아는 것은 모두 대중매체를 통해 아는 것이다”고 했다.
책은 간략하고 쉬운 설명, 생생한 예를 통해 사회와 매체의 관계를 한눈에 조망할 수 있게 했다. 복잡한 테마를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게 풀어낸 입문서 성격의 서적이다.
저자들은 동굴벽화에서부터 문자, 이미지를 거쳐 인터넷에 이르기까지 매체의 역사를 포괄한다. 매체 연구의 접근법은 물론 매체의 수용과 변화까지 담아낸다.
1부에서는 야콥슨 의사소통 이론과 소쉬르와 퍼스의 기호 이론 등 기초적인 이론과 매체 개념을 소개한다. 여기에는 랑그아 파롤 같은 기호로서의 언어와 이미지 등이 있다.
2부에서는 언어를 토대로 한 매체들의 발전 과정을 살펴본다. 문자의 탄생이 사회와 문화에 끼친 영향을 만날 수 있다.
15세기 중반 세상에 나온 인쇄술은 현대사회 탄생의 초석이 됐다. 대표적인 신문과 잡지는 시민의 공론장을 가능하게 했으며 이에 따른 사회적, 정치적 결과를 파생시켰다. 저자들은 이미지 매체에 주목해 언어와 이미지 상호작용을 변천 양상에 따라 추적한다. 이미지와 문화적 맥락 간 연관성, 텍스트와 이미지 관계를 매체의 혼종성 관점에서 들여다본다.
3부에서는 사진, 영화, 라디오, 텔레비전, 디지털 매체, 멀티미디어와 하이퍼미디어의 순서로 고찰한다.
“라디오 기술의 사용은 처음에는 전화를 모범으로 삼았다. 중요한 차이는 신호를 무선으로 전송한다는 점이다. 초창기의 전화는 오늘날처럼 사적인 의사소통을 위해 사용되지 않았다. 보수를 지불하면 오페라 공연 같은 것을 전화기를 통해 들을 수 있는 청취 공간이 설치되었다.”
4부는 매체에 대한 질문을 위주로 매체의 자기 반영, 매체의 발전 방향 등을 거시적 관점에서 다뤘다.
이처럼 저자들은 급변하는 새로운 매체 세계를 이해하고 수용하는 나침반으로서의 역할을 수행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무엇보다 책에는 200여 장의 이미지가 수록돼 있어 매체 역사와 이론 등에 대한 이해를 돕는다.
책을 번역한 강릉원주대 이상훈·황승환 교수는 “이 책의 장점 중 하나는 매체의 발전 과정을 기술하면서 새로운 매체가 도입되고 수용되었을 때 어떠한 사회적, 정신적 변화가 초래되었는지를 사례를 들어 알기 쉽고 생생하게 기술하고 있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문학과지성사·2만원>
/박성천 기자 skypark@kwangju.co.kr